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카불 탈출, 난민 수용소에서 줄넘기 훈련…이제는 올림픽 나서는 아프간 난민 태권도 선수 파르자드 만소리
파르자드 만소리(22)는 아프가니스탄 국기를 들고 도쿄올림픽 경기장에 입장했다. 수많은 세계 TV 시청자 앞에 선 그는 몇 주 후 자신이 태권도를 하기 위해 조국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예상하지 못했다. 카불 공항에서 탈레반을 피해 비행기를 타기 위해 발버둥 칠 것도, 자살 폭탄 공격으로 팀 동료를 잃는 슬픔을 겪을 것도 몰랐다. 난민 캠프에서 가족 5명과 한 방에서 몇 달을 보낸 뒤 혼자 영국으로 가리라는 것도 머리에 없었다. 만소리는 BBC를 통해 “나라와 집을 떠날 때 올림픽 유니폼 외에 다른 옷은 없었다”며 “내 유일한 목표는 올림픽이었고 파리로 가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고 말했다.
BBC는 만소리가 암울한 상황 속에서 쏟은 노력이 열매를 맺은 스토리를 20일 전했다. BBC는 “난민 캠프에서 임시 훈련을 하며 부모를 2년 넘게 보지 못했고 비자 문제로 대회에도 거의 참가하지 못했다”며 “만소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난민 대표팀으로 파리올림픽에 출전한다”고 전했다.
만소리는 도쿄 올림픽에서 80㎏급 16강에서 패했다. 런던에 사는 형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지 마라. 모든 것이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는 탈레반이 미군이 철수한 뒤 영토를 빠르게 장악해나간 때였다. 만소리는 “내 손에 국기를 든 것은 ‘쇼’가 아니다”라며 조국으로 돌아갔다. 탈레반은 2021년 8월 15일 카불을 장악했고 수도는 혼란에 빠졌다. 그들의 근본주의 통치를 두려워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서둘러 외국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당시 19세였던 만소리는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싶었고 부모와 논의한 끝에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회고했다. 만소리 아버지는 아프가니스탄 군대에서, 형은 미국인들과 함께 일했다. 보복 위험도 무시할 수 없었다. 만소리는 수술에서 회복 중인 어머니, 아버지, 형, 여동생, 조카와 함께 조국을 떠났다. BBC는 “당시 비행기장에는 총성이 끊이지 않았고 비행기 하단에 매달린 채 떨어져 죽은 사람, 공항 안팎에서 압사로 사망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만소리는 아부다비에 있는 난민 수용소로 갔다.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가족과 함께 방에 사실상 갇혀 지냈다. 그는 캠프 직원을 설득한 끝에 밖으로 조금씩 나가서 달리기와 줄넘기를 했다. 만소리는 “더 잘하지는 못해도 현재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며 “캠프에 제공되는 매운 요리를 먹다가 조금씩 외부 음식도 먹었다”고 말했다.
캠프 생활을 8개월 동안 한 그는 2022년 5월 영국으로 떠났고 지금은 맨체스터에 있는 태권도 센터에서 올림픽 메달리스트들과 훈련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아제르바이잔 등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지만 뛰어난 선수들과 좋은 시설이 있는 영국을 택한 것이다. 만소리는 영국 정부로부터 난민 자격을 인정받아 대회 출전이 수월해졌다. 그는 지난 3월 유럽 올림픽 예선에서 동메달을 따냈고 5월에는 난민 올림픽 팀에 선발됐다. 이번 난민팀은 11개국 36명이 12개 종목에 나선다.
만소리의 목표는 금메달이다. 만소리는 “내 나라, 영국, 내 지도자,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난민 대표로서 올림픽 최초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같은 말을 반복했다.
“오직 금메달, 오직 금메달.”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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