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속 유산은 어떻게 지켜야 할까…‘DMZ 문화유산 보존 좌담회’

정자연 기자 2024. 6. 2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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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조사 바탕으로 ‘국제푸른방패’와 새로운 길 모색
“DMZ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 흥미로워…전 세계에 영향 미칠 것”
지난 18일 DMZ 생태관광지원센터에서 열린 ‘DMZ 문화유산 보존 좌담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정자연기자

“DMZ는 기존 한국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현대의 역사가 합쳐져 만들어진 장소다.”(피터 스톤 국제푸른방패 위원장)

“세계인들의 배움의 장소가 되도록 노력했으면 한다.”(배기동 국제푸른방패 한국위원회 위원장)

“DMZ를 통해 문화유산 보존에 대한 기준을 세우게 된다면 굉장히 흥미로울 것이다”(엠마 쿤리페 국제푸른방패 사무국 분쟁 실무그룹 의장)

“DMZ는 특별하다. 한국 현실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롭 콜린스 국제푸른방패 연구원)

“DMZ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역사를 볼 수 있다.”(샘 터너 국제푸른방패 연구원)

한반도 비무장지대(DMZ)는 동서로 248㎞, 남북 4㎞의 거대한 녹색지대다. 70여년의 군사대결이 낳은 비극적 공간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자연 생태계 보고, 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역사적 유산으로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돼 왔다. 하지만 남북 간 긴장과 갈등이 반복되면서 현재는 답보 상태다. 현재는 긴장감이 가득하다. 정치적 갈등과 분쟁 상황에서 문화유산은 어떻게 보존해야 할까.

경기문화재단 경기역사문화유산원이 경기도와 국제푸른방패(Blue Shield International), 국제푸른방패 한국위원회 등과 함께 지난 18일 오후 1시 DMZ 생태관광지원센터에서 개최한 ‘DMZ 문화유산 보존 좌담회’에선 DMZ 세계유산 등재 및 보존을 위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논의가 이뤄졌다.

경기역사문화유산원은 한반도 DMZ의 세계유산 등재 기반 구축을 위해 2019년부터 국가유산청, 경기도, 강원도와 함께 지속적인 조사, 연구, 활용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국제적 활동을 펼치는 국제푸른방패와 함께 한반도 DMZ 내 문화유산 조사와 앞으로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위한 ‘연차별 추진계획’ 마련을 위한 공동연구를 추진 중이다.

이날 좌담회엔 국제푸른방패의 피터 스톤(Peter G. Stone) 위원장을 비롯한 엠마 쿤리페(Emma Cunliffe) 국제푸른방패 사무국 분쟁 실무그룹 의장, 샘 터너(Sam Turner)·롭 콜린스(Rob Colins) 연구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좌담회를 위해 방한해 한반도 DMZ 실태조사단에서 지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2년간 조사한 파주 일대의 역사-문화유산, 자연-생태 유산, 갈등-평화 유산 등의 일부를 돌아보며 DMZ의 의미를 직접 확인했다.

국내 전문가에는 배기동 국제푸른방패 한국위원회 위원장(전 국립중앙박물관장)과 지성진 국가유산청 학예관, 이지훈 경기역사문화유산원장 등이 자리했다.

피터 스톤 국제푸른방패 위원장이 경기역사문화유산원에 선물한 그림을 이지훈 원장에게 설명하고 있다. 그림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뉴캐슬의 하드리아누스방벽. 정자연기자

■ 경기역사문화연구원, ‘DMZ’ 문화유산 보존…국제푸른방패와 새로운 계획 도모

전문가들은 DMZ가 단순히 한국만의 유산이 아니라 20세기 전쟁의 역사 또 미래의 평화를 간직한 20세기 인류의 유산이라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스톤 위원장은 국제푸른방패 창설의 역사와 ‘분쟁 시 문화유산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발표하며 “DMZ는 한국이 기존에 지닌 역사와 현대의 역사가 합쳐져 만들어진 장소다. 한국이 평화적이고 통일된 하나의 형태로 많은 이들에게 보여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현욱 경기문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지난 2020~2021년 국가유산청, 경기도, 강원도, 경기역사문화유산원, 강원문화재연구소가 공동참여해 조사한 ‘한반도 DMZ 실태조사의 현황과 한계’를 발표했다.

실태조사에선 역사문화 25개소, 갈등평화 24개소, 자연생태 9개소가 조사됐다.

박 선임연구원은 “DMZ는 분쟁지역이었기에 폐허와 같은 상태로 남아있다”며 “남쪽 DMZ에 실제로 들어가서 조사했다는 데 실태조사의 큰 의미가 있었다”며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DMZ 내 다양한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노력해왔다. 올해 국제푸른방패와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 위해 이번 좌담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좌담회에서 콜린스 위원은 “DMZ의 실태조사가 잘 돼 있다. 경기도에서 일반 관광객 등이 현실을 깨달을 수 있도록 여러 전시와 시설물을 굉장히 잘 설치해 감사하다. DMZ의 보존과 가치 확산에 힘을 쏟은 경기도와 경기역사문화유산원의 노력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터너 위원은 “DMZ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DMZ가 가진 인간과 자연의 역사를 볼 수 있다. 이러한 경관‧문화적 관점을 하나로 연결해 문화 공간 측면에서 DMZ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쿤리페 의장은 “한국이 유일한 분쟁 국가로 아직 갈등이 있는 만큼 국제법이 더해져 유산 보호를 어떻게 해야 좋은지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DMZ를 통해 만든다면 굉장히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8일 DMZ 생태관광지원센터에서 개최한 ‘DMZ 문화유산 보존 좌담회’에서 피터 스톤 국제푸른방패 위원장(왼쪽에서 다섯번째)과 이지훈 경기문화재단 경기역사문화유산원장(여섯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제공

■ 남북 긴장 상태에도…전문가 논의·준비로 기회에 발빠른 대처해야

배기동 위원장은 세계인의 배움의 장소가 될 DMZ의 가치를 전망했다. 그는 “많은 한국사람들은 독일의 분단상황을 배우고자 베를린 장벽을 방문하는데, 미래에는 세계인들이 20세기 인류가 이데올로기의 피해를 얼마나 봤는지 알기 위해 DMZ를 방문하게 될 것”이라며 “DMZ의 배경이 정치적 파워게임으로 생겨났고, 현대유산을 어떻게 재해석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 20세기에서 살펴보면 DMZ는 단순한 한국유산이 아닌 20세기 전쟁을 통한 20세기 인류유산으로 볼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성진 학예연구관은 “좌담회를 통해 얻은 방안으로 DMZ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선 개발과 자연재해에서 유산의 보호, 군사적 파괴·훼손 우려에서 보호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 연구관은 “지금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선 군사협정서 이 외에 유산 보호를 위한 법적 체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제푸른방패위원회와 보호체계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불 등 재연재해에서 DMZ를 보호할 수 있는 협력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자연재해에서 문화재를 보호할 방안 등도 논의됐다.

특히 남북의 문화적 교류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치지도자들의 협력 문제와는 별개로 문화유산 전문가들은 이번 좌담회와 같은 논의와 준비 과정을 충실히 진행해 교류의 기회가 오면 정확하고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일치했다.

스톤 위원장은 “DMZ가 앞으로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굉장히 흥미롭고 이를 지켜보고자 한다”며 “그 기회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 여러분과 함께 그 목적을 이루길 고대한다”고 전했다.

이지훈 경기역사문화유산원장은 “이번 좌담회가 경기도민들에게 DMZ 내 존재하는 문화유산에 대해 널리 알리는 기회, DMZ 등재에 밑바탕이 될 의미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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