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6월 폭염
‘가마솥’이 따로 없다. 아직 6월인데, 전국에서 폭염 신기록이 세워지고 있다. 19일 서울은 35.8도까지 올라 1958년 이후 가장 더운 6월 날씨를 기록했다. 낮 한때 39도까지 오른 경북 경산시처럼 체온보다 기온이 더 올라간 도시도 여러 곳이다. 20일 기상청은 서울에 이틀째 폭염주의보를 내렸다. ‘더위 먹은 소 달만 봐도 허덕인다’는 속담이 있다. 한낮이 너무 뜨겁다 보니 밤에 달만 봐도 놀란다는 말인데, 지금 소가 아니라 사람이 그럴 지경이다.
때이른 폭염은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미국은 북동부·중서부 지역을 덮친 열돔 현상으로 비상이 걸렸다. 그리스는 이달 40도가 넘는 더위가 계속돼, 관광객 6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고 한다. 인도 역시 무더위가 이어져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폭염은 동물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멕시코에선 폭염에 지친 원숭이들이 나무에서 잇따라 떨어져 죽었다. 이 모두가 앞으로 점점 더 잔인해질 여름의 예고편만 같다.
서울의 한낮 기온이 35도를 넘긴 20일, 강제 퇴거 위기에 몰린 쪽방 주민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손팻말을 들었다. 이들은 ‘2024 홈리스주거팀’ 주최로 기자회견을 열고 회현역 인근 한 고시원의 퇴거 통보가 “불법”이라며 서울시에 대책을 요구했다. 건물주가 한 달 안에 나가달라고 하자, 이를 막아달라는 것이다. 서울시가 ‘쪽방’으로 지정한 이 고시원에는 현재 8명의 주민이 산다. 이 무더위에 서울시가 외면하면 이들은 당장 갈 곳이 없어진다. 개인의 재산권 행사 운운하며 모른 체할 게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대책이 필요하다. 서울시가 자체 브랜드로 앞세우는 ‘약자와의 동행’이 이럴 때 답을 줘야 한다.
모든 재난이 그렇듯이, 폭염도 취약계층을 먼저 덮치기 마련이다. 1년 전, 코스트코 노동자 김동호씨는 카트 정리를 하다 쓰러져 숨졌다. 폭염 특보가 내려진 날이었다. 쪽방 주민들과 또 다른 ‘김동호씨들’은 이 여름이 안전할지, 우리 사회가 달라졌는지 오늘도 묻고 있다. 폭염이 드러내는 ‘불평등’ 징후를 국가가 한발 앞서 읽고 대비해야 한다. 폭염 쉼터나 안개 분사기 같은 폭염 처방도 더 촘촘해지고, 노동자 휴식권도 존중돼야 한다. 이 모든 게 인간이 지구를 함부로 쓴 탓인데, 하늘만 원망할 순 없으니 말이다.
이명희 논설위원 mins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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