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보다 극적인, 타인의 삶"…김태호 PD가 요리한 '72시간'

김다은 2024. 6. 2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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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김다은기자] "타인의 삶을 맛깔나게 다양한 맛으로 준비했습니다." (김태호 PD)

김태호 PD는 자타공인 대한민국의 대표 예능 연출가다.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 '지구마불 세계여행' 등. 수많은 히트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이번엔 사람 냄새나는 리얼리티다.

7명의 셀러브리티를 모았다. 낯선 나라, 낯선 환경, 낯선 이름, 낯선 일에 뛰어들게 했다. 김 PD는 "실제 인물들의 삶이 드라마보다 극적이다. 예측 불가 스토리가 펼쳐진다"고 했다.

"데이빗 린치 감독님이 '아이디어는 물고기와 같다'고 하셨죠. 누구나 잡을 수 있지만 요리사 능력에 따라 요리가 달라진다고요. '가브리엘' 역시 자신합니다. 하나의 재료로 여러 요리를 만들었죠."

열심을 품고 공들였다. 그만큼 고됐다. 해외 로케라 변수가 터졌다. 그렇기에 결과물은 기대이상이었다. 김 PD는 "현장에 나가면 프로그램이 우릴 디렉팅하는 느낌이었다"고 표현했다.

JTBC 새 예능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 측이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홀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김태호 PD와 이태경PD, 박명수, 홍진경, 지창욱, 덱스, 가비, MC 데프콘 등이 자리했다.

'가브리엘'은 관찰 리얼리티 예능이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세계 80억 인구 중 한 명의 이름으로, 72시간 동안 '실제 그 사람의 삶'을 살아가는 프로그램이다.

김태호 PD가 선장으로 나섰다. '놀라운 토요일', '혜미리예채파' 이태경 PD도 힘을 합쳤다. 왜 '가브리엘'일까. 김 PD는 "미스치프 브랜드 창립자 가브리엘 이름에서 땄다"고 밝혔다.

단순한 질문에서 제목을 결정했다. 김 PD는 "회의를 하다가 가브리엘이 떠올랐다. 전시도 하고 재미있는 일을 많이 한다"며 "원래 그의 삶을 섭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체재로 AI 프로그램 '가브리엘'이 탄생했다. 방송에서 가브리엘은 출연진의 인터뷰를 토대로 7명의 스타 타인을 매칭한다. 다른 국적, 다른 이름, 다른 문화를 경험하게 한다.

일단, 전 세계를 대상으로 스토리가 있는 실존 인물들을 찾아야 했다. 김 PD는 첫 회의에서 전 세계 지도를 펼쳤다. 어느 지역도 빠뜨리지 말고, 다양한 삶을 담아보자고 다짐했다.

10개국이 넘는 나라의 코디네이터를 만났다. 김 PD는 "데이터를 펼쳐 놓고 그물 던지듯 던졌다. 접근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좁혀갔다"고 회상했다.

제작진이 집집마다 방문해 캐릭터를 확인했다. 김 PD도 현장에서 그들의 삶을 미리 관전했다. 그리고 그대로 구현했다. "어떤 편은 체험 삶의 현장 같고, 여행 분위기가 있는 곳도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출연진 섭외는 예상외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첫 기획안에 적었던 모든 이들이 흔쾌히 김 PD 제안에 응답했다. 모두 "김 PD 이름을 보고 선택했다"고 답했다.

박명수(태국 치앙마이), 염혜란(중국 충칭), 홍진경(르완다 키갈리), 지창욱(멕시코 과달라하라), 박보검(아일랜드 더블린), 가비(멕시코 멕시코시티), 덱스(조지아 트빌리시) 등이다.

김 PD는 섭외 이유를 밝혔다. "타인에 대한 몰입도가 높은 배우들과 몰입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한 분들을 모았다"며 "몰입도에 대한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박명수와는 '무한도전' 이후 함께하는 첫 작품이다. 김 PD는 2011년 '무한도전' 기획 특집 '타인의 삶'의 정통성을 이어가고 싶어, 박명수에 출연을 제의했다.

김 PD는 "처음으로 박명수의 진실된 리액션을 봐서 당황스럽고 좋았다"면서 "가족들과 헤어지며 눈가가 촉촉해지더라. '바위도 바람과 비에 틈이 생기는구나'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출연진은 타인의 삶에 흠뻑 빠졌다. 박명수는 시장 상인, 홍진경은 모델 지망생, 지창욱은 농부로, 덱스는 와인 항아리 제조사, 가비는 선상 위 댄서로, 박보검은 합창단 리더로 활약했다.

박명수는 "'타인의 삶'에서는 의사였다. 이번에는 태국에서 '쏨 땀'을 만들어 파는 한 가정의 가장이다. 공감됐다"며 "힘든 것보다 얻은 게 많은 경험이었다"고 돌이켰다.

덱스는 짧은 시간 깊게 몰입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게 흔하지 않다"며 "지방 출신이라 시골이 낯설지 않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해 질 때까지 일하는 삶이 흥미로웠다"고 이야기했다.

홍진경은 어릴 적 꿈을 다시 떠올렸다. 그는 "모델이 되기 위해 워킹했던 때가 떠올랐다"고 했다. 가비는 "거리 악사의 삶이 흥미로웠다. 가족과 친구에 대한 애정도 되살아났다"고 했다.

MC 데프콘은 VCR을 통해 이들의 삶을 간접 경험했다. 그는 "도파민에 뇌가 절여져 있어서 힐링이 필요했다. 지구촌 어딘가에 천사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소시민의 삶을 담고 있다. 감동이 있다"고 요약했다.

출연진과 실존 인물들은 72시간 동안 깊게 감정을 교류했다. 김 PD는 "마지막 촬영 때 육체적인 힘듦을 호소하기보다 감정적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가브리엘'은 '서진이네2'와 경쟁한다. 김 PD와 대한민국 예능의 한 축을 이루는 나영석 PD의 연출작이다. 김 PD는 부담보다는 오히려 나PD에 감사하다고 했다.

김 PD는 "동시간대 모든 시청률을 합쳐도 30%가 안 되는 시대다"면서 " 나PD가 지난 10년간 좋은 상권으로 만들어 놓은 시간대다. '가브리엘'도 좋은 매력을 보여주며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목표 시청률도 제시했다. "수도권 가구 시청률 3%대로 시작해서 5%로 끝났으면 한다"면서도 "궁극적으로 시청자들이 좋은 콘텐츠를 골라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관전 포인트를 꼽았다. 이 PD는 "예능답게 코미디 요소도 곳곳에 있다. 데프콘이 '이 프로그램 처음 올 때 도파민 없을 줄 알았는데 있다'고 한 게 기억난다"고 했다.

박명수는 "박보검이 저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최선을 다했다"며 "세계 어디에 가도 사람 사는 게 똑같다고 공감하실 것이고 억지웃음도 없다. 시즌2를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가브리엘'은 오는 21일 오후 8시 50분 첫 방송한다.

<사진=이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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