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 구교환 "이제훈 뛸 때 전 뭐했냐고요? 피아노 연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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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3일 개봉하는 영화 '탈주'는 배우 이제훈과 구교환의 '남남(男男) 케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제훈은 북한군 최전방 부대를 탈영해 목숨 걸고 비무장지대를 가로질러 남쪽으로 질주하는 규남을 연기했고, 구교환은 규남을 뒤쫓는 보위부 간부 현상 역을 맡았다.
'탈주'에서 구교환은 모순덩어리처럼 보이는 현상이라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그려내는 연기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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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다음 달 3일 개봉하는 영화 '탈주'는 배우 이제훈과 구교환의 '남남(男男) 케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제훈은 북한군 최전방 부대를 탈영해 목숨 걸고 비무장지대를 가로질러 남쪽으로 질주하는 규남을 연기했고, 구교환은 규남을 뒤쫓는 보위부 간부 현상 역을 맡았다.
규남이 자유를 향한 열망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라면, 현상은 훨씬 복잡한 내면을 가진 입체적인 캐릭터다.
북한의 체제 이데올로기를 대변할 땐 인정사정없는 듯하지만, 한때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낭만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극 중 현상이 우아한 손놀림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은 그의 감춰진 면모를 보여준다.
"이제훈 배우가 밤하늘 아래 벌판을 뛰는 장면의 그 강렬한 움직임을 보면서 감탄했죠. 그때 저는 뭐했냐고요? 피아노를 연습했죠."
2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구교환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는 "피아노를 잘 연주하는 것 못지않게 피아노에 다가가는 현상의 태도가 중요했다"며 "피아노에 앉아 있는 자세에 신경을 많이 썼다. 아마도 현상의 가장 열정적인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탈주'에서 구교환은 모순덩어리처럼 보이는 현상이라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그려내는 연기력을 발휘한다. 극에 미스터리와 유머를 불어넣는 것도 그의 역할이다.
구교환은 "현상의 불안감을 표현해보려고 했는데, 잘 전달됐는지 모르겠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극 중 규남과 현상은 어린 시절 추억을 함께한 사이다. 현상이 부대를 탈영한 규남을 체포하려고 추격하는 중에도 그에 대한 애틋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구교환은 규남을 향한 현상의 마음을 그려내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이제훈 배우를 지켜보면서 가진 호감과 애정을 현상이라는 캐릭터에 대입하기만 하면 됐다"고 말했다.
구교환은 이제훈에 대해 "장면을 대할 때 집중력과 몰입도가 대단하다. 배우에게 그만큼 중요한 게 없다"며 "영화를 공부하면서 이제훈이란 배우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영화감독으로도 활동 중인 구교환은 "이제훈의 캐스팅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쓴 적이 있을 정도로 그에게 호감이 있다"며 이번에 호흡을 맞춘 데 대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제훈과는) 한 작품으로 끝날 인연은 아닌 것 같다"며 "다음번엔 내가 좀 뛸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탈주'의 현상을 보다 보면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에서 구교환이 연기한 주소말리아 북한 대사관의 참사관 태준기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구교환은 "태준기가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고 한 인물이라면, 현상은 좀 더 열려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구교환은 '탈주'의 이야기와 현상이라는 캐릭터에 관해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배우란 자기 연기를 던져 놓는 사람이지, 그것을 두고 정의까지 내리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배우가 '일타 강사'처럼 자기 연기에 관해 말하면 재미없지 않나"라고 했다.
구교환은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서 보람을 느낀 순간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정동진독립영화제 때 초등학교에 스크린을 설치해놓고 밤에 (내 영화를) 야외 상영하는데, 관객이 운동장에 꽉 찼다. 그럴 때 기분이 제일 좋다"며 "내 마음속엔 천만 관객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장편영화를 계획 중인데, 올해 안으로 크랭크인 예정"이라며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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