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동료의 인종차별 발언에 입 연 손흥민···“우리는 형제” 감싸안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만난 손흥민(왼쪽)과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포옹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경제]

손흥민(토트넘)이 같은 팀 동료 선수인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손흥민은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벤탄쿠르와 얘기를 나눴다”며 “그는 실수를 저질렀고, 이를 알고 사과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모욕적인 말을 할 의도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형제이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우리는 이 일을 극복하고 단결했다”며 “프리시즌에 다시 하나가 돼 우리 클럽을 위해 싸우기 위해 다시 함께 할 것”이라고 우애를 드러냈다. 벤탄쿠르와 손흥민은 현재 영국 프리미어리그 클럽인 토트넘 훗스퍼에서 같이 뛰고 있는 동료다.

앞선 15일 벤탄쿠르는 모국인 우루과이의 한 방송에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그는 “손흥민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진행자의 요청에 “손흥민 사촌 유니폼을 갖다줘도 모를 걸. 손흥민과 그의 사촌은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에 그와 진행자는 웃으면서 대화를 나눴다. 이는 ‘동양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라는 뉘앙스의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인식된다.

논란이 거세지자 벤타쿠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쏘니,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하겠다. 나쁜 농담이었다”면서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 거 알지? 절대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려고 한 말이 아니었다”고 손흥민에게 사과를 전했다.

한편 인종차별적 발언에 영국의 인권단체인 ‘킥 잇 아웃(Kick it out)’도 나섰다. 이 단체는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팀 동료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부분에 대해 많은 제보를 받았다. 제보와 여러 자료를 토대로 토트넘 구단과 관련 당국에 심각성을 전달했다”며 “벤탄쿠르는 자신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동아시아는 물론 더 큰 범주의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토트넘 구단은 벤탄쿠르의 발언과 관련해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최성규 기자 loopang7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