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기업 투자 받았지만 못버텨”…역대 최대 법인회생, 열에 여섯은 中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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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서 회생절차를 밟는 기업들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전대규 변호사는 "간이회생 절차를 밟는 중소기업 중에는 하루하루 근근이 버티는 협력 업체가 많다"며 "고금리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기초체력이 약한 영세업체가 속속 손을 들고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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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50억 이하 소규모 기업
급격한 원가상승에 속수무책
일시적인 위기에도 무너져
벤처투자 시장까지 찬바람
돈줄 마른 스타트업 줄도산
다만 올해 법인회생 양상은 이전과 다소 차이가 있다. 부채 규모가 50억원 이하인 간이회생이 전체 사건에서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는 서울회생법원의 사건 현황을 보면 지난해 간이회생 사건은 150건으로 전체 318건 가운데 47.1%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과 2021년에도 간이회생 사건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46.7%, 48.6%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올해는 5월까지 접수된 법인회생 신청의 57.2%가 간이회생일 정도로 쏠림이 뚜렷하다.
올해 3월 간이회생절차에 들어간 드론 제조 업체 C사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의 급격한 상승을 회사 운영이 어려워진 원인으로 들었다. 한 도산 전문 법조인은 “영세 중소기업들은 작은 충격에도 유동성이 고갈되는 데다 자금 조달 접근성도 떨어져 일시적인 위기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 시대 호기롭게 사업에 뛰어든 스타트업들이 ‘줄도산’ 행렬에 가세한 점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화그룹과 신세계그룹의 투자를 받으면서 주목받은 프롭테크 스타트업 어반베이스는 누적된 적자로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연초 간이회생절차에 들어갔다. 3D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유수 대기업의 투자를 받았지만 부진한 실적에 발목잡히고 말았다.
2014년 설립된 의료기기 벤처기업 엘메카도 비슷한 경우다. 해외 특허를 바탕으로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지만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지난달 간이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적자는 계속되는데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신규 투자는 막혀버리는 영향”이라며 “상장사들의 법인회생 신청은 2021년과 2022년보다 줄어든 반면 간이회생절차로 들어오는 스타트업들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밑바닥 경기를 보여주는 영세 소상공인들의 어려움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1~4월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은 4만4428건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지난해 같은 기간 3만9859건를 훌쩍 넘어섰다. 서울회생법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회생 채무자 가운데 다섯 명 중 한 명은 자영업·소상공인이었다.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가파른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전대규 변호사는 “간이회생 절차를 밟는 중소기업 중에는 하루하루 근근이 버티는 협력 업체가 많다”며 “고금리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기초체력이 약한 영세업체가 속속 손을 들고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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