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광수중, “호기심 키우는 학교...미래 주인공 자란다” [꿈꾸는 경기교육]
학생 스스로 질문하고 답변 얻는 과정 통해
자기주도 학습법 배워… 지식 ‘쏙’ 실력 ‘쑥’
2024 학교 현장을 가다 광주 ‘광수중학교’
‘배움이 즐거운 마을 공동체 평화학교’를 비전으로 삼고 있는 광주 광수중학교는 1967년 개교해 57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광수중은 배움 중심의 수업과 협동 학습, 나눔과 돌봄의 문화로 구성된 교실문화, 학생과 교사의 교학상장과 교직원 간, 학부모 간 동방 성장을 추구하는 학교문화를 추구한다. 이와 함께 참여와 소통을 통한 협력체제, 지역문화 복합체 중심축 구축, 지역 공동체 복원을 통한 마을문화 조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올해 광수중은 경기도교육청의 ‘질문하는 학교’ 선도 학교로 선정돼 학생들의 다양한 지적 호기심과 창의력을 배양하는 데 앞장선다. 학생이 꿈을 갖고 스스로 문제를 풀어나가며 삶의 주인이 되는, 평화 공동체로 성장하는 데 전념 중인 광수 중학교의 질문하는 학교 과정 첫 도전을 살펴봤다.
■ 학생 주도 교육 풍토에 뿌린 ‘질문 수업’ 씨앗... AI 교육도 ‘착착’
광수중은 10여년 전부터 혁신학교로 지정, 운영돼 오면서 단순한 지식 전달 위주의 수업이 아닌, 학생의 자기 주도 학습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등 전인적 성장을 위한 역량 중심의 교육과정을 추구하는 풍토가 이미 갖춰져 있다.
올해 광수중은 이 같은 기반에 경기도교육청의 ‘질문하는 학교’ 과정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비해 학생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가는, 삶과 연계된 깊이 있는 수업을 구현하고자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전 학년 디지털 교과서 보급, 인공지능(AI) 적극 활용, 학생 성찰 등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광수중은 면 단위 지역에 위치, 학생들의 교육 기반 시설이 타 지역에 비해 다소 부족해 학교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에 광수중은 일찍이 교내 무선망은 물론이고 학생 1인당 1대의 디지털 기기 환경을 구축했으며, 수업 활용에도 적극 임하고 있다. AI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해 학생의 창의성과 문제 해결력을 신장시키는, 질문하는 학교 운영에 필요한 조건이 이미 갖춰진 것이다.
광수중은 질문하는 학교 과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 챗 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하기로 전략을 세웠다. 생성형 AI가 문답을 기반으로 구동하는 만큼 학생 스스로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어떤 답을 얻길 원하는지’를 알기 위한 성찰에 적합한 수단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광수중은 질문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습득한 뒤 학생 스스로 수업 내용에 대한 성찰의 과정을 거쳐 다양한 질문과 탐구를 할 수 있도록 학생 참여형 탐구 수업을 개발·적용하고 있다.
교사들 역시 AI를 이용한 질문하는 학교 수업 과정의 효율성을 체감하고 있다. 학생의 질문 역량을 강화하려면 학생 질문에 대한 교사의 개별적인 피드백이 필수지만, 한 명의 교사가 30명에 가까운 학생을 일일이 대면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사가 교과 내용을 기반으로 만든 AI 챗봇을 질문하는 학교 수업에 활용하면서, 학생들은 즉각적으로, 각자의 질문에 대한 피드백을 끊임없이 받을 수 있는 구도가 형성됐다. AI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질문하는 능력을 키우는 게 필요하지만, 반대로 AI 시대가 질문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배경 역할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실제 광수중은 AI 챗봇을 활용해 질문 수업을 진행한 결과 학생들로부터 반복되는 질문이 부끄럽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돼 계속해서 다른 질문을 고민하고 던져 보며 성찰할 수 있었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일부 학생들은 AI 챗봇과의 세밀한 문답 끝에 수업 시간에 배우지 않았던 프롬프트(AI에게 내리는 명령) 엔지니어링 기술을 스스로 습득해 나가기도 했다.
좋은 질문을 통해 원하는 대답을 얻어 가는 노력이 반복되면서 교과 수업에서의 질문 수준이 향상한 것은 물론이고 이를 넘어선 지식 습득 효과도 나타난 것이다.
■ 좋은 질문을 위해 성찰하고 토론하는 교육문화 조성
광수중은 질문하는 학교 과정 운영 자체가 처음인 만큼 학기 말 전 학년을 대상으로 ‘질문하는 방법 배우기’ 시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좋은 질문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인 사실적, 개념적, 논쟁적 질문에 대한 개념을 가르치고, 유형별 질문을 직접 만들어 보는 한편 이를 보드게임 등 흥미 있는 활동으로 승화시켜 자연스럽게 체화하는 게 골자다.
광수중은 1학년의 경우 ‘서로 존중하고 함께 성장하는 나’를 교육 목표로 설정, 공동체와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도록 교육할 예정이다. 학급 공동체가 한 학기 동안 교과, 체험학습 등 교육과정 속에서 함께 겪은 다양한 상황에 대해 여러 입장과 가치로 구성된 질문을 만들고 보드게임 형태로 문답을 공유한다. 이를 통해 광수중은 학생이 한 학기 동안 질문과 답변의 능동적인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성찰을 통해 교육 주체로서 바로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3학년의 경우 ‘기후위기’에 대해 본질적이고 깊이 있는 큰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작은 질문을 여러 개 만든다. 작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문헌조사와 탐구를 수행하며, 이를 통해 큰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 지구온난화에 대한 실천 방안 제시로 이어지는 과정을 펼친다.
각 교육과정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슨 질문을 해야 하며, 어떻게 질문을 해야 하는가”를 익히는 자양분이 될 예정이다.
광수중은 올해 질문하는 학교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실험적 교육과정을 지속 발굴, 적용해 교육의 내실을 다져나갈 계획이다.
이에 학교 교육과정에 질문 수업을 융합할 수 있도록 학년별 교육과정 재구성을 진행하는 한편 학생과 교사 등 학교 공동체가 공동체에게 직접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도 운영해 배움에 대한 자체 평가도 진행한다.
학생 학급 자치회의 및 교사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통해 질문하는 학교 배움 운영에 대해 ‘더 개발하면 좋을 점’ 및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개선점을 찾아 나가는 방식이다.
교사의 역량과 전문성 강화에도 나선다. 광수중은 ‘질문하는 방법’과 ‘질문으로 배우기’에 대한 교육 주체의 긍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교사 간 비전 공유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연수를 실시한다. 또 질문하는 학교 선도학교별 사례 나눔도 적극 전개할 예정이다.
“학생 주도 학습법... 좋은 질문이 답이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받는 것을 넘어 학생이 주도적으로 학습하고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를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영재 광주 광수중 교사가 전한 경기도교육청 ‘질문하는 학교’ 도입 취지다.
광수중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비, 학생의 삶과 연계된 깊이 있는 수업 구현을 위해 학생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나가는 데 앞장서기로 했다.
이 교사는 개정 교육과정의 한 축이 ‘성찰’인 데 더해 학교 교육 디지털 기기와 인공지능(AI) 기반 학습 체계가 본격 안착하는 만큼 ‘어떻게 질문하는가’가 정말 중요해졌다고 강조한다.
그는 “AI 디지털 시대가 질문 기반 수업이 가능하도록 AI·디지털 시대를 위해 질문하는 역량을 배양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이제 우리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통해 얼마든지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내가 원하는 답변을 얻을 수 있도록 좋은 질문을 하느냐”라고 짚었다.
생성형 AI에 얼마나 정교하게 질문하는지가 답변의 정확성과 질을 큰 폭으로 가르는 만큼 이를 토대로 실제 수업과 실생활에서도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정확한 질문의 중요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교사는 “과학 교과를 예로 들면 학생들에게 탐구 질문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어떤 지식을 찾는 ‘사실적 질문’, 특정 상황에서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를 생각하는 ‘개념적 질문’, 마지막으로 알고 있는 상황과 현상을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토의하는 ‘논쟁적 질문’ 등 세 가지 측면이 그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이 교사는 학생의 질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개별적인 피드백이 끊임없이 필요한데, AI를 활용한 질문 수업의 경우 챗봇 등을 활용함으로써 학생들이 즉각적으로, 개별화된 피드백을 바로바로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완성됐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한 명의 교사가 30명에 가까운 학생을 상대로 수업하는 구조에서는 질문에 대한 개별적 피드백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AI를 활용하면 학생들이 스스로 고민해 정교한 질문을 AI에게 던지고, AI의 답변 중 일부 부정확한 내용만 교사가 최종적으로 다듬어 나가는 효율적이고도 자기 주도적인 수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교사는 “학교 교과 내용을 학습한 AI로 수업을 진행하지만 때로 부정확한 답변이 나오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이를 바로잡아 가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비판적 정보 수용 역량을 갖추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교육 과정 안착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고 이 교사는 설명했다. 도교육청이 질문하는 학교 과정을 도입한 것이 올해 처음인 데다, 학교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질문’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부터가 생소했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일단 학교에서 어떻게 질문하는 방법을 가르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며 “이에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이 질문은 꼭 하고 넘어갔으면 좋겠다’ 하도록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 ‘학생들에게 질문이 어떤 구조로 이뤄져 있고 어떤 형식을 갖춰야 하는 지를 가르쳐볼까’ 등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광수중 교사들은 △외부 강사 초청 강의 △질문 수업 교수법 발굴 및 적용 사례 공유 △워크숍 실시 등 질문하는 학교의 기틀을 잡아가는 데 노력하고 있다.
광수중은 매 학기 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질문 기반 공동체 활동을 실시할 예정이다. 수업 시간에 배우고 질문한 내용을 토대로 스스로에게, 또 친구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공동체가 각 학생이 던진 질문을 함께 답하며 성찰하는 활동을 하는 방향이 될 예정이다.
이 교사는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꺼려지거나 부끄러운 것이 아닌, 스스로의 지식을 갈무리하고 주위에서 내가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교육과정의 핵심”이라며 “학생들이 ‘이런 것도 질문이 될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느끼는 게 교사들의 가장 큰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성찰할 수 있고 공동체 속에서 스스로의 지식과 모습을 돌아보며 주도적으로 학습하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이를 통해 AI·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인재가 되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질문에 대한 고민… 일상 속 의사소통에도 도움”
“평소에 선생님께, 그리고 친구들에게 어떻게 질문해야 나의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고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는지 고민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광수중 1학년 백서후 학생은 경기도교육청의 질문하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느낀 점을 이같이 전했다.
백군은 주제별 수업이 끝날 때마다 작성했던 ‘성장 일기’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더 좋은 질문을 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백군은 “공부한 내용을 효과적으로 정리하는 방법을 배웠고, 이것을 다른 일상에서도 적용할 수 있어 굉장히 유용했다”고 부연했다.
같은 학년 김효영 학생도 “질문 자체에 대해 고민하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말을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인상 깊게 나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양은 “수업이나 수행평가 활동 모든 부분에서 궁금한 점을 친구들에게 질문하고 서로 답하고, 또 질문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더 의미 있게 대화하는 방법을 체득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학년 성빛 학생은 과학 시간에 진행했던 ‘지식 시장’, 질문 사고팔기 활동을 인상 깊은 활동으로 지목했다.
성양은 “암석과 광물에 대한 수업을 듣고 난 뒤 질문 구매자와 판매자 역할을 나눠 질문을 듣고 답을 하는 과정에서 친구들이 인상 깊은 질문을 하면 저도 좀 더 생각을 정리해 효율적인 질문을 해야겠다는 욕심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그간 생소했던 ‘질문에 대한 고민’이 학습은 물론이고 일상 생활 속 의사소통 과정에서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양은 “친구는 물론이고 어린 동생들과 이야기할 때도 어떻게 내가 질문을 해야 내 의도를 알아듣고 원하는 답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며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와 더불어 어떻게 좋은 말을 할 수 있을까를 같이 생각하고 방법을 알게 돼 좋다”고 덧붙였다.
황호영 기자 hozer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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