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생 팔자 상팔자...젊을땐 요트타고, 늙으면 요양원에

채제우 기자 2024. 6. 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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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일본엔 연간 1300만원짜리 강아지 요양원, 중국엔 반려동물 해외여행 패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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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 있는 한 애견 요양원. 직원이 12살 된 강아지를 산소 캡슐에서 꺼내고 있다. 이 강아지는 뇌전증을 앓고 있어 산소 캡슐에서 치료를 받는다고 한다. 최근 일본에선 노견들을 위해 전문 치료 시설을 갖춘 애견 요양원이 인기를 끌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 요양원에선 매일 오전 8시 30분부터 어르신들 아침 식사 준비가 시작된다. 요양원 직원 요시이 미즈키씨는 따뜻한 물에 불려둔 음식에다 고기를 섞어 믹서에 곱게 갈아낸다. 각 어르신들마다 먹는 약이 달라서 음식엔 각기 다른 가루약을 타서 일일이 맞춤형 제조를 한다. 그러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치매 증상이 있는 어르신은 직접 무릎에 눕혀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먹인다. 그런데 이 어르신들, 사람이 아니다.

일본 사이타마현 가즈시에 있는 ‘애니멀케어하우스’. 요시이씨는 한 노견(老犬)을 무릎에 눕히고 식사를 떠먹이며 말했다. “치매가 있는 노견은 먹는 걸 까먹고 멈추기도 해요. 그래서 이렇게 먹여야 하죠.”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에서 식사가 끝난 할아버지·할머니 강아지들은 전용 쿠션에서 낮잠을 자고, 에어컨 켜둔 너른 방을 걸어 다니며 건강 관리를 한다. 사람보다 나은 황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룸버그는 “전 세계적으로 반려동물이 ‘인간화(humanization)’되고, 반려동물을 위한 음식과 서비스들이 프리미엄화되면서 관련 산업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지난해 3200억달러(약 440조원)에서 2030년 5000억달러(690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그래픽=김의균

◇연간 1300만원짜리 요양원

일본에선 이미 고령 반려동물 요양원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에 사는 13살짜리 강아지 ‘유키’는 지난달부터 반려동물 요양원에서 지내기 시작했다. 사람 나이로 환갑을 넘은 유키가 때때로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자 보호자가 입원을 결정했다고 한다. 유키는 이곳에서 매일 1시간가량 바깥 공기를 맡으며 산책을 하고, 산책이 끝나면 3~4시간씩 산소방에서 낮잠을 잔다. 2주에 한 번은 수의사가 요양원을 방문해 건강 상태도 확인한다. 일본 노령견 정보 제공 사이트 ‘노견케어(老犬ケア)’에 따르면, 일본 전역엔 이미 이 같은 노령견 요양원이 55곳 운영되고 있다.

이용 요금은 시설과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일본 고령 반려동물 서비스 중개 플랫폼 ‘노견개호(老犬介護)’에 따르면, 반려동물 요양원은 풀밭에 둘러싸인 ‘교외형’, 접근성이 좋은 ‘도심형’ 등 유형별로 요금이 달리지고, 1년 기준 가격은 43만엔(약 380만원)부터 150만엔(약 1300만원)까지 다양하다. 최고가 요금제의 경우 반려동물을 위해 매달 약 110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일본에서는 이 외에도 바쁜 1인 가구, 외출이 힘든 노인들을 위한 반려동물 방문 돌봄(시간당 3000엔)과 출장 진료 등 가지각색의 서비스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반려동물 비만치료제까지

반려동물 시장은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아끼는 가정이 늘면서, 이들의 ‘무병장수’를 위해서라면 흔쾌히 지갑을 여는 이들이 늘어서다. 최근엔 반려동물 영양제가 봇물처럼 쏟아진다. 강아지, 고양이용 종합비타민, 오메가3와 동물들이 주로 앓는 관절염, 피부염 등을 예방한다는 영양보조제도 쏟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반려동물 영양제 시장은 지난해 24억9000만달러에서 2030년 37억3000만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다.

사람만큼 잘 먹는데 사람처럼 운동 부족이라 뚱냥이·뚱멍이가 된 반려동물을 위한 비만치료제 개발도 한창이다. 미국반려동물비만예방협회에 따르면, 2022년 미국 고양이의 61%, 개의 59%가 과제중이거나 비만으로 조사됐다. 반려동물 사료 제조업체 ‘베터초이스’의 마이클 영 대표는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위해 어떤 지출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사람이 먹는 약을 반려동물에게 먹이는 것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라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국내 이동통신사 KT는 반려견 목에 채워 활동량을 분석하는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페보’와 이와 연동한 자동 급식기 ‘펫위즈’ 서비스도 내놨다. 시간대별로 반려견 활동량을 기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급식량을 조절하는 비만 관리 장치다.

◇비행기·요트 타는 동물들

반려동물 인구가 늘고, 고객층이 다양해지면서 전 세계 곳곳에서는 그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초호화 서비스도 늘고 있다. 최근 중국 부자들 사이에선 반려동물과 비행기·요트 등을 타고 여행을 하는 서비스가 인기다. 중국증권보에 따르면, 중국의 반려동물 전문 여행사 ‘아이총요우(愛宠游)’는 이달 중국 최초로 ‘반려동물 동반 해외여행’ 패키지를 출시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2021년부터 중국 각지로 떠나는 반려동물 동반 투어를 운영해왔는데, 한 달 전부터 예약이 꽉 찰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며 “이번 태국 투어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발리나 핀란드 등 여행지를 계속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LG유플러스와 제주항공 등이 지난 15일 운영한 반려동물 동반 '김포~제주' 노선 비행기에 강아지 '고구미'가 보호자 옆자리에 앉아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최근 국내에서도 LG유플러스·제주항공 등이 손잡고 반려견 전용 항공편을 운항하기 시작했다. 이 상품은 반려견이 사람처럼 ‘1견 1석’을 차지하고 비행기를 탈 수 있는 데다, 비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수의사가 비행을 함께 한다. 지난 4월엔 김포~제주 노선을 운항했는데, 요금은 보호자 2인과 반려견 1마리 기준 59만8000원이었다.

이처럼 각종 반려동물 서비스가 생겨나면서 반려동물 관련 지출도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반려동물제품협회(APPA)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반려동물 관련 지출액은 2018년 905억달러(약 125조원)에서 2022년 1368억달러(약 190조원)로, 4년 만에 1.5배 수준으로 커졌다. 여기에 반려동물용 보험, 반려동물 여명 서비스 등 각종 지출이 늘어나며 반려동물 관련 지출 규모는 가파르게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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