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상하수도 투자·관리 외면하는 정부

2024. 6. 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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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물이 나오지 않는 여름철 수도꼭지를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배수가 되지 않아 차오르는 하수구를 떠올려본 적이 있는가? 상하수도 시설이 사라진 세계는 상상하기 힘든 디스토피아다.

상하수도는 보이지 않는 길을 통해 우리 곁으로 와서 일상을 지켜주는 기본 시설이다.

이런 상하수도 시설로 인해 우리는 날마다의 삶에서 물을 풍요롭게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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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물이 나오지 않는 여름철 수도꼭지를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배수가 되지 않아 차오르는 하수구를 떠올려본 적이 있는가? 상하수도 시설이 사라진 세계는 상상하기 힘든 디스토피아다. 상하수도는 보이지 않는 길을 통해 우리 곁으로 와서 일상을 지켜주는 기본 시설이다. 인체에서 깨끗한 피는 동맥이 운반하고 더러워진 피는 정맥이 심장으로 이송시키듯이,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물은 실핏줄처럼 연결된 상하수도가 이송하는 것이다. 그런데 날마다 우리가 쓰고 있는 수돗물과 하수도를 연구하는 조직이 사라지는 형국이고, 총괄하여 관할하는 정부 내 책임 조직도 없다.

최근 상하수도 관련 사고가 부쩍 늘고 있다. 지난해에 도시 침수와 맨홀뚜껑 유실에 따른 사고가, 2024년 4월에는 오송 수돗물 탁수 사고와 이천 유충 발생 소식 등이 들려왔다. 그리고 몇 주 전에는 서울 도심 공덕사거리에서 수도관 파열 사고가 있었다. 도로에 함몰이 생길 때마다 상하수도관의 누수가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일상이다.

산업화 시기에 대대적으로 설치된 상하수도 시설은 이제 내구연한을 다해가고 있고 곳곳에서 위험의 징후가 보이고 있다. 있을 수 없다고 치부했던 검은 백조가 존재한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사람들은 아플 때 병을 드러내기보다는 감추기를 우선하곤 한다. 제때 투자하고 유지관리를 하지 않으면 지금 지불할 비용의 몇 배를 써야 할 수 있다. 더욱이 그 지불은 미래 세대가 감내해야 한다.

우리나라 상하수도는 이제 100년을 조금 넘은 역사를 지녔다. 우리보다 100여 년이 더 앞선 선진국 미국은 현재도 새로운 정수시설과 수도관 교체 등 노후 상하수도 인프라 개선을 위해 850억달러 이상의 예산 사용을 계획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정수장과 하수처리장이 늘어나게 될 미래를 생각하면 공공 영역인 상하수도 시설에서 향후 20~30년을 대비할 여러 정책이 필요하다. 기후변화로 말미암아 수처리 조건이 달라지고 있고, 탄소중립을 위해 상하수도에서의 에너지 생산 및 저감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노후화를 진단하고 시설 교체나 레트로핏을 서둘러야 하고, 덧붙여 자산관리를 통해 유지관리 효율을 높인 지속가능 시스템으로의 변환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책도 요구되고 있다. 공공서비스로서 역할과 임무를 책임질 상하수도 관련 총괄 조직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상하수도는 인간의 삶에 필수 요소인 물의 질을 변화시키는 처리장과 그물처럼 깔린 관들의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다. 정수장을 출발한 수돗물이 우리 집까지 오려면 배수지까지는 송수관을 통해, 집 앞까지는 대체로 직경 1m 정도의 배수관을 통해 배달된다.

또 우리가 만들어낸 하수가 자연을 훼손하지 않도록 분리해내는 하수관과 침수 방지를 위한 우수관 등이 수도배수관 아래에 설치되어 있다. 이는 지구에서 달까지 이를 수 있는 길이에 해당한다. 이런 상하수도 시설로 인해 우리는 날마다의 삶에서 물을 풍요롭게 사용한다. 최근 이러한 상하수도의 중요성이 경시되는 풍조로 말미암아 가까운 미래에 상하수도의 붕괴가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하수도 시스템의 붕괴는 작은 틈에서 시작된다. 초기에 그 틈을 메우는 것은 적은 돈과 노력이 들지만, 둑이 붕괴된 다음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기반시설에 지속가능한 투자와 관리를 수행할 총괄 조직에 대하여 확고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권지향 상하수도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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