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서 환자가 의사에 폭력, 정부가 방치해" 의사들 성명 잇따라

정심교 기자 2024. 6. 2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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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서 40대 남성이 약 처방에 불만을 품고 의사를 흉기로 찌른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이를 두고 의사단체에서 "명백한 살인미수 사건"이라며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20일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환자를 치료하고 생명을 살리는 의사를 도리어 해치는 부조리한 현실에 심각한 분노와 절망을 표하며, 이는 분명한 살인미수 중범죄에 해당하기에 무관용의 원칙에 입각해 엄중 처벌할 것을 요구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의료진에 대한 폭행, 폭언 사건에 대해 정부의 강력한 대응과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밝혀왔으나, 이번 사건을 통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의사에 대한 범죄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간 의료기관 내 의료인 폭행이 여러 차례 이슈화해, 우리 협회는 지속해서 강력한 처벌을 규정하는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앞장서 노력해왔다"면서 "정부나 국회는 어느 곳보다도 안전해야 할 의료기관 내에서 칼부림이나 폭행 등으로 인해 진료에 매진하지 못하는 의료진의 호소를 더 이상 묵살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의료기관 내 만연한 의료인 폭행은 의료진의 소극적인 진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의협은 오늘(20일) 오후 피해 의사를 위문 방문해 다친 상태를 살피고 사건의 사실관계를 상세히 파악해 향후 법적 대응과 보호조치 강구 등 다방면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료기관 폭행 사고는 의료진과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다. 이러한 취지에서 의료계는 '의료인 폭행 방지법' 제정을 위해 노력해 왔다. 2015년 1월 28일 개정된 응급의료법에 따르면 응급의료를 방해하거나 의료용 시설 등을 파괴·손상·점거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016년 5월 29일 개정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행위를 행하고 있는 의료인과 의료기관 종사자, 진료를 받는 환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019년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마련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고(故) 임세원 교수 사건으로 의료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던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 제도를 응급실뿐 아니라 모든 의료기관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여전히 진료실 내 폭행 사건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성명을 낸 서울시의사회는 "금번 의사 살인미수 사태를 강력히 규탄한다. 정부와 공권력의 미온적 대처가 또다시 진료실 폭력 사건을 방치한 것과 다름없다"며 "진료실 내에서의 폭력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허용돼선 안 되는 중대 범죄이며, 반드시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의료인 폭행 시 가중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는 일반 폭행 사건과 같이 경미한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해당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서울시의사회는 천인공노할 서초동 의료인 살인미수 사건에 대해 공권력이 어떠한 처벌을 내리는지 끝까지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19일 흉기로 의사를 다치게 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19일 살인미수 혐의로 A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병원에서 40대 의사를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는다. 가해자는 미리 준비해 온 흉기로 의사의 팔, 어깨, 목 부위를 여러 차례 찔렀으며, 피해를 입은 의사는 팔 부위에 상처를 입고 봉합 수술을 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다.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A 씨는 피해자가 근무하는 병원에 다니는 환자로, 약 처방에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 씨를 상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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