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부품 미설치 승강기 ‘폭염기간 임시운행’ 허용

행안부, 2개월 내 ‘안전부품 설치완료’ 조건
제때 보수 안 한 인천 15층 아파트 운행 재개

게티이미지뱅크

승강기 안전부품 미설치 이유로 운행이 중단된 인천 중구 15층 아파트의 승강기 운행을 재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폭염에 따른 조건부 임시 운행이다.

행정안전부는 20일 안전부품이 설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운행이 정지된 전국 공동주택 승강기에 대해 조건부 임시 운행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폭염 상황을 고려해 ‘재난 등이 발생한 경우에는 개선 조치 이행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행안부는 6월부터 지속하는 폭염 속에서 노약자들이 계단을 이용해 집을 오가고, 응급환자 이송이 지연되는 상황이 ‘재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2개월 내 ‘안전부품 설치완료’를 적시한 시공계약을 마무리하고,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정밀안전검사에서 안전이 확인됐을 때 정식으로 운행을 재개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행안부의 이번 조치는 지난 5일 인천 중구의 ㄹ아파트에서 승강기 24대의 운행이 중단된 뒤 입주민들이 계단을 이용해 집을 오가는 과정에서 주민 안전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604가구의 입주민 중 절반 이상이 고령층인 ㄹ아파트에서는 승강기 운행이 중단된 뒤 2건의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

승강기 안전관리법에서는 안전검사에 불합격한 승강기는 개선 조치를 마친 뒤 재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아야 운행을 다시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ㄹ아파트 입주자대표회는 이 규정에 따라 끼임 방지장치 등을 설치해야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후 입주자회는 지난 4월 뒤늦게 승강기 보수업체 선정 계약을 마쳤지만 정작 필요한 부품은 8월이 되어야 구할 수 있다고 통보받았다. 허가조건이 이행되지 않자 승강기안전공단은 결국 지난달 27일 승강기 운행을 금지했다.

행안부는 21일 ㄹ아파트를 방문해 운행 재개에 필요한 안전부품 설치 추진 상황 등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안전부품 미설치로 승강기 운행을 정지당한 인천 중구의 ㄹ아파트. 이승욱기자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