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국회 운영의 새 관례를 위한 조건

2024. 6. 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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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이 숫자는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매년 실시하는 사회통합실태조사의 국회 신뢰도 수준이다.

국회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관례보다 국회법이 우선해야 한다며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것을 그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지켜온 관례가 국회 다수당의 한마디로 바뀔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 국회법에 근거한 새로운 관례가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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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소수당 배려 관례 깨고
미국식 상임위 독점 원한다면
지금의 여당 다수당 됐을때도
같은 방식 국회운영 각오해야

24.7%. 이 숫자는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매년 실시하는 사회통합실태조사의 국회 신뢰도 수준이다. 작년만 그런 게 아니라 2022년엔 24.1%, 2021년엔 34.1%, 2020년엔 21.1%, 2019년 19.7%로 대부분의 신뢰도가 20% 내외이다.

다른 정부 기관과 비교해보면 어떤 수준일까? 2023년 기준으로 중앙정부는 53.8%, 법원은 48.4%, 검찰은 44.5%로 국회 신뢰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국민이 국회를 신뢰하지 않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놀랄 일도 아니다.

좀 더 살펴보면 사회통합실태조사의 신뢰도 질문은 "맡은 일을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다고 믿습니까?"이다.

신뢰도라기보다는 업무수행 평가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으로서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과 비교해보면, 국회 지지율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결국 국회는 신뢰 측면, 업무수행 측면 또는 지지율 측면에서 낮은 기관으로 비친다.

이를 뒷받침하듯 국회는 1987년 민주화 이후 국회법이 정한 원 구성 법정기한을 지킨 적이 없다. 제21대 국회도 그렇고, 제22대 국회도 법정기한을 넘겼다.

국회가 일을 하려면 위원회 구성, 위원장 선정, 국회의원의 위원회 배정 등 원 구성이 마무리되어야 하기에 국회는 지금도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왜 원 구성은 항상 법정기한을 넘길까? 제21대 국회도 그랬지만, 제22대에서도 주요 이유는 같다.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선정이 문제이다. 민주화 이후 국회는 소수당을 배려해 법제사법위원장을 제2당에 배정하고, 다른 상임위원장 자리도 소수당에 할당해왔다.

그 관례를 깨려는 것이 원 구성 지연의 원인이고, 제22대도 마찬가지이다. 국회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관례보다 국회법이 우선해야 한다며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것을 그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가치가 더 우선해야 할까? 관례일까 국회법일까.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국회 운영 방식을 살펴봐야 한다. 대한민국 국회는 본회의 중심주의가 아닌 위원회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안건을 토의하고 결정하기보다는, 안건을 주제별로 위원회에 배정하고 그 논의 결과를 국회가 존중하는 제도이다.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건수가 2만6853건이니, 위원회 중심주의의 효율성을 부인할 수 없다. 또 여야 모두가 민생 현안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지금, 국회 원 구성의 절박성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원 구성이 원만하게 합의되어 조속히 위원회가 작동해야 일하는 국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관례를 무시할 수는 없다. 민주화 이후 지켜온 관례가 국회 다수당의 한마디로 바뀔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원론으로 돌아가야 한다. 새로운 관례가 형성되려는 지금, 국회 본연의 기능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국회는 입법기관이면서 행정부를 견제하는 기관이다. 특히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국회의 행정부 견제 기능이 한국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인 권력 분립의 취지에 부합한다.

따라서 미국의 의회 운영 방식처럼 원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점하는 것도 새로운 관례가 될 수 있다.

다만 지금의 다수당이 소수당이 되었을 때도 같은 방식으로 국회가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국회법에 근거한 새로운 관례가 만들어지고 있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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