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리은행, 100억 횡령 자수 전엔 몰랐다…"이상징후 포착"

오서영 기자 2024. 6. 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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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700억 원대 횡령으로 지난해 대대적인 내부통제 강화안을 내놨던 우리은행에서 또 100억 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해 금융당국 조사가 한창입니다. 

조사를 통해 피해 금액은 더 늘어날 수 있는데요. 

왜 대규모 금융사고가 반복되는지 오서영 기자와 짚어봅니다. 

우선 이번 사건, 어떻게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건가요? 

[기자] 

지난 10일 우리은행 경남 지역 한 지점 대리가 경찰서를 찾아 본인이 고객 돈을 횡령했다고 자백했습니다. 

자수에 따른 횡령 규모만 100억 원가량입니다. 

지난해 이 지점으로 온 30대 대리급 직원이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몇 달간 돈을 빼돌린 건데요. 

대출과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여러 차례 총 100억 원의 대출을 실행시켰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빼돌린 돈은 가상자산이나 해외 선물 등에 투자했고, 이미 수십억 원은 손실 난 상황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 사고 직후 은행 내부에선 '내부통제' 잘 작동했다는 분위기죠? 

[기자] 

우리은행은 지난 5월 초부터 여신감리부 모니터링을 통해 대출 과정에서의 이상 징후를 포착해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압박을 느낀 직원이 자수했다는 게 은행 입장입니다. 

타임라인을 짚어보면, 5월 초 모니터링을 하다 이상징후를 포착하고, 직원에게 소명을 요청한 건 이달 초 7일. 

그리고 사흘 뒤인 지난 10일 직원이 자수를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직원이 자수한 날, 우리은행은 금융감독원에 금융사고 신고를 했습니다. 

[앵커] 

잠시만요, 그런데 왜 자수한 날 신고한 건가요? 

한 달간 뭐 한 건가요? 

[기자] 

금융감독원이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의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요. 

금감원 관계자는 "자수 전까지 은행이 횡령을 적발하진 못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은행은 대출 관련 이상함만 감지했을 뿐 '횡령'을 눈치채진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5월부터 한 달간 은행의 사고 파악 관련 큰 움직임은 없었고, 자수 뒤에야 우리은행은 급하게 횡령금 회수에 나서는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해당 지점으로 특별검사팀을 급파한 상황입니다. 

[앵커] 

아직 횡령액 회수는 당연히 안 됐겠군요? 

[기자] 

아직입니다. 

투자로 60억 원은 이미 손실이 났고요. 

경찰은 남아 있는 40억 원을 환수하기 위해 코인 계좌를 정지해 놓고 법원에 몰수·추징보전 절차도 밟고 있습니다. 

은행 내부 횡령 은닉이나 공범 여부도 열어놓고 수사 중인데, 지점장 등 해당 지점의 책임자급들은 조사에서 횡령 사실을 몰랐다며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횡령한 직원은 현재 특경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돼 있다가 어제 검찰로 넘겨졌습니다. 

[앵커] 

그런데 오 기자, 책임자들이 모른 채 결재권도 없는 대리가 이 큰돈을 쉽게 빼돌린다고요? 

[기자] 

기업 여신을 담당했던 이 직원은 기존 거래 기업 여러 곳의 대출 신청 서류와 법인 명의 계좌를 위조해 대출을 계속 실행했습니다. 

신규대출에 비해 기존 거래 고객의 추가 대출 같은 경우 감사가 더 소홀하다는 점을 이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이런 식으로 은행 자체 감독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대출금을 갚고 다시 더 큰 액수를 받는 식으로 횡령액을 늘려갔습니다. 

특히 본점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주로 10억 원 이하 대출을 3개월 만기 단기여신으로 실행한 후 대출을 갚고 다시 대출하기를 반복하는 식이었는데요. 

그러니까 최소 10번 이상 위조된 대출을 실행한 셈이기도 한데요.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대출은 지점장 전결로 처리할 수 있고, 본점의 대출 모니터링은 주로 석 달 이상 만기 대출 실행 건이 대상이라는 점을 노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창훈 /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 : 내부통제 프로세스가 자기 혼자 다 하면 안 되니까, 금액이나 중요도에 따라서 상급자가 결재해 줘야만 통과가 돼요. 윗분들 자리 비우면 그냥 가서 구두로 허락받고 눌러주기도 해요, 그러면 안 되는데. 지점장님의 승인 버튼으로 다 끝나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일상적으로 했던 업무 관행의 빈틈을 이용한 거여서 내부통제 수준을 조금 더 촘촘하게 할 필요는 있겠죠.] 

[앵커] 

우리은행 분명 지난해 내부통제 혁신을 대대적으로 밝혔는데 어떻게 된 건가요? 

[기자] 

조병규 우리 은행장이 어제 관련해서 사과했는데요. 

조 행장은 강화된 시스템 덕분에 자체적으로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조병규 / 우리은행장 (어제 19일) : 아직도 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 철저하게 저희가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해서 재발 방지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스템뿐만 아니라 모든 임직원에게 내부통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교육을 통해서 저희가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재작년에는 우리은행 차장급 직원이 712억 원을 횡령하는 대형 사고가 터졌었죠. 

우리금융그룹은 이후 지난해 7월 후속 조치로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내놨는데요. 

전 직원이 지점장급으로 승진하기 전에 내부통제 업무를 필수로 맡도록 의무화하고, 현장에 내부통제 전담 인력도 새로 배치했습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앞서 지난해 3월 취임 직후 '빈틈없는 내부통제'를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어이없을 만큼 쉽게 뚫려버렸습니다. 

이번 사고 역시 대출 승인 과정부터 사후 감시 시스템까지 허술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든데요. 

관련해 이복현 금감원장도 사전에 막을 방어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준법감시인' 역할에 대한 비판도 커지는데요. 

지난 2000년,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도입돼 은행별로 의무 선임은 하지만, 현재까지 제자리인 제도 속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활동에만 그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시스템으로 보면 3단 방어체계가 있는 셈인데요. 

1단계가 현업 부서 관리자이고 2단계가 준법감시부서, 3단계가 내부감사인데, 우리은행의 이번 사건의 경우 2단계 감시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금감원 검사, 계속 진행 중이죠? 

[기자] 

금감원은 은행이 사고 신고한 지 이틀 만에 바로 현장검사에 나섰습니다. 

추가 파악되는 횡령액이 있는지, 몇 차례 걸쳐 대출을 실행한 건지, 사고 신고는 즉시 했는지 등 모든 면을 열어두고 검사 중인데요. 

이복현 금감원장은 어제 은행장들을 소집한 자리에서 강력한 제재 의지를 밝혔습니다. 

[이복현 / 금융감독원장 (어제 19일) : 영업점뿐만 아니라 본점 단계에서의 관리 실패도 점검하고 있는데, 필요시에는 직무 규정에서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엄정하게 본지점에 대한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는 점, 책무구조도 등이 어느 정도 마련이 된다면 이런 형태의 실패를 좀 더 체계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다음 달 3일부터 시행됩니다. 

책무구조도가 도입되고, 임원에게는 내부통제 관리의무가 부여되는데, 횡령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급자에게 더 책임을 묻겠다는 겁니다. 

금융당국 차원에선 새로운 감독수단을 마련한다는 방침인데요. 

심리, 행동 분석 전문가를 투입하고 조직문화에 맞춰 회사별로 다른 감독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등 해외 사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규제와 처벌 강화의 한계를 인정하고 다른 방향의 접근을 고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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