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북·러, 조약 체결로 ‘확실한 우군’ 확보
북한, 러시아 통해 체제안정 도모
국제사회에서 고립은 더 심화될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체결하면서 양측 관계를 군사동맹에 가까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양측의 ‘확실한 우군’ 확보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미국 등 서방과 대치 중이고, 북한은 한·미·일 등의 압박으로 체제안정을 위협받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0일 공개한 북·러 조약 내용을 보면, ‘유사시 지체없이 군사적 원조 제공’ 조항이 담겼다. 군사동맹에 준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또 방위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마련 등 각종 군사협력을 시사하는 내용과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를 무력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조약을 통해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군수물자를 지원받을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러시아는 2022년 촉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탄약 등 군수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양측은 그간 비밀리에 무기를 거래한 것으로 국제사회는 본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다. 러시아 또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 서방으로부터 각종 제재를 받고 있다. 특히 미국은 지난 5월 자국의 일부 무기를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2023년 3월 전쟁 범죄 혐의로 푸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러의 조약을 두고 “미국과 나토의 지원으로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이 임박한 것에 대비해 러시아가 북한에서 무기를 지원받을 명분을 확보하고 공개적으로 받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러시아는 본토를 공격받으면 북한에 군사기술을 전면 제공하겠다고 압박하는 등 서방과의 협상에서 (조약 내용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확실한 체제안정을 꾀할 목적으로 조약 체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의 확장억제와 한·미·일의 군사협력 강화는 모두 북한을 겨냥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최근 남북 9·19 군사합의의 효력을 전면 정지하면서 접경지역에서 군사훈련도 재개할 계획이다. 북한은 러시아의 자동 군사개입 약속을 통해 이러한 위협에 대응할 든든한 뒷배를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건 북·러의 공통된 목적이기도 하다.
북한은 각종 군사기술 지원을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최근 발사 실패한 군사정찰위성 관련 핵심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이전받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낙후한 재래식 전력을 현대화하는 데도 러시아 도움을 원할 가능성이 있다. 전투기와 방공망 성능 개량, 핵잠수함 관련 기술 이전 등이 북한의 원하는 지원들이다.
최대 관심사는 러시아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지원할 것인지다. 북한은 핵능력을 고도화해왔지만 핵탄두 소형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등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지는 못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러시아가 핵 능력 고도화 기술까지 전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북한은 이밖에도 유엔의 대북 경제 제재를 회피하는 출구로 러시아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조약에 노골적으로 대북 제재에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시킨 데서 이런 의도는 분명히 확인된다.
그러나 북·러의 관계 격상을 계기로 한·미·일이 군사협력 수위를 더 끌어올리면서 대치가 격화할 수 있다.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 또한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북·러의 고립은 오히려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한으로선 당장 중국의 지지를 받아내는 것도 숙제다. 이번 회담이 중국이 북·러와 멀어지는 원인으로 작용하지는 않겠지만, 중국은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는 경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료된 이후에도 양측의 협력이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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