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쟁…중국-유럽의 두번째 시험대 [특파원 칼럼]

최현준 기자 2024. 6. 2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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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본격화한 미-중 패권 다툼에서 유럽은 한발 비켜서 있었다.

결국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0월 미국에 앞서, 중국산 전기차의 부당 보조금 조사에 들어갔고, 여덟달 만인 지난 12일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8.1%의 관세를 잠정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반도체 전쟁이 미국이 확실한 주도권을 갖고 아직 준비되지 못한 중국을 밀어붙이는 양상인데 반해, 전기차 전쟁은 중국이 비교우위를 점한 가운데 뒤늦게 유럽이 반격에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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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베이징 오토쇼에서 선보인 비야디(BYD)의 전기차 모델. 베이징/AFP 통신 연합뉴스

최현준 | 베이징 특파원

2010년대 본격화한 미-중 패권 다툼에서 유럽은 한발 비켜서 있었다. 유럽은 미-중 갈등에서 대체로 미국 편에 섰지만, 중국과의 경제·문화 교류도 놓지 않았다. 중국은 미국 편을 드는 유럽이 불편했지만 미국과의 싸움이 버거운 상황에서 유럽을 적으로 돌릴 수는 없었다.

2022년 터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중국-유럽 관계에서 첫 시험대였다. 러시아를 주저앉히려는 유럽과 러시아를 안고 가야 하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부닥쳤다. 중국은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뒷받침하되, 눈에 띄는 군사적 지원은 하지 않고 있다. 유럽도, 러시아도 100% 만족하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이 찾은 나름의 절충점이다.

최근 중국과 유럽은 전기차를 놓고 두번째 시험대에 들어섰다. 이 문제는 양쪽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핵심 경제 분야의 갈등이라는 점에서 쉽게 풀기 어려워 보인다.

중국은 누적된 기술과 경험이 필요한 기존 자동차 산업에서 오랫동안 삼류 국가로 분류됐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의 도래로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고, 체급이 가볍고 디지털에 강한 중국이 순식간에 전기차 산업의 리더로, 나아가 자동차 산업의 주요 플레이어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 3대 중 2대가 중국에서 생산됐고, 중국은 전기차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자동차 수출 세계 1위 국가가 됐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를 다수 보유해 자동차 산업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중국산 전기차가 쓰나미처럼 밀려오자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꼈다. 지난해 유럽에서 판매된 전기차의 20%가 중국산이고, 올해는 2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기후변화 대응으로 전기차 전환에 적극적인 유럽 시장을 가성비를 갖춘 중국산 전기차가 휩쓸고 있는 것이다.

결국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0월 미국에 앞서, 중국산 전기차의 부당 보조금 조사에 들어갔고, 여덟달 만인 지난 12일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8.1%의 관세를 잠정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미국도 지난달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지만,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를 거의 수입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양쪽 대응이 갖는 무게는 다르다.

전기차 산업을 미래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국가 역량을 집중해온 중국도 선선히 물러서지 않을 분위기이다. 중국은 유럽연합이 주장하는 과잉생산, 부당 보조금 등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보복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벤츠, 베엠베(BMW) 등 유럽 회사가 강점을 가진 중대형 내연기관차에 추가 관세를 예고했고, 유럽산 돼지고기와 유제품, 코냑 등에도 관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독일과 스페인, 덴마크,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의 약점을 찾아 맞춤형 대응에 나선 것이다.

싸움의 양상은 미국이 중국과 벌이는 반도체 전쟁보다 더 복잡할 수 있다. 반도체 전쟁이 미국이 확실한 주도권을 갖고 아직 준비되지 못한 중국을 밀어붙이는 양상인데 반해, 전기차 전쟁은 중국이 비교우위를 점한 가운데 뒤늦게 유럽이 반격에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벤츠, 베엠베 등 유럽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전체 매출의 3분의 1 정도를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처지도 문제의 난도를 높인다.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산 전기차를 막는 것이 이들 회사에 이득일 수 있지만, 눈앞의 거대한 매출을 포기하는 선택도 힘든 결정이다.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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