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에 맞서 원희룡 등판... 나경원 윤상현 가세해 '결선 투표' 갈까?
과반 득표자 없으면 '결선'… 나·원, '반한' 전선?
'주류 세력 간 다툼에 '총선 참패' 반성은 사라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7·23 전당대회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윤상현 의원도 이날 출마 결심을 굳혔고, 나경원 의원도 조만간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란 평가를 받는 한 전 비대위원장에 맞서 친윤석열(친윤)계 후광을 등에 업을 것으로 예상되는 원 전 장관 구도에 나 의원과 윤 의원이 어느 정도 선전을 하느냐가 당권의 향배를 가늠할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전 위원장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장동혁·박정훈 의원 등이 최고위원 러닝메이트로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당헌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할 경우 비대위가 구성된다는 규정을 염두에 둔 것이다. 현역 의원 20~30여 명이 한 전 위원장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대산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실무진 구성도 마무리했다. 한 전 위원장은 '반윤' 논란을 의식한 듯 전날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위기를 극복하고 이기는 정당을 만들어보겠다"며 출마 결심을 밝혔다. 한 전 위원장 측은 "윤 대통령께서 격려의 말씀을 해줬다"고 전했다.
이날 전격적으로 출마를 결심한 원 전 장관도 이번 전대의 최대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보수 진영 내부에서는 불출마가 유력했던 원 전 장관의 변화에 윤심(尹心)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원 전 장관과 대통령의 친밀도를 생각해 봤을 때 대통령과 상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도 오는 21일 보수혁명을 기치로 인천 미추홀구 용현시장에서 출마선언을 한다. 나 의원도 이날 "저의 결정의 시간, 결정의 때는 차오르고 있다"면서 출마 선언이 임박했음을 내비쳤다.
한 전 비대위원장 대세론에 맞선 이들은 일단 총선 패배 책임론과 당정 관계 등을 고리로 반한동훈 연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원 전 장관은 이날 출마를 결심한 문자 메시지에서 "지금은 당과 정부가 한마음 한뜻으로,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온전히 받드는 변화와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고, 나 의원도 "(당원들이) '대통령과 싸움만 하는 대표가 되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이 많다"고 했다. 한 전 비대위원장 약점에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어대한' 깨고 결선 투표 갈까?… '당심' 향방이 관건
'어대한'의 균열은 결선 투표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음 달 23일 전당대회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 투표를 진행해 28일 새 당대표를 뽑는다. 한 전 비대위원장을 제외한 후보들이 1차 투표에서 각자 득표율을 높여 한 전 비대위원장의 과반 득표를 저지하면, 결선투표에선 자연스레 양자구도가 형성되는 만큼 막판 뒤집기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시나리오다.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 우세가 뚜렷하다.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14~1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 선호도에서 한 전 비대위원장은 44%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나 의원 10%, 유승민 전 의원 10%, 원 전 장관 9% 등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당원 표심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당원 표심 80%, 일반 여론조사 20%(타당 지지층 제외)를 반영해 당대표를 선출하는 만큼, 당심 비중이 압도적이라 결선투표까지 치러진다면 접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나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조사와 당원 투표의 결과는 같지 않다"며 "당원들은 더 정치 고관여층이다. 당의 미래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해 다른 판단을 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당대회가 분화한 주류 세력 간 경쟁 구도로 전개되면서, 총선 참패에 대한 자성 및 쇄신 방안에 대한 성찰이 뒷전에 밀릴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실제 수도권 30대로 쇄신에 방점을 찍고 있는 김재섭 의원은 이날 "이번 전당대회가 새로운 시대의 전야이길 바랐지만, 현실은 여전히 시대의 마지막 밤처럼 느껴진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총선 참패 이후 역시 윤 정부 비판과 쇄신 필요성을 연일 강조한 유 전 의원도 출마를 쉽게 결심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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