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엔 재능 없단 말 들었죠"…'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44위' 밍글스 강민구 셰프

김소연 2024. 6. 20. 1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한국 식당 최초 선정
"세계 최고보다 잘하고 좋아하는 일 오래 나누고파'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식당 밍글스에서 만난 강민구 셰프는 "한식에 막 열리기 시작한 기회를 이제 우리가 더 잘 열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임은재 인턴기자

"이게 아예 불가능하거나 못할 일은 아니었구나, 하는 걸 알았으니 다른 많은 레스토랑도 이제 '월드 50(W50B)'을 목표로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식당 밍글스는 개업 2년 만인 2016년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A50B)'에 선정되며 외식업계에서 급부상했다.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서울편이 처음 발간된 2017년엔 1스타를 땄고, 이듬해부턴 2스타를 지켜왔다. 개업 10주년이 된 올해 타이틀을 또 하나 추가했다. 지난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W50B 44위에 오른 것. W50B는 영국 윌리엄 리드 비즈니스 미디어가 2002년부터 매년 세계 최고 식당 50곳을 선정해 발표하는 행사. 2013년 출범한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이 아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W50B에 한국 식당이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순위보다 중요한 건 매일 오시는 손님을 맞는 일이죠"

지난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발표된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44위에 오른 밍글스의 강민구(왼쪽부터), 6위 아토믹스의 박정현, 86위 모수의 안성재 셰프가 수상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난로학원 제공

최근 밍글스에서 만난 강민구(40) 셰프는 "요리를 시작한 20년 전 W50B 선정 레스토랑을 찾아보며 이런 곳에서 일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그 순위에 들게 돼 기뻤다"면서도 "순위권 진입이 식당 운영 목표는 아니다"라고 했다. "여전히 중요한 것은 매일 오는 손님을 신경 쓰는 일"이라는 것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요리사가 꿈이었던 강 셰프는 경기대 외식조리학과 졸업 후 세계적 일식당 노부(Nobu)의 바하마지점 총괄 셰프로 일했고, 2014년 밍글스를 열었다. 밍글스라는 이름에는 '서로 다른 것의 조화'라는 뜻이 담겼다. 강 셰프의 이름과 발음이 비슷한 어릴 적 별명이기도 하다. "한국 전통 음식에 대한 존중을 담아 뼈대를 지키되 오늘날의 감성과 기술을 더해 새로운 한식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많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 셰프 이름을 내걸듯 제 별명을 내세운 것이기도 하죠."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식 레스토랑 밍글스 내부. 밍글스 제공

"나는 자영업자"...강민구다움 지키려 외부 투자도 거절

강민구 셰프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자신의 한식 레스토랑 밍글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강 셰프는 "세계적 레스토랑을 꿈꾸며 밍글스를 연 것은 아니었다"며 "잘하고 좋아하는 걸 오랫동안 하는 게 더 큰 목표였다"고 말했다. 이름을 내걸고 운영하는 만큼 자신의 색채와 자율성을 지키는 게 중요했다. 이 때문에 외부 투자도 받지 않았다. 규모가 커지고 개인 사업자에서 법인으로 전환했지만 강 셰프가 여전히 자신을 '자영업자'로 소개하는 이유다. "한식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사업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는 그의 성공 비결은 그래서 '절실함'이다.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2019년 홍콩에 한식당 '한식구'를 연 데 이어 최근에는 프랑스 파리에 '세토파(SETOPA·서울에서(to) 파리)'를 열었다. 한식당 '주옥'으로 유명한 신창호 셰프와 함께 메뉴를 개발한 치킨 브랜드 '효도치킨'을 현지화한 식당이다.

레스토랑 밍글스의 메뉴. ©Choi Joon Ho

강 셰프는 와인 바에서 일하던 20대 시절 "재능도 없고, 답도 없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크게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요리는 스포츠처럼 기록이 남고 경쟁을 통해 순위를 매기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잘 만들고 그걸 좋아하고 공감해 주는 손님들이 있으면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다고 믿었다"며 "요리사 말고는 다른 직업을 갖고 싶었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 3월엔 한식의 장(醬)을 소개하는 영문 서적 '장(Jang)'을 4년의 준비 끝에 냈다. 한식의 근본을 알림으로써 더 많은 사람이 한국 음식에 깊이 빠져들게 하려는 취지다. 그는 한식이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한국 문화의 경쟁력이 될 수 있을지는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밍글스가 화제가 된다 해도 좌석이 한정돼 있고 외국인 중 일부만 경험할 수 있잖아요. 민관이 함께 나서 좋은 한식 콘텐츠를 만들고 교육 기관도 늘려야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더 많은 국제적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강민구 셰프가 4년 준비해 출간한 영문 서적 'Jang: The Soul of Korean Cooking'을 소개하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