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옛 신문광고] 최초의 왜건 자동차

손성진 2024. 6. 2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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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의 종류는 용도와 형태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용도에 따라서는 일반적인 형태의 승용차 외에 대체로 여가와 레저 활동에 쓰는 RV(Recreational Vehicle), RV에 드라이빙 기능을 강화한 SUV(Sport Utility Vehicle), 여러 형태의 장점을 살린 퓨전형의 CUV(Crossover Utility Vehicle), 도시의 일상과 레저 활동을 같이 할 수 있는 멀티 기능의 MPV(Multi-Purpose Vehicle)로 나뉜다.

지금은 팔리는 차 10대 중 7대가 SUV라고 할 정도로 SUV가 대세인 시대다. 트럭과 승용차의 장점을 합쳐놓은 형태다. 모하비나 팰리세이드 같은 차량이다. CUV에는 쏘울이나 레이, 베뉴 따위가 있다. 기반이 승용차 차체여서 SUV보다는 크기가 작다. MPV는 카니발과 스타리아가 해당된다고 한다. RV는 레저용 차량을 일컫지만 레저가 포함된 다양한 용도의 차량들을 넓은 의미에서 RV로 묶기도 한다. 사실 차량의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 장점을 합쳐 만든 자동차들이 나오면서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승용차의 일반적 형태는 세단(sedan)이라고 한다. 자동차가 나오기 전까지 이동수단은 마차나 가마였다. 세단은 프랑스의 스당(sedan) 지역에서 중세 귀족들이 타던 가마에서 따온 말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가마가 밖에서 보이지 않는 상자 형태였는데 세단이 그런 모양이다. 6·25전쟁 후에 한국인들 눈에 익숙한 차량의 형태는 미군이 군용으로 쓰다 남기고 간 지프였다. 최초의 5인승 국산 승용차인 '시발'은 미군 지프 엔진으로 만든 차였다. 세단 형태로 나온 국내 첫 승용차는 일본 부품으로 들여와 조립한 '새나라'였다.

한국의 자동차 제조기술도 점차 발전했다. 1955년 김제원·김창원 형제가 부산 전포동에서 출범시킨 한국GM의 전신 신진자동차도 초창기 자동차 산업의 기초를 다진 기업이다. 기술과 자본이 부족한 여건에서 맨손으로 자동차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진은 1962년 25인승 마이크로버스를 내놓으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선두주자로 나섰고, 1965년 새나라자동차를 인수하고 이듬해 일본 도요타와 제휴해 '코로나' 승용차를 생산했다.

지프와 세단밖에 없었던 자동차의 형태도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거의 전적으로 일본이나 미국의 기술에 의존했다. RV나 SUV가 나오기 전 왜건 형태의 자동차가 있었다. 신진자동차는 코로나에 이어 도요타의 '퍼블리카'를 1967년부터 1971년까지 생산했다. 왜건형 퍼블리카도 만들었다. 국내 최초의 왜건이었다(조선일보 1968년 8월 6일자·사진).

왜건은 짐을 실을 수 있는 마차를 뜻한다. 왜건 승용차는 트렁크가 있는 뒷부분을 확대해 짐을 많이 싣도록 만든 차량이다. 기반이 세단이어서 차고가 높은 SUV와는 모습이 다르지만 레저용이나 화물 운반용으로 쓸 수 있다. 퍼블리카 왜건을 최초의 왜건으로 이름 붙이는 데는 이의가 제기될 수 있다. 지프가 아닌 길쭉한 9인승 왜건 형태의 '뉴 시발'이 1957년 출시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왜건 형태의 승용차가 여러 번 나왔는데 어쩐 일인지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포니, 스텔라, 프라이드, 누비라가 세단과 함께 왜건도 내놓았고 아반떼 투어링도 왜건에 속한다. 최근 나온 현대의 i30과 i40도 왜건형이다. 왜건 차량들은 줄줄이 실패를 맛보았기에 한국 시장은 '왜건의 무덤'으로 통한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수십년 전까지는 자동차를 이용한 캠핑이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왜건은 길이가 길어 아무래도 세단보다 값이 비싸고 연비가 낮다. 짐차라는 이미지가 강해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 굳이 왜건을 선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지금은 SUV가 레저용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여기에도 파고들 틈이 없어 보인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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