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축 걸작'에 둘러싸인 비트라 캠퍼스를 아시나요

김보라 2024. 6. 2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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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세계 건축가들 놀이터 유럽의 어느 가구공장


스위스 바젤은 프랑스, 독일 국경 사이에 자리 잡은 작은 도시다. 바젤에는 수식어가 많다. 세계 최대 제약회사 노바티스와 로슈 본사 등을 품은 제약의 메카이자 50년 넘게 미술 시장의 패권을 잡아온 아트페어 ‘아트바젤’의 본고장, 최고 시계 장인들이 대대로 모여 살던 명품의 도시 그리고 대규모 페어가 1년 내내 열리는 마이스(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도시다.

바젤은 현대 건축학도와 디자이너들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바젤의 작은 상점에서 탄생한 세계적인 가구회사 비트라의 ‘비트라 캠퍼스’가 바젤 도심에서 독일 국경을 조금만 넘어가면 나온다. 바젤에 간다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다. 바젤 버스로 20분 거리, 바일 암마인에 있는 비트라 캠퍼스를 찾았다.

캠퍼스라는 이름 때문에 ‘디자인학교가 있는 곳 아닐까?’ 생각했다면 아니다. 이곳은 공장이다. 세계로 수출되는 비트라 가구의 90%를 여기서 제조한다. 공장 건물과 사무실, 회의실 등은 체리나무가 드리워진 넓은 녹지에 툭툭 놓여 있다.

이곳에서 눈길이 닿는 곳은 어느 하나도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현대 건축과 디자인의 기념비적 작품이 그 안에 모두 모여 있다. 버스정류장, 주유소, 소방서, 산책로까지 모두 건축 거장들의 손길을 거쳤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들의 작품으로 가득 차 있다.

큰 화재로 모든 공장이 불에 타버린 1981년, 비트라는 영국 산업 건축가 니컬러스 그림쇼를 시작으로 프랭크 게리(캐나다), 안도 다다오(일본), 자하 하디드(영국-이라크계), 헤르조그&드 뫼롱(스위스), 렌초 피아노(이탈리아), 알바로 시자(포르투갈) 등에게 작품을 의뢰했다. 비트라 캠퍼스 투어를 하며 가장 놀라운 지점은 건축의 시기다. 지금이야 세계가 인정하는 거장이 된 건축가들이지만 이들이 비트라 캠퍼스를 위해 설계할 때만 해도 그리 유명하지 않았다. ‘비트라 캠퍼스가 프리츠커상의 예선 무대’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상상과 설계가 건축가의 일이라면, 그 건축을 완성하는 건 그곳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일. 어느 한 곳도 그저 뽐내기 위해 지어진 ‘죽은 건축’이 아니다. 가구를 만드는 공장으로, 세계로 수출하기 위해 머무는 물류창고로, 위대한 디자인을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디자인이 바꾸는 일상을 그려보는 쇼룸으로 1년 내내 살아 숨 쉰다. 모든 공간이 쓸모를 위해 건축되고 그렇게 모든 공간이 유기적으로 순환하므로 이곳은 마땅히 건축가들이 꿈에 그리던 ‘원더랜드’라 할 만하다.

창문마다 보이는 나라가 다르다…'열두 겹' 쌓아올린 집 위의 집
현대 건축물 성지

스위스 바젤 출신의 건축 듀오 헤르조그 & 드 뫼롱이 지은 비트라의 플래그십 스토어 ‘비트라 하우스’(2010). 비트라 제공


비트라 캠퍼스는 서유럽 중심부에 있다. 스위스 바젤 시내에서 차로 약 20분. 독일 국경을 지나 라인강을 따라 자리한 농촌 마을 ‘바일 암마인’까지 가는 55번 버스가 시간마다 두 대씩 다닌다. 버스 정류장에 내리면 그 풍경에 먼저 놀란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대부분 농경지이거나 곧게 뻗은 도로밖에 보이지 않아서다. 입구를 조금 지나면 꽃봉오리처럼 피어오르는 프랭크 게리의 백색 건축이, 짙은 회색의 매스들이 불규칙하게 쌓여 있는 헤르조그&드 뫼롱의 역작이 눈에 들어온다.

반세기 넘게 산업단지였던 이곳이 어떻게 현대 건축물의 성지가 됐을까.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면 ‘비트라 건축 투어’를 추천한다. 비트라 캠퍼스는 비트라 하우스의 쇼룸과 숍, 레스토랑과 카페, 정원 등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공개한다. 드넓은 정원과 체리나무 그늘 아래 비트라의 상징적인 의자들이 툭툭 놓여 있어 인근 주민의 피크닉 장소로도 사랑받지만, 진짜는 공장 안에 있다. 이 공장 부지엔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고, 건축 투어를 신청한 사람(하루 80명 제한)에게만 공개한다. 두 곳의 뮤지엄 입장권을 포함한 건축 투어(1인 35유로)는 오전 11시부터 하루 네 번 열린다. 낮 12시와 오후 3시 프로그램은 영어로 진행된다. 건축 투어는 두 시간 안에 끝나지만, 제대로 다 둘러보려면 반나절도 부족하다.


12개 매스로 쌓아 올린 ‘집 위의 집’

비트라 하우스(2010)는 헤르조그&드 뫼롱이 설계한 플래그십 스토어 겸 쇼룸이다. 바젤 출신의 1950년생 동갑내기 건축가 자크 헤르조그와 피에르 드 뫼롱은 비트라 디자인의 철학과 결정체들을 이 안에 다 모을 수 있도록 지었다. 육중한 매스들이 각자의 방향으로 뻗어나간 배열은 기존 건축의 문법을 뛰어넘는다. 12개의 덩어리는 최대 15m에 걸쳐 겹쳐 있다. 다소 혼란스러워 보이는 모습이지만 이 기다란 건축물의 양 끝은 전형적인 집의 모양을 하고 있다.

안에 들어가 보면 더 놀랍다. 공간과 공간들이 극적으로 연결되고 흐른다. 중앙의 좁은 복도는 양옆의 넓은 공간을 자연스레 구분하는데, 창이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보이는 나라가 다르다. 어디서 바라보면 독일의 땅이, 어디서 바라보면 스위스의 풍광이, 또 어딘가에선 프랑스의 하늘이 펼쳐진다. 계절마다 어떻게 달라질까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헤르조그&드 뫼롱은 2016년 비트라 캠퍼스의 또 다른 전시장 ‘샤우데포’(전시하는 창고)도 지었다. 고지식할 정도로 거대한 붉은 벽돌의 단순한 건축물은 창문 없이 아주 작은 문과 대조를 이룬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건물에 그려지는 그림자가 한 폭의 그림 같다. 벽돌 건축을 잘 하지 않았던 헤르조그&드 뫼롱은 1981년 화재 이전 비트라 공장이 대부분 붉은 벽돌로 지어졌다는 점에 착안했다. 실제 전소되지 않은 유일한 건물이 샤우데포 옆에 남아 있다. 이 건물은 디자인 유산을 영구 보존하기 위한 수장고로, 비트라 컬렉션인 만큼 그 무게감을 더한다.

캐나다 출신 건축 거장 프랭크 게리는 60세가 돼서야 처음 유럽에 진출했다. 첫 작품이 비트라 캠퍼스의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1989)이다. 비트라 제공

안도 다다오 빛의 건축, 첫 해외여행지

비트라 하우스보다 먼저 이곳을 유명하게 한 이는 프랭크 게리(95)다. ‘빌바오를 살린 건축가’라는 별명을 가진 캐나다 출신 거장은 미국에서의 명성과 달리 60세가 됐을 때 유럽에 처음 진출했다. 그의 유럽 데뷔작이 1989년 이곳 비트라 캠퍼스에 지은 비트라 공장, 비트라 디자인뮤지엄, 그리고 게이트다. 겹겹의 목련이 피듯 곡선과 직선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비트라 속 그의 유산들은 이후 그를 유명하게 만든 건축물에 비해 더 절제되고 소박하고 영롱하다.

비트라를 시작으로 유럽 전역에서 그에게 건축을 의뢰하며 건물을 자유로운 형태로 구기고 접는 해체주의 건축의 황금기가 열렸다.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1997), 미국 LA 월트디즈니콘서트홀(2003), 스페인 엘시에고 호텔 마르케스 데 리스칼(2005), 체코 프라하 댄싱하우스(1996), 파리 루이비통재단미술관(2015) 등의 씨앗이 비트라에 있다. 게리는 대형 도시 랜드마크에 몰입하던 2003년 비트라 캠퍼스로 돌아와 자신의 뮤지엄 옆에 또 하나의 소담한 백색 갤러리를 열었다.

방글라데시 건축가 마리나 타바쑴이 개발한 ‘Khudi Bari(작은 집)’. 잦은 홍수로 집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쉽게 지어 옮기고, 재조립할 수 있는 건축물이다. 올해 비트라 캠퍼스에 건설됐다. 비트라 제공


일본이 낳은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82)의 명성도 이곳에서 시작됐다. 노출 콘크리트와 빛만을 활용해 자연에 가장 가까운 건축을 하는 그는 1993년 비트라로부터 “회의실을 지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일본 밖 첫 건축 프로젝트였다. 온통 체리 나무로 둘러싸인 프랭크 게리의 건축물 옆, 그는 낮은 높이의 절제된 노출 콘크리트 벽면을 세워 ‘콘퍼런스 파빌리온’을 구상했다.

건축을 위해 오로지 단 세 그루의 나무만 베어내고 마치 일본의 신사로 향하는 입구처럼 좁고 긴 복도를 ‘ㄴ자’로 설계했다. 게리의 기하학적 건축물과 대비되는 공간, 좁고 낮은 문을 통과하면 ‘빛의 공간’이 열린다. 낮은 지반을 더 높이는 일반적인 건축의 방식과 달리 1층의 공간을 더 파내려가 회의실에 앉아 있으면 시선에 풀숲과 나무의 중심부가 걸려든다. 문의 너비를 90㎝로, 전원 스위치의 높이를 일반적인 유럽 규격보다 더 낮게 설계한 뒤 천장의 마감도 일본 다다미방의 규격 사이즈 그대로 가져와 배열했다. 회의실을 지나는 사람들이 서로 방해받지 않게 내부의 동선은 철저히 한 방향으로 통한다. 안도는 이 건물을 설계하고 2년 뒤인 1995년 하얏트재단의 프리츠커 건축상을 받았다.

불에 탄 공장 위에 들어선 소방서…'DDP 설계' 자하 하디드의 첫 작품
캠퍼스 곳곳 세계 건축 유산

세계적인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생애 첫 건축물은 비트라 캠퍼스를 위해 지어진 소방서(1993)였다. 24시간 긴장을 유도하기 위해 수평 공간 없이 사선과 사면으로만 건설됐다. 비트라 제공


1993년 안도 다다오가 일본 밖 첫 프로젝트에 몰두해 있을 무렵 스위스 비트라 캠퍼스 안에는 또 하나의 노출 콘크리트 건물이 완성되고 있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유작으로 남긴 최초의 여성 프리츠커상 수상 건축가 자하 하디드(1950~2016)의 소방서였다. 불에 탄 공장을 재건한 뒤 화재 예방에 힘 쏟던 비트라는 1990년 무렵 자체 소방서를 짓기로 한다. 이때 선택한 건축가가 하디드다.

‘도면 건축가’ 놀림받던 자하 하디드의 첫 건물

하디드의 도면을 현실에 옮긴다는 건 그 자체로 모험이자 도전이었다. 이라크 바그다드 출신으로 영국 AA에서 렘 쿨하스를 사사한 하디드는 이때까지만 해도 ‘건축물 없는 건축가’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실험적인 설계도로 공모전마다 크게 인정받았지만 이를 실현할 건축주는 아무도 없었다.

마흔 살 넘도록 인테리어, 제품 디자이너로만 활동하던 그에게 비트라 소방서는 첫 시험 무대이자 첫 준공작이 됐다. ‘상상 속 도면을 건축으로 실현할 수 있다’는 걸 세상에 검증한 사례기도 했다.

떠 있는 듯한 지지대, 사선과 사면으로 구성돼 얼어붙은 콘크리트 같은 날카로운 외관, 실내에선 어떤 공간에서도 -심지어 바닥에서도- 수평과 수직을 찾아볼 수 없다. 내부는 화장실마저 벽면이 사선이다. 한시도 긴장을 풀지 말라는 건축가의 의도였을까. 실제 소방관들은 “10분만 앉아 있어도 멀미가 난다”고 매일 불평했다고. 2년 뒤 공장과 600m 거리에 공공 소방서가 생기며 이 소방서는 폐쇄됐다. 지금은 전시 공간으로 쓰인다. 비트라 캠퍼스에서의 실험이 주목받으며 하디드는 심장마비로 별세하기 전까지 40여 개국에서 200여 개의 프로젝트를 펼쳤다.


건축 미학이 만든 공장의 신세계

비트라 건축 투어의 핵심은 산업 건축에 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업·주거용 건축물이 아니라 혁신적인 공장 건축의 끝을 볼 수 있어서다. 영국의 하이테크 건축가 니컬러스 그림쇼(84)는 비트라 공장 화재 직후인 1981년과 1983년 두 개의 공장을 지었다. 가장 값싼 대량 생산 소재로 가장 빠르고 튼튼하게 공장을 건축하기로 이름난 장인. 수평의 견고한 공장은 당시 6개월마다 하나씩 완공돼 화재 후 1년 만에 공장을 다시 가동할 수 있게 했다.

그림쇼의 건축물이 완공된 이후 프랭크 게리의 공장(1989), 알바로 시자의 공장(1994), 일본 건축그룹 SANAA의 물류창고(2012)가 잇달아 개관했다. 건축가들은 상대 건축가의 작품을 방해하지 않는 어울리는 건축을 고민했다. 시자(90)는 비트라의 역사 속 공장을 재현하기 위해 붉은 벽돌 공장을 세웠다. 뾰족하게 치솟은 하디드의 공간에 중립적인 배경을 만들고자 한 선배 건축가의 배려기도 했다.

SANAA는 수평인 두 공장 앞에 수직으로 물결치는 거대한 원형 물류창고를 지었다. 기존 물류창고를 일부 허물고 지으면서 반원을 2006년에, 나머지 반원을 2009년에 완성해 물류창고가 멈추는 일은 없었다고. 이 창고와 시자의 건축물 사이엔 이동식 지붕이 하나 설치돼 있는데 그 원리가 재밌다. 날이 맑을 땐 다른 건축물에 방해되지 않으면서 물류 차량이 원활하게 지나다니도록 하늘 높이 떠 있다가 비가 오면 자동으로 수직 하강해 4m 높이까지 내려온다.

3만여 종의 야생 식물이 조화를 이루는 ‘우돌프 정원’(2020)은 주변 건축 유산들의 아름다운 산책로가 된다. 비트라 제공


작지만 소중한 건축 유산들의 안식처

비트라 캠퍼스의 건축물 중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인류의 유산으로 남을 만한 것이 곳곳에 남아 있다. 렌조 피아노(86)는 6㎡의 공간 안에 모든 기능이 들어 있는 초소형 생활 주택 디오게네(2013)를 남겼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 디 시노페의 이름을 따 지은 이름이다. 세속적인 사치품을 혐오한 그는 통 속에서 산 것으로 전해진다.

프랑스 실용주의 디자인의 선구자 장 프루베와 그의 형제 앙리가 1953년 디자인한 최초의 대량생산 주유소도 2003년 이곳에 놓였다. 정유회사 토탈이 의뢰해 만든 모듈식 주유소는 당시 3년 만에 프랑스 전역에 100여 개가 설치됐다. 현재 남아 있는 3개의 주유소 중 하나다.

단게 겐조와 함께 20세기 후반 일본의 가장 중요한 건축가 시노하라 가즈오(1925~2006)의 초기 걸작 중 하나인 도쿄의 ‘우산집’(1961)도 들판 위에 서 있다. 정사각형 구조의 목조 주택으로 피라미드 형태 지붕이 얹혀 있다. 2020년 도로 건설로 철거 위기에 처하자 비트라는 이 집을 구입해 1년간 복원했다.

일본 건축가 쓰요시 테인이 건축한 ‘테인 가든 하우스’(2023). 나무와 초가, 밧줄 등 자연의 재료로만 지어져 정원사들의 휴식 공간으로 쓰인다. 비트라 제공

야생 정원 속 초소형 초가집

비트라 캠퍼스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건축으로 여전히 진화 중이다. 비트라 하우스 뒤편 4000㎡에 달하는 ‘우돌프 정원’은 네덜란드 정원 디자이너 피에트 우돌프가 2020년부터 꾸미고 있다. 미국 뉴욕 하이라인, 영국 런던 서펜타인갤러리, 이탈리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도 초대된 디자이너다. 그는 3만여 종에 달하는 야생 식물들을 균형 있게 조화시켜 1년 내내 신비로운 정원을 가꿔가고 있다.

이곳의 정원사들이 편히 쉬고 장비를 보관하는 ‘테인 가든 하우스’는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일본 건축가 쓰요시 테인이 지난해 건축했다. 8명이 들어가는 15㎡ 크기의 집은 돌, 나무, 초가, 밧줄 등 자연 재료만 사용해 지어져 야생 정원 곁에 한 몸처럼 서 있다. 텃밭과 양봉장을 곁에 두고 있는 외부 계단을 따라 지붕 위에 오르면 정원 전경과 비트라 캠퍼스의 주요 건축물들이 360도로 펼쳐진다.

바일 암마인·바젤=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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