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천룡인" vs "남자는 벌레" 남녀 혐오전쟁 갈수록 독해지네

권선미 기자(arma@mk.co.kr) 2024. 6. 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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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판 N번방 사건과 훈련병 사망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 젠더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여성들의 일반적인 정서를 대변하지는 않는다"며 "반인륜적이고 일탈적인 범죄를 특정 성과 연결 지어 편견을 갖고 바라보면 젠더 갈등을 키울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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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판N번방·훈련병사망 사건
2030 젠더 갈등에 기름 끼얹어
경찰·軍 부실대응도 분노 키워

"두 사건을 지켜보면서 전에 없었던 여성 혐오가 생겨났다. 온라인상에서 스스럼없이 남성들의 은밀한 신상을 유포하며 조롱하고, 사망한 훈련병에 대해 잘 죽었다며 가해자인 중대장을 영웅시하는 모습에 분노했다."(30대 남성 직장인)

여성판 N번방 사건과 훈련병 사망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 젠더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최근 남성 커뮤니티에서는 '나거한(나라 전체가 거대한 한국 여성)' '한국 여성은 천룡인(인간 위에 군림하는 특권계층)'처럼 여성을 겨냥한 적대적 표현이 넘쳐난다. 훈련병 사망 사건의 가해자가 여성 중대장이란 사실이 드러난 후 여성 혐오 분위기는 한층 거세졌다. 이에 질세라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한남충(한국 남자 벌레)' '한남견(한국 남자 개 같다)' '군무새(군대 얘기를 하는 남성 비하 단어)' 등으로 남성을 공격하고 있다. 일부 극단적 커뮤니티에서 발화된 '성(性) 전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파만파로 확산되곤 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여성들의 일반적인 정서를 대변하지는 않는다"며 "반인륜적이고 일탈적인 범죄를 특정 성과 연결 지어 편견을 갖고 바라보면 젠더 갈등을 키울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병역은 모든 남성이 짊어지는 것으로 '(훈련병이) 내가 될 수도 있었다'는 인식이 있어 공분할 만했다"며 "젠더 갈등을 방지하려면 정의를 바로 세우고 투명하게 조사해 처벌해야 했지만, 군과 경찰의 적절치 못한 대응이 남성들의 반발을 야기했다"고 꼬집었다.

여군에 대한 편견과 이에 따른 갈등에 관해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체력 기준이 남녀가 거의 동일한 미국, 남녀가 내무반을 같이 쓰고 여군이 강한 이스라엘 등 선진국을 벤치마킹하고 지휘관들이 여군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다면 젠더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고용 문제에서는 성 평등이 일정 궤도에 올라선 것으로 분석되면서 언제까지 특정 성을 배려해야 하느냐는 논쟁이 뜨겁다.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공무원 등 특정 직군에서는 여성 비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며 "이제는 더 이상 여성이 소수가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우대 없이 남성과 경쟁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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