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 2연패 기억 살려 배상문 '굿샷'
2008·2009년 역대 챔프
4언더파 몰아쳐 공동선두
최경주 격려에 동기부여
"골프 열정 다시 불타올라
우승할 때까지 도전할 것"
배상문에게 코오롱 한국오픈은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대회다. 2008년과 2009년 이 대회 정상에 오른 뒤 자신감을 얻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 진출하며 상승세를 탔기 때문이다.
2017년 전역한 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던 배상문은 2018년 이후 6년 만에 출전한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20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 배상문은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7타를 적어냈다. 권성열, 강경남과 함께 공동 선두에 자리한 배상문은 기분 좋은 추억이 있는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첫 단추를 잘 끼웠다.
한국 남자골프에서 역대 가장 많은 우승 상금 5억원이 걸려 있는 대회답게 코스의 난도는 엄청났다. 폭이 10m밖에 되지 않는 개미허리 페어웨이와 단단하고 빠른 그린은 여러 선수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배상문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드라이버·아이언 샷은 웬만해서는 페어웨이와 그린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린 위에서는 날카로운 퍼트감을 자랑하며 이번 대회 첫날 4언더파라는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완성했다.
배상문은 "코스 난도가 PGA 투어 대회들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높았다. 페어웨이를 지킨 뒤 오르막 퍼트를 남기는 전략이 제대로 통했다"면서 "이번 대회에 앞서 중거리 퍼트를 집중적으로 연습한 효과가 나타났다. 애매한 거리에서 퍼트가 몇 차례 들어가 준 덕분에 첫날 경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올해 배상문은 전역 후 최고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아시안 투어 개막전 IRS 프리마 말레이시아 오픈 공동 9위에 올랐던 그는 지난 9일 끝난 KPGA 선수권대회 준우승을 차지하며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서서히 되찾아가고 있다.
배상문은 "하루빨리 정상에 올라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골프가 잘되지 않을 때도 골프채를 놓지 않고 연습에 매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면서 "다시 한번 피가 끓어오르는 치열한 경쟁을 하고 싶다. 될 때까지 계속해서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만 54세의 나이로 KPGA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운 최경주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50세가 넘어서도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다잡게 됐다. 너도 잘될 것이라고 격려해 주셨는데 엄청난 힘을 얻었다. 골프에 대한 열정을 다시 불타오르게 해준 최경주 선배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배상문과 함께 연습 라운드를 돌며 이번 대회를 준비한 권성열도 4언더파 67타로 선전했다. 1986년생 동갑내기 친구인 두 선수는 같은 대구 출신으로 어렸을 때부터 경쟁하며 성장했다. 권성열은 "상문이는 올해로 안 지 26년이나 된 친구다. 상문이가 첫날 경기가 끝난 뒤 우리 둘의 이름이 나란히 있는 것을 보고 여기가 대구시장배 골프 대회냐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며 "친한 친구와 함께 좋은 성적을 내 기분이 좋다. 하지만 이제 첫날 경기가 끝난 만큼 방심하지 않으려고 한다. 최종일에도 절친한 친구와 우승 경쟁을 벌일 수 있도록 열심히 쳐보겠다"고 다짐했다.
선전 비결로 정교한 아이언샷과 퍼트를 꼽은 권성열은 남은 라운드에서도 핀이 아닌 그린 중앙을 보고 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권성열은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에서는 절대 공을 보내면 안 되는 지점이 정해져 있다. 그린 가운데를 보고 치면 타수를 잃을 확률이 크게 낮아진다"면서 "버디를 많이 잡는 것보다 보기를 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그린 위에 공을 올린 뒤 퍼트로 승부를 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대회 준우승자인 강경남도 4언더파 67타를 적어내 1년 전 아쉬움을 날려버릴 발판을 마련했다. 아시안투어 선수들도 대거 리더보드 상단에 자리했다. 스티브 루턴(잉글랜드)과 찬스창(대만) 등은 3언더파 68타로 첫날 경기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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