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쿠팡, 오픈마켓 포기가 답이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유통사에서 가장 큰 획을 그은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쿠팡이다. 쿠팡은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갖다주는 로켓배송 혁신으로 소비자들의 삶을 바꿨다. 휴대폰·인터넷처럼 꼭 필요한 서비스도 아닌데 1400만명이나 되는 고객이 매월 쿠팡에 이용료를 내고 있으니 소비자 충성도가 놀라울 정도다. 작년 말 기준 7만명에 가까운 근로자를 고용하면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최근 일주일 쿠팡에 대한 여론은 사뭇 좋지 않다. 자체브랜드(PB)를 비롯해 직매입 상품에 검색 노출 가산점을 주고, 임직원을 상품 리뷰 작성에 동원했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쿠팡은 연일 억울함을 강조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상이하고 감정의 골도 깊은 상황이니 최종 판단은 법정에서 갈릴 것이다.

소비자들이 더 화가 난 건 쿠팡의 대응 방식이다. 공정위의 과도한 규제로 쿠팡은 상품을 직매입해 물류센터에 보관하고 있다가 빠르게 배송하는 로켓배송이 중단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뉴스를 접한 소비자 1400만명에게 협박으로 들렸다. 쿠팡의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로켓배송 중단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쿠팡의 전체 매출 가운데 약 90%는 직매입, 오픈마켓은 겨우 10%에 불과하다. 소비자들이 수많은 이커머스 가운데 쿠팡을 선택해 돈을 내고 쓰는 이유가 로켓배송인데, 로켓배송 중단은 사업을 접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현시점에서 쿠팡이 진지하게 고민할 대목은 로켓배송 중단이 아니라 오픈마켓 포기다. 자기 상품인 로켓배송과 중개만 해주는 오픈마켓을 동시에 가져가면 불공정 논란이 끊임없이 불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쿠팡은 직매입만으로는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모두 제공할 수 없다는 이유로 오픈마켓을 쥐고 있다. 다만 쿠팡이 연초 밝힌 계획대로 향후 3년간 3조원을 물류센터 등 인프라 구축에 투자한다면 직매입을 통해 제공할 수 있는 제품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쿠팡이 소탐대실하지 말고 오픈마켓 포기라는 결단을 통해 보다 떳떳한 기업,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최재원 컨슈머마켓부 himiso4@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