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에 가려진 스모킹건, 김건희 여사와 관저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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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철 | 논설위원
지금의 대통령 관저는 기존 외교부 장관 공관을 고친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 때 “조금 손을 봐서 쓰려고 한다”고 밝힌 터라, 약간의 개보수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증축 공사가 진행됐다. 관저 등기부 등본에도 ‘증축’ 사실이 기재되어 있다. 주 생활공간인 2층 면적이 확장됐다. 물론 증축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무자격 업체에 시공을 맡겼고, 그런 행위 자체가 불법이라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관저 증축 공사는 행정안전부와 계약한 ‘주식회사 21그램’(21그램)이 맡았다. ‘광속’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따내 김건희 여사와 커넥션 의혹을 샀던 그 업체다. 이 회사는 증축 공사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 관저와 같이 일정 면적 이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증축 공사는 ‘종합건설업’ 등록 업체만 가능하다. 건설산업기본법 등에 ‘시공자의 제한’이 엄격히 규정돼 있다. 이를 위반하면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받게 된다. 21그램은 종합건설업체가 아니다. 국토교통부에 ‘실내건축공사 전문’ 업체로 등록돼 있다. 증축 공사를 맡아서는 안 되고, 맡겨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일반 경쟁’(국가계약법 제7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관저 공사가 맡겨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행정안전부에 지난 18일 경위 설명을 요청했다. 산하 ‘정부청사관리본부’가 관저 공사를 발주·계약하고 감독한 주무 관리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일까지 답변을 주지 않았다. 예상대로다. 본부 안팎에서는 관저 공사 내내 자신들이 배제돼 있었다는 말이 오래전부터 돌았다. 그렇다면 이 공사의 실질을 주관한 사람은 누구인가.
관저 증축은 등기부 등본에 적힌 2022년 9월5일 이전에 완료됐다. 사용허가가 났다는 뜻이다. 그보다 앞서 8월에, 윤석열 대통령이 9월1일부터 관저에서 출근한다는 보도가 대통령실발로 나왔다. 그런데 돌연 입주가 늦춰졌다. 대통령 부부는 2개월 뒤인 11월7일에야 관저에 들어갔다. 대통령실은 보안시설 강화 때문이라고 했다. 증축을 끝낸 뒤 보안 공사를 추가로 했다는 취지다. 건설업계에 물어보니 “공사를 따로따로 하는 건 난센스”라고 한다. 그래서 부실 공사설이 나오는 것이다. 두달 동안 보안이 아니라 ‘보완’ 공사를 하느라 대형 건설사가 비밀리에 동원됐다는 말까지 돌아다닌다. 관저 공사를 둘러싸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의문을 규명해야 할 감사원 감사는, 아직도 출발점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2022년 12월 감사원은 참여연대의 국민감사 청구를 일부 인용해 감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이듬해 3월 감사 업무를 총괄하던 ㅇ 과장이 항의성 사표를 냈다. 자료 제출 거부 등 대통령실의 노골적인 비협조로 감사기간 연장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실세’ 유병호 사무총장(현 감사위원)이 되레 감사 중단을 요구하자 사직서를 던진 것이라고 알려졌다.
유 사무총장은 그 뒤 최측근 중 에이스라는 ㅊ 국장을 감사에 투입했다. 그런데 1년 반이 흐른 지난달 감사 기간이 또다시 연장됐다.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원 기관”이라는 소신을 가진 최재해 감사원장조차 ‘이런 상태로 감사를 마무리할 수는 없다’는 감사위원 다수의 지적에 동의했다고 한다. 그간의 감사가 엉터리였다는 말이다.
감사원 안팎의 여러 말을 종합하면, 관저 감사는 김건희 여사와 연결되는 길목에서 막혀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최초 21그램 수의계약부터 모든 의혹이 한 사람을 가리키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답변을 하면 그 사람이 타깃이 되고, 그러면 어느 업체가 들어갔고 그게 다 알려지게 된다”며 한사코 버티던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답변(2022년 8월23일·국회 운영위원회)은 많은 진실을 함축하고 있다.
“김 여사가 도배지나 수도 꼭지를 고르는 건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만약 국가 예산이 투입된 관저 공사의 업체 선정, 수의계약 등에 관여했다면 국정농단 행위가 될 수 있다. 그럴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최순실씨도 권한이 없는데 국정에 관여했다가 처벌받은 것 아닌가.”(윤 대통령의 검찰 선배·특수통)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윤 대통령 당선 이전의 일이다. ‘명품 백’ 수수에 알선수재죄를 적용하려면 넘어야 할 고개가 많다. 반면 관저 공사는 심플하다.
스모킹건을 일시적으로 숨길 수는 있다. 그러나 영구히 감출 수는 없다. 8년 전 ‘태블릿 피시’가 가르쳐준 교훈이다.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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