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세금 22%, 수익낸 펀드 일단 팔자"…장기투자 막는 금투세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2024. 6. 2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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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펀드시장 금투세 쇼크
개인들 이미 펀드환매 나서
투신·사모펀드 순매도 뚜렷
매년 9~10월 증시 약세 사이클
펀드런 겹치면 하락폭 커질것
미성년 자녀 명의로 든 펀드
100만원 초과 수익 나면
연말정산서 인적공제 제외

◆ 금투세 포비아 ◆

5년 전에 딸아이 이름으로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어린이 펀드에 가입했던 김 모씨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이 다가오면서 올해 펀드를 환매할 예정이다. 그동안 신경 쓰지 않고 살았는데 금투세가 도입되면 일정 기준 이상 수익에 대해 연말정산에서 인적공제 혜택이 사라진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보유하고 있던 펀드여서 100만원 넘게 수익이 났는데 인적공제를 못 받아 세금을 더 토해내느니 일단 올해 환매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당시 은행에서 펀드에 가입할 때 이것저것 번거롭게 서류를 많이 작성해 이번에는 펀드를 환매한 후 다른 투자를 할까 고민하고 있다.

내년 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하반기 펀드시장에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당초에는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서 이탈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면 이제는 국내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 해외 주식, 펀드 등 모든 자산에 대해 연내 매도와 환매가 대거 일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누적돼온 양도차익을 모두 현금화해야 내년에 과세되는 양도차익 규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 활황과 시장금리 진정으로 국내외 주식·펀드가 대부분 수익권에 있는 상황이어서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펀드 중 연말정산 인적공제를 받는 가족 구성원 펀드, 수익이 250만원 이상인 채권이나 해외 주식 펀드는 모두 환매할 가능성이 있다.

금투세 시행이 가까워지는 올 4분기께 본격적으로 시장에 환매 대응 성격의 투자신탁발 매도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개인투자자들이 계속 한국 주식을 팔고 있는 가운데 투신 매물까지 출회하면 사실상 시장에 뚜렷한 매수 주체는 외국인과 연기금만 남을 수도 있다.

이미 올해 국내 증시에서 개인이 6조7853억원을 순매도하고 투신은 2조3957억원, 사모펀드는 3조2821억원을 팔아치웠다. 개인들이 국내 주식 펀드를 환매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주식 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들은 21조3293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방어했다.

다만 9~10월은 계절적으로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시점이어서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있어도 개인과 투신·사모의 매도세가 거세면 증시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코스피는 2022년 9월 12.8%, 2023년 9월에는 3.6% 하락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9~10월에 추석연휴로 인한 자금 수요, 연말을 앞둔 일부 펀드들의 포지션 청산, 대주주 양도차익 과세 회피 물량까지 나오며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향이 뚜렷했다"고 말했다.

연말정산 인적공제는 배우자·직계존비속·형제자매까지 대상이 매우 넓어 대부분 근로소득자들이 연말정산 시 1~3명을 인적공제해 사후정산을 받아왔다.

연말정산 인적공제는 100만원 한도로 돼 있기 때문에 미성년자 명의 계좌나 직계존속 계좌에서 국내외 주식·채권·펀드 수익이 100만원을 초과하면 인적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내 주식만 봐도 최소 250만명 정도가 연말정산 인적공제 대상으로 알려져 있다. 금투세 도입 후 100만원 초과 이익을 거두면 이들이 인적공제 대상에서 빠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3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주는 60대가 189만명, 70대가 61만명, 80대 이상이 25만명이다. 고용률을 감안하면 근로소득이 없는 60대 이상 주주가 180만명가량 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여기에 20대 미만 주주도 76만명이다.

한 증권사 PB센터 관계자는 "금투세가 도입되기 전에 인적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족 구성원의 주식 펀드형 계좌가 있다면 매도로 차익실현을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채권형 펀드는 지금도 이자와 채권가격 차익에 모두 과세하는 방식이지만 연말정산을 감안하면 환매 후 차익실현을 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에 장기보유공제가 없는 한 금투세는 장기 투자를 저해하고 '펀드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주식형 펀드 역시 금투세가 도입되면 배당소득세가 아닌 양도소득세로 과세되기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할 수 있는 자산가들에게는 이득이다. 그러나 수익 2000만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소액 투자자들에게는 세율이 15.4%(배당소득세율)에서 22%(양도소득세율)로 높아지기 때문에 연내 환매해서 배당소득세만 부담하는 게 나을 수 있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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