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사람이, 있는 사람을 위해 만든" 저출생 대책, 박탈감 호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전날 발표한 '저출생 반전을 위한 대책'에 대해, 일부 청년이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것은 반갑지만, '일정 정도의 소득이 있는' 경우나 '제도를 쓸 수 있는 안정적 일자리를 갖는' 경우에만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책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소득 있거나, 제도 쓸 만한 사람만 혜택"
"유전유자녀, 무전무자녀" 빗대
출생 가구 54.5%는 이미 고소득층
저소득층·사각지대 대책 필요성 제기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전날 발표한 '저출생 반전을 위한 대책'에 대해, 일부 청년이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것은 반갑지만, '일정 정도의 소득이 있는' 경우나 '제도를 쓸 수 있는 안정적 일자리를 갖는' 경우에만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책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상견례를 마치고 본격적인 결혼 준비를 시작한 이슬기(32)씨는 20일 이번 대책을 "있는 사람이, 있는 사람을 위해 만든 대책"이라고 평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씨 커플이 실제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책은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아이를 키우는 건 부담'이라는 생각도 그대로라고 한다.
이씨는 △결혼하면 10년간 다주택자에게 물리는 세 부담을 적용하지 않고 △출산하면 연소득 2.5억 원인 부부도 1%대 금리로 집을 장만할 수 있게 신생아 특례대출 기준을 완화한 대책에 특히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저희는 25년 된, 노원 끝에 있는 아파트에 들어가려고 둘이 10년 넘게 모은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해야 한다"며 "각자 집을 한 채씩 갖고 있는 커플이 얼마나 많길래 1주택으로 쳐 주겠다는 건지, 합산 연봉 2억5,000만 원인 부부가 연 2~3%포인트 낮은 금리 혜택을 받는 게 그렇게 시급한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산층 이상은 이미 혼인율이 높은데도, 결혼과 혼인을 조건으로 세제 인센티브를 주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022년 발표한 '소득분위별 출산율 변화 분석과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가구 감소율은 소득 하위층에서 특히 높았다. 2010~2019년 소득 상위층은 출산율이 24.2% 줄었는데, 소득 하위층은 51.0% 줄었다.
그 결과, 출산한 가구 중 고소득층 가구 비율은 54.5%에 달했다. 출산 100가구 중 고소득층이 55가구라는 것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를 두고 "고소득층은 그래도 아이를 낳고 있고, 중산층은 아이 낳기를 주저하고 있으며, 저소득층은 아예 출산을 포기하기 시작했다"며 "유전유자녀 무전무자녀(有錢有子女 無錢無子女)"라고 표현했다.
일 가정 양립 부문 대책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두드러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 초 결혼을 앞둔 전모(30)씨는 "대기업 공채 정규직, 고용이 안정적인 공무원을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방송국에서 파견직으로 일하는 전씨는 육아휴직제도가 있어도 이용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도 대부분의 중소기업 직원이나 비정규직은 육아휴직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저는 결혼과 동시에 재계약을 포기했다. 차라리 모든 직업에서 육아휴직을 의무화해달라"고 말했다.
세종=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자식 돈에 어디 숟가락 얹나"… 박세리 父 논란에 손웅정 발언 재조명 | 한국일보
- 태진아, 치매 투병 중인 아내와의 근황 공개 | 한국일보
- 푸틴은 북한 갈 때 왜 '구식 소련제' 전용기를 탔을까[북러정상회담] | 한국일보
- "방송 안 한다 다짐했는데…" 아나운서 출신 최동석, 파경 후 새 출발 | 한국일보
- 할머니가 몰던 승용차, 주차장 벽에 '쾅'…10개월 손자 숨져 | 한국일보
- '아들 쓰러질 땐 암말 않더니'… "12사단 중대장, 구속 위기에 사죄문자" | 한국일보
- 백종원·곽튜브 제쳤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유튜버 1위는? | 한국일보
- 좌석 따라 최대 6도 차이... '폭염' 지하철 가장 시원한 곳은? | 한국일보
- 술 먹고 운전해도, 음주운전 아니다?... '김호중 방지법' 나왔다 | 한국일보
- '치킨집 공무원 갑질' 논란에... 홍준표 "구청이 알아서 할 것"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