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難得糊塗 <난득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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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난, 얻을 득, 풀 호, 진흙 도.
'호도'(糊塗)는 '풀칠'을 뜻한다.
이에 정섭은 '담장을 몇 자 양보하는 게 좋을 것 같다'라는 정중한 거부의 답장과 함께 '난득호도'라는 편액(扁額)을 보냈다.
난득호도, 요즘과 같은 '불통(不通) 시대'에는 더욱 빚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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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난, 얻을 득, 풀 호, 진흙 도. '어리숙하게 보이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의미다. '호도'(糊塗)는 '풀칠'을 뜻한다. 눈에 풀을 한꺼풀 뒤집어쓰면 제대로 보지 못한다. 그래서 중국에선 '호도'라는 단어는 어리숙하다, 어리석다, 멍청하다는 뜻으로 자주 사용된다. 어수룩하게 말하고 행동해야 사람들이 경계를 풀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법이다. 어찌보면 상대를 기만하는 행위일 수 있으나 뛰어난 처세술임에는 분명하다.
중국 청나라 때 화가·서예가·문학가로서 이름을 날렸던 판교(板橋) 정섭(鄭燮)이 남긴 글에서 유래됐다. 그는 관리로 산둥성(山東省)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사촌동생으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담장 문제로 이웃집과 소송 중인데, 담당 관리에게 얘기좀 잘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정섭은 '담장을 몇 자 양보하는 게 좋을 것 같다'라는 정중한 거부의 답장과 함께 '난득호도'라는 편액(扁額)을 보냈다. 편액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를 담았다. '총명하기도 어렵고, 어수룩하기도 어렵다(聰明難 糊塗難), 총명한 사람이 어수룩해지기란 더욱 어렵다(由聰明而轉入糊塗更難), 한 가지를 내려놓고 한 걸음 물러서면 마음이 편안해진다(放一著 退一步 當下心), 이렇게 하면 의도하지 않아도 나중에 복이 올 것이다(安非圖後來福報也).'
일찍이 노자(老子)도 비슷한 말을 했다. 노자가 쓴 도덕경(道德經) 제 45장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대교약졸 대변약눌(大巧若拙 大辯若訥)'이란 글이다. '뛰어난 기교는 졸렬해 보이고, 훌륭한 말일수록 어눌하게 들린다'는 뜻이다. 노자는 "커다란 지혜는 어리석음과 같다(大智若愚)"고 강조했다.
똑똑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것 같다. 그러나 옛날 현인들은 "똑똑한 사람이라면 속내를 감추고 바보처럼 살으라"고 조언했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난득호도, 요즘과 같은 '불통(不通) 시대'에는 더욱 빚나는 말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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