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엔 재능 없단 말 들었죠"…'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44위' 밍글스 강민구 셰프
"세계 최고보다 잘하고 좋아하는 일 오래 나누고파'
"이게 아예 불가능하거나 못할 일은 아니었구나, 하는 걸 알았으니 다른 많은 레스토랑도 이제 '월드 50(W50B)'을 목표로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식당 밍글스는 개업 2년 만인 2016년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A50B)'에 선정되며 외식업계에서 급부상했다.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서울편이 처음 발간된 2017년엔 1스타를 땄고, 이듬해부턴 2스타를 지켜왔다. 개업 10주년이 된 올해 타이틀을 또 하나 추가했다. 지난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W50B 44위에 오른 것. W50B는 영국 윌리엄 리드 비즈니스 미디어가 2002년부터 매년 세계 최고 식당 50곳을 선정해 발표하는 행사. 2013년 출범한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이 아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W50B에 한국 식당이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순위보다 중요한 건 매일 오시는 손님을 맞는 일이죠"
최근 밍글스에서 만난 강민구(40) 셰프는 "요리를 시작한 20년 전 W50B 선정 레스토랑을 찾아보며 이런 곳에서 일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그 순위에 들게 돼 기뻤다"면서도 "순위권 진입이 식당 운영 목표는 아니다"라고 했다. "여전히 중요한 것은 매일 오는 손님을 신경 쓰는 일"이라는 것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요리사가 꿈이었던 강 셰프는 경기대 외식조리학과 졸업 후 세계적 일식당 노부(Nobu)의 바하마지점 총괄 셰프로 일했고, 2014년 밍글스를 열었다. 밍글스라는 이름에는 '서로 다른 것의 조화'라는 뜻이 담겼다. 강 셰프의 이름과 발음이 비슷한 어릴 적 별명이기도 하다. "한국 전통 음식에 대한 존중을 담아 뼈대를 지키되 오늘날의 감성과 기술을 더해 새로운 한식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많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 셰프 이름을 내걸듯 제 별명을 내세운 것이기도 하죠."
"나는 자영업자"...강민구다움 지키려 외부 투자도 거절
강 셰프는 "세계적 레스토랑을 꿈꾸며 밍글스를 연 것은 아니었다"며 "잘하고 좋아하는 걸 오랫동안 하는 게 더 큰 목표였다"고 말했다. 이름을 내걸고 운영하는 만큼 자신의 색채와 자율성을 지키는 게 중요했다. 이 때문에 외부 투자도 받지 않았다. 규모가 커지고 개인 사업자에서 법인으로 전환했지만 강 셰프가 여전히 자신을 '자영업자'로 소개하는 이유다. "한식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사업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는 그의 성공 비결은 그래서 '절실함'이다.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2019년 홍콩에 한식당 '한식구'를 연 데 이어 최근에는 프랑스 파리에 '세토파(SETOPA·서울에서(to) 파리)'를 열었다. 한식당 '주옥'으로 유명한 신창호 셰프와 함께 메뉴를 개발한 치킨 브랜드 '효도치킨'을 현지화한 식당이다.
강 셰프는 와인 바에서 일하던 20대 시절 "재능도 없고, 답도 없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크게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요리는 스포츠처럼 기록이 남고 경쟁을 통해 순위를 매기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잘 만들고 그걸 좋아하고 공감해 주는 손님들이 있으면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다고 믿었다"며 "요리사 말고는 다른 직업을 갖고 싶었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 3월엔 한식의 장(醬)을 소개하는 영문 서적 '장(Jang)'을 4년의 준비 끝에 냈다. 한식의 근본을 알림으로써 더 많은 사람이 한국 음식에 깊이 빠져들게 하려는 취지다. 그는 한식이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한국 문화의 경쟁력이 될 수 있을지는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밍글스가 화제가 된다 해도 좌석이 한정돼 있고 외국인 중 일부만 경험할 수 있잖아요. 민관이 함께 나서 좋은 한식 콘텐츠를 만들고 교육 기관도 늘려야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더 많은 국제적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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