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SK 사업재편안 … 손실 우려 주주들 반발에 '삐걱'

정승환 전문기자(fanny@mk.co.kr),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2024. 6. 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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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사 'SK온 구하기' 시나리오만 10여개
벼랑끝 SK온 자금 확보 위해
이노베이션·E&S 합병 검토
합병비율 조율에 난항 예고
SK엔무브는 2대 주주 난색
SK온과 합병안 사실상 제동
분리막 생산 SKIET 매각은
실적부진에 인수후보 불투명

◆ 기로에 선 SK ◆

SK이노베이션이 합병이나 매각 등 사업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업재편 시나리오만 10개가 넘는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어려움에 처한 SK온을 부활시키는 게 핵심이다. 주요 변수는 주주들의 반발이다. 20일 SK이노베이션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SK E&S와의) 합병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결정된 부분은 없다"고 공시했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의 최대주주(89.52%)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합병 비율이 합병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합병 비율이 SK이노베이션 주주에게 불리하게 나오고 주식매수청구권 기준 가격이 주가를 웃도는 가격에 형성되면 주식매수청구권이 큰 규모로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현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합병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 주식가치 희석은 불가피하다"며 "합병가액 산정 수준에 따라 합병 자체에 대한 유불리 영향은 가변적인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상장사(SK이노베이션)와 비상장사(SK E&S) 합병은 상장사에 불리한 합병 비율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 시각이다. 상장사는 시장가격으로 평가되는데 주가 하락 시점에 합병이 추진되면 상장사 주주들에겐 불리한 합병 비율이 나온다. 앞서 2022년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비율이 주주 반대로 변경됐던 이유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1년 전에 비해 반 토막 난 상황이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배다.

김규식 변호사는 "상장사와 비상장사 합병 시 상장회사 주주들은 저평가된 가격에 합병을 하게 돼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합병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이라 주총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SK이노베이션 최대주주(36.22%)는 SK(주)이며, 외국인 20.9%, 기관은 14.3%에 달한다. 개인 주주도 20%가 넘는다.

그룹 지주사 SK(주)는 이 같은 합병안을 바라보는 속내가 복잡하다. 그룹 차원에서 SK온 정상화는 당면과제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친 후 발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SK E&S 알짜사업을 SK온에 붙이면 SK온 재무구조 개선에 플러스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데 SK(주) 주주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받아오던 SK E&S의 배당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SK(주)는 SK E&S 지분 90%를 보유했으며, SK E&S는 지난해 연결 당기순이익 9542억원 중 5270억원을 현금배당했다. 배당성향은 55.2%다. 앞서 2021년과 2022년 배당성향은 각각 112.1%, 73.5%였다.

합병 대신 SK이노베이션이 SK(주)로부터 SK E&S 지분 90%를 사들인 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후 적절한 시점에 SK E&S와 SK온을 합병시킨다는 시나리오다. SK온 지분 약 10%를 소유 중인 재무적투자자(FI) 입장에선 합병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IB업계 관계자는 "주주 간 계약서에 따르면 SK온의 FI 동의를 받지 않으면 일체의 합병을 추진할 수 없다"고 밝혔다.

SK온과 SK엔무브 합병안은 SK엔무브 2대주주인 IMM크레딧앤솔루션(ICS)의 거센 반발로 사실상 보류된 분위기다. 앞서 ICS는 2021년 SK엔무브 지분 40%를 1조1195억원에 인수했다. 2027년까지 기업공개(IPO)를 한다는 전제를 단 투자였다.

ICS 입장에서 보면 SK엔무브는 매년 1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인 반면, SK온은 영업적자 회사다. 굳이 SK온과 무리하게 합병할 실익이 없는 셈이다.

또한 SK엔무브 배당 성향은 98%로, 1대주주뿐 아니라 ICS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지난해 현금배당 총액은 6436억원에 달했다. IB업계 관계자는 "SK엔무브가 ICS에 수익을 보장해주면 SK온과 SK엔무브 합병이 가능하겠지만, 현재 SK는 이를 보장할 돈이 없다"며 "주주 간 이해관계가 달라 양사 간 합병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용 분리막을 생산하는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SKIET 지분율은 61%에 이른다. SK이노베이션 지분가치는 2조원 정도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매각가격은 지분가치 이상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매수자다. 전기차 시장이 주춤해지면서 분리막 사업도 직면탄을 맞았다. SKIET는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461억원에 영업손실 67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작년 1분기보다 10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또한 SKIET 매출 중 SK 계열사와의 거래 비중은 약 73%(2022년 기준)에 달한다. SK그룹이 일정 기간 매출을 보장하지 않는 한 인수자가 나타나기 어려운 이유다.

유상증자 등 SK이노베이션의 SK온 직접 지원도 가능하다. SK이노베이션은 35조원이 넘는 현금이 있으며 사업 매각 등을 통한 현금이 늘고 있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전일 대비 15.57% 오른 반면 SK(주)는 3.95% 내린 가격에 거래를 마감했다.

[정승환 재계전문기자 / 나현준 기자 /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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