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역시 캡틴 SON! 벤탄쿠르 인종차별도 용서 "사과했고, 잘못도 인지했다→우리는 형제"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발언을 너그러이 용서했다. 의도적으로 모욕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벤탄쿠르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손흥민은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벤탄쿠르와 얘기했다. 그는 실수를 했고, 잘못을 인지해 내게 사과했다"면서 "모욕적인 말을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우리는 여전히 형제다.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에게는 이미 과거의 일이며, 계속 단결하고 있다. 우리 클럽을 위해 싸우는 걸 프리시즌부터 다시 함께할 것"이라고 변함없는 우정과 동료애를 과시했다.
손흥민이 인종차별 논란 진화에 나섰다. 거의 일주일가량 인종차별에도 동양인 차별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서구권 문화에 실망했던 국내 팬들도 손흥민의 넓은 아량에 더는 논란을 키우지 않게 됐다.
국내외 손흥민을 겨냥한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을 두고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 오죽하며 토트넘을 담당하는 풋볼런던의 알레스데어 골드 기자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며 "벤탄쿠르의 발언은 당연히 멍청했다. 물론 악의적이거나 비하 의도를 담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인종차별적 발언의 형태를 띄고 있는 건 분명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벤탄쿠르의 발언이 단순한 농담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우루과이 사람들의 문화처럼 여기기도 한다. 이러한 사고방식 자체가 끔찍하다"라고 작심 발언을 했다.
골드 기자는 "이런 이슈를 쫓으면서 불필요한 관심을 쏠리게 한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런 접근도 어리석다. 아마 손흥민이 다른 인종이나 국적이었으면 더 크게 논란이 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마지막 언급에서 알 수 있듯이 손흥민이라서 오히려 덜 불타는 느낌이다. 만약 대상이 흑인이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 있다. 그만큼 서구권은 도양인을 비하하는 데 있어 상당히 가벼운 시각과 무례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최근 손흥민과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가 입은 인종차별 케이스와 관련한 가해자들의 징계 수위만 보더라도 큰 차이를 보인다. 손흥민을 줄기차게 모욕한 노팅엄 포레스트의 한 남성은 2,408파운드(약 428만 원)의 벌금을 물었다. 처벌도 3년간 축구장 출입이 거부되는 정도였다.
인종차별 사건으로 징계가 너무 약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비니시우스 건은 달랐다. 손흥민이 독일과 영국에서 인종차별을 당하듯이 비니시우스도 스페인에서 상당한 조롱에 시달렸다. 오죽하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동안 겪었던 인종차별 발언들을 1분30초 가량의 영상으로 만들어 게재할 정도였다.
화제성의 차이는 있었겠으나, 비니시우스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했던 피의자들은 8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동안 축구장 출입 정지 정보로 그쳤던 처벌 수위가 실형으로 확대됐다. 물론 인종차별을 없애는 데 있어 의미가 큰 형량이지만 손흥민과 비니시우스를 둘러싼 징계를 봤을 때 동양인 차별 문제가 터부시되는 측면을 외면할 수 없다. 축구계에서도 흑인이 인종차별을 당하는 것에 비해 동양인의 피해 사례는 이슈가 되지 않거나 처벌 수위가 낮은 대목을 엿볼 수 있다.
벤탄쿠르 역시 비슷한 태도를 보여준다. "내 형제인 쏘니!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한다. 정말 나쁜 농담을 했다.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절대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려고 한 말이 아니었다"라고 올린 사과문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24시간 이후면 자동적으로 삭제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려 지금은 벤탄쿠르가 인종차별 발언에 대해 사과를 했는지조차 찾아볼 수 없다.
발언 수위에 비해 잘못을 인지하고 개선하려는 태도보다 농담으로 치부하며 실수한 부분에 무게를 실은 것도 문제다. '친한 사이에 나눈 사담이니 크게 신경쓰지 말라'는 식의 대응은 사실상 손흥민이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길 바라는 뉘앙스로 해석하기 충분하다.
사과를 했으니 끝이라는 듯 벤탄쿠르는 웃고 즐기는 사진을 게재하고 있다. 우루과이 대표팀 훈련장에서 미소를 띤 모습이거나 유니폼을 입고 동료와 함박웃음을 지어보인다. 구설수에 오르면 온라인 활동도 차분하게 가져가는 게 일반적인데 벤탄쿠르는 인종차별 지적만 외면하면서 SNS 업로드를 멈추지 못하고 있다.
토트넘도 마찬가지다. 평소에는 '인종차별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면서도 정작 팀 내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입을 꽉 다물고 있다. 국내는 물론 영국 현지에서도 토트넘의 공식적인 징계 필요성을 주장하는데도 새 시즌 유니폼 홍보에나 열을 올리는 실정이다.
팀 내 인종차별로 징계를 내리는 건 이상할 게 없다. 일단 프리미어리그 팀 내에서 인종차별 농담으로 이슈가 된 사례는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베르나르두 실바가 벤자민 멘디에게 인종차별적 농담 섞인 글을 올려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럼에도 조용한 토트넘을 이해하지 못한 팬들의 물음이 얼마나 많았는지 오죽하면 토트넘 소식에 정통한 피터 오 키프는 벤탄쿠르 케이스가 구단에서 정식으로 논의되는 것에 "이들은 현재 자리를 비우고 있어 논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 구단이 개입하더라도 공식 성명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구단이 가만히 있으니 팬들이 앞장서 행동한다. 영국 매체 'BBC'에 따르면 인종차별 자선 단체인 '킥잇아웃'이 벤탄쿠르가 토트넘 동료 손흥민에게 한 인종차별 인터뷰 제보를 많이 받았다. 이에 킥잇아웃은 벤탄쿠르 발언에 관한 보고서들을 토트넘 구단과 관련 당국에 보내는 실정이다.
이를 제보한 팬들의 시선에서는 이미 토트넘은 인종차별을 묵이하는 구단으로 낙인이 찍혔다. 유럽 축구를 선도하는 규모의 빅클럽인 토트넘 입장에서는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돈보다 소중한 이미지를 잃게 됐다.
국내에서 탄탄한 팬층을 자랑하던 토트넘의 아성도 흔들리고 있다. 무대응에 국내 팬들의 분노가 상당하다. 공교롭게도 다음 달 한국을 찾는 토트넘이라 사과로 끝낼 일을 이렇게까지 키우는 게 이해가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토트넘은 7월 31일과 8월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각각 팀 K리그,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할 예정이다. 2년 전 한국 팬들의 큰 사랑을 확인했던 토트넘이 재차 국내 마케팅에 나서는 일정이다. 지금 같아서는 토트넘을 반기기보다 인종차별 질문이 더욱 도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따랐다.
결국 주장이 나섰다. 손흥민이 벤탄쿠르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품으면서 리더의 면모를 다시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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