네타냐후 리더십 벼랑 끝… 군, ‘하마스 섬멸’ 목표에 공개 반발

김정우 2024. 6. 20. 19: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파괴하고 소멸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대중의 눈에 모래를 뿌리는 것이다."

19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방송 채널13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방위군(IDF) 수석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이 내놓은 발언이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줄곧 '하마스 섬멸'만을 종전 조건으로 내세웠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IDF가 대놓고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할 법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방송 인터뷰서 작심 발언
“하마스 궤멸 구상은 대중 기만... 새 리더십 필요”
전후 가자 통치 계획 부재 비판… “정부·군 간 균열”
유엔 “이, 가자 민간 시설 공격서 전쟁법 계속 어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영화 '양들의 침묵' 속 연쇄살인마 한니발 렉터로 묘사한 피켓이 19일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열린 가자지구 인질 석방 협상 촉구 시위 도중 이스라엘 국기와 함께 휘날리고 있다. 아슈켈론=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파괴하고 소멸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대중의 눈에 모래를 뿌리는 것이다.”

19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방송 채널13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방위군(IDF) 수석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이 내놓은 발언이다. ‘하마스 완전 소탕’은 애당초 불가능한 목표이며, 따라서 이를 계속 추구하는 것은 ‘대중 기만’이라는 의미였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줄곧 ‘하마스 섬멸’만을 종전 조건으로 내세웠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IDF가 대놓고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할 법하다. ‘군 최고 통수권자’ 네타냐후 총리의 리더십이 뿌리째 흔들리는 징후라는 얘기다.


"군의 좌절감 표출... 군대-네타냐후 간 논쟁 예고"

미국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하가리 소장은 작심한 듯, 이스라엘 정부의 전쟁 정책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몰아내려면 새로운 행정부,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국 하마스를 다시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마스는 사람들 마음속에 뿌리내린 정치적 운동이자 신념으로, 대안 세력 없이는 그들을 약화시킬 방법이 없다”며 “(이스라엘) 정치 지도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언급은 심상치 않다. NYT는 “이스라엘 정부가 ‘전후 가자지구 통치 계획’을 제시하지 않는 데 대한 군의 좌절감 표출”이라며 “IDF와 네타냐후 간 공개적 논쟁을 예고하는 듯하다”고 짚었다. 앞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은 ‘전후 가자지구를 직접 통치할 계획이 없고, 하마스를 대체할 통치 주체를 세우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기존의 ‘하마스 소탕’과 ‘장기간 군 주둔 필요’ 주장만 반복했다. 이날 하가리 소장 발언을 두고 “정부와 군 사이의 명백한 균열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팔레스타인인들이 19일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에 있는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 영안실에서 이스라엘군의 누세이라트 난민촌 폭격으로 숨진 친척 시신을 보며 애통해하고 있다. 데이르알발라=AP 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는 사면초가 상태다. 군의 반발은 커질 조짐이고, 반(反)정부 시위도 격화하고 있다. 정권 유지 버팀목이었던 전시 내각은 중도파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의 탈퇴(9일)로 지난 17일 해체됐다. 이제 전쟁 현안 의사 결정에 있어 외견상 그의 통제권이 더 확대됐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연립정부 내 극우 세력에게 휘둘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연정 소속 의원들에게 “전쟁에 집중하기 위해 정신을 차리고 (다른) 이해관계는 모두 제쳐 두자”고 호소했지만 정부 내 불화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헤즈볼라 "전면전 시 이스라엘 북부 침공할 것"

국제사회의 비판도 커지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이날 가자지구 민간시설 파괴를 초래한 IDF의 군사작전 6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최소 218명이 사망했고, 5건에서는 사전 경고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전쟁법을 일관되게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전면전 위험마저 고조되고 있다. 전날 IDF의 ‘레바논 공격 승인’ 발표와 관련,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이날 “만약 싸움이 확대된다면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 침공도 선택지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동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를 향해서도 그는 “전쟁 일부로 여기고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