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공익법인 주식 출연시 증여세 완화”···대기업 지배력 확대 우려

김윤나영 기자 2024. 6. 2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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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석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상속세 및 증여세의 합리적인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송언석 의원실 제공

상속세 감세를 추진 중인 국민의힘이 이번엔 기업이 공익법인에 주식을 출연할 때 내야 할 증여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기업 총수 일가가 공익법인을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쓸 수 있다는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상속·증여세 전반에 대한 개편에 나선 여당이 재계 숙원을 들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는 20일 기획재정부와 함께 한 ‘상속세 및 증여세의 합리적인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기업이 공익법인에 주식을 출연할 때 증여세 면세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은 공익법인이 기업에서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출연받으면 전체 주식의 10%까지는 증여세를 면제한다. 공익법인이 출연받은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는 20%까지 증여세를 면제한다. 다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특수관계에 있는 공익법인이면 면세 한도가 5%로 줄어든다. 공익법인을 대기업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다.

국민의힘은 공익법인의 면세 한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송언석 특위위원장은 브리핑에서 “과거엔 (기업 총수들이) 공익법인에 증여해 우회적 지배구조를 확보하려는 것 때문에 과도하게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 출연을) 막았는데, (공익법인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우회적인 지배구조와 관계없이 순수하게 공공의 이익을 위해 출자할 수 있으니 (면세) 제한을 완화해줘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시민사회에서는 공익법인이 총수 일가의 상속·증여세 절감이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은정 참여연대 사회경제국 협동사무처장은 “과거 삼성생명공익재단이 공익목적사업 자금으로 총수일가를 위해 삼성물산 주식을 취득하는 등 공익재단이 총수일가 지배력 유지를 위해 활용되는 현실에서, 세제 혜택을 확대하면 공익재단이 승계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익법인은 총수일가와 계열사의 내부거래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8년 발표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16년 대기업 소속 165개 공익법인 중 계열사나 총수일가와 거래한 곳은 60%(100개)에 달했다. 당시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총수일가가 세제 혜택을 받고 설립한 뒤 이사장 등의 직책에서 지배하고 있었고, 그룹 내 핵심·2세 출자회사의 지분을 집중 보유하고 있다”며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경영권 승계 등의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이 공익법인 증여세 완화 카드를 꺼낸 것은 재계 달래기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현행 50%인 상속세 최고세율을 30%로 인하하겠다고 밝혔으나 기획재정부는 급격한 세율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송 위원장은 “당장 세율을 대폭 인하하는 것은 애로사항이 있어 결정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신 상속세 배우자·자녀 공제 등 인적공제 및 일괄공제(5억원) 확대, 대기업 최대주주 할증 20% 폐지, 가업상속공제 확대, 공익법인 증여세 완화 등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공익법인 활성화에 초점이 있다기보다는 지배주주 일가에게 유리한 제도를 만들려는 것”이라며 “정부가 기업 밸류업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기업 총수의) 혈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업 승계를 쉽게 하려 한다면 기업 밸류업이 아니라 밸류다운”이라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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