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했던 韓美 대장주 ‘삼성전자-엔비디아’의 시총…3년만에 ‘10배差’ 도대체 무슨일 있었던거야 [투자360]
삼전 시총 바닥 찍고 회복할 동안 엔비디아는 10배 ‘퀀텀점프’
삼전 9.3→6.6조…‘7분기 연속 영업익 성장세’ 엔비디아 2.7→23.4조
엔비디아, 급등 따른 高평가 지적에도 美 월가 추가 상승에 베팅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한국과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시가총액 1위 ‘대장주’의 지난 3년 5개월간의 행보가 완전히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던 삼성전자와 달리 엔비디아 주가는 같은 기간 10배 가까이 급등하며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등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큰 기업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20일 한국거래소·나스닥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75% 상승한 8만1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으론 484조7463억원이다. 과거 삼성전자 주가가 장중 최고점(9만6800원)을 찍었던 지난 2021년 1월 11일 종가 9만1000원(시총 543조2502억원)의 89.2% 수준까지 올라선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최고점을 기록한 후 1년 8개월 만에 5만2600원(시총 314조106억원)까지 42.2%나 하락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현재 ‘8만전자’를 회복하기까지 1년 9개월이 지났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시총 1위 엔비디아의 주가 흐름은 선명한 ‘J자 곡선’의 모습을 보였다. 2021년 1월 11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주당 13.62달러였던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135.58달러로 895.45% 상승했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도 3347억달러(약 462조534억원)에서 3조3319억달러(약 4599조6880억원)까지 커졌다.
삼성전자보다 80조원이나 적었던 엔비디아 시총이 삼성전자의 9.49배로 커지는 데 3년 5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던 셈이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가 보여준 주가 흐름엔 두 회사가 그동안 거뒀던 실적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헤럴드경제는 삼성전자의 2021년 1분기~2024년 1분기(2021년 1월~2024년 3월) 실적과 엔비디아의 2022회계연도 1분기~2025회계연도 1분기(2021년 2월~2024년 4월) 실적을 비교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1분기 9조3829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2022회계연도 1분기(2021년 2~4월) 19억5600만달러(약 2조7003억원)에 그친 엔비디아 영업이익의 3.47배 규모다. 이 기간 매출액도 삼성전자가 65조3885억원으로 56억6100만달러(약 7조8150억원)였던 엔비디아보다 8.37배나 컸다.
불과 3년 후 결과는 180도 달라졌다. 삼성전자의 2024년 1분기 영업이익은 6조6060억원으로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70.4% 수준에 그친 반면, 엔비디아는 2025회계연도 1분기(2024년 2~4월) 영업이익이 169억900만달러(약 23조3429억원)로 8.64배 증가했다. 이젠 엔비디아의 영업이익이 삼성전자의 3.53배에 이를 정도로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두 회사 주가의 운명을 가른 것은 생성형 챗봇 챗(Chat)GPT의 등장과 함께 불붙은 AI주(株) 랠리다.
글로벌 반도체 하방 사이클이 한창이던 지난해 1~2분기 1조원에도 못 미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바닥을 찍었던 삼성전자가 AI용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SK하이닉스 등에 뒤처지며 반등세가 더뎠던 시기, 엔비디아는 2023회계연도 2분기(2022년 5~7월) 이후 7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성장세를 보이며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이 기간 엔비디아의 영업이익 성장률은 3288.58%(4억9900만→169억900만달러)에 달한다.
영업이익률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9.19%의 영업이익률로 두 자릿수에 근접한 반면, 엔비디아는 2025회계연도 1분기 64.92%로 제조업에선 도무지 나오기 힘든 수준의 수치를 보여줬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 칩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힘든 시장 우위를 바탕으로 판매 가격을 높이며 영업이익을 높이고 있다”면서 “규제당국으로부터 독과점 관련 제재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로 시장 내 압도적 위치를 점유 중”이라고 짚었다.
두 회사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살펴보면 최근 주가가 급등세를 탄 엔비디아의 ‘고평가’ 현상이 두드러진다.
전날 종가 기준 삼성전자의 PER은 38.10배로 엔비디아의 79.31배의 절반 수준이었다. 특히, PBR의 경우 삼성전자는 1.56배로 엔비디아의 34.99배와 비교했을 때 뚜렷하게 주가가 저평가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증권가에선 저평가된 주식의 추후 상승 가능성이 더 높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국내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추후 주가 흐름에 대한 낙관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동안 경쟁사 대비 주가 상승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수급 개선으로 실적 개선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HBM3E의 엔비디아 진입 여부가 (주가 상승) 트리거가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목표주가 컨센서스(평균치)는 10만4240원이다. 현재 주가보다 28.37%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는 셈이다.
다만, 현재 AI 산업이 초창기인 만큼 향후 시장 확대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사실상 ‘독점적’ AI 칩 시장 지배자인 엔비디아의 추가 수혜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댄 아이브스 미국 웨드부시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는 기술 분야의 금이요, 석유”라며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가운데 더 많은 기업과 소비자가 AI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젠블라트증권은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종전 140달러에서 200달러로 올렸다. 이는 미 월가에서 지금까지 나온 최고치로, 시가총액이 5조달러(약 6905조원)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회사 서스케한나는 종전 150달러에서 160달러로, 웰스파고는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125달러에서 155달러로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각각 높여 잡았다.
시총 1위 경쟁자인 MS와 애플의 PER이 각각 38.67배, 33.32배로 엔비디아의 반절 이하에 그쳤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투자 의견을 집계한 결과 매수(Buy) 46건, 비중확대(Overweight) 8건, 보유(Hold) 6건으로 추가 상승에 베팅하는 분위기다. 비중축소(Underweight)와 매도(Sell) 의견은 전혀 없었다.
다만, 엔비디아의 유례없는 주가 상승 속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작년 6월 시총 1조달러를 넘어선 엔비디아는 8개월 후인 올해 2월 2조달러, 3개월여 만인 지난 6일 3조달러를 돌파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구글, MS 등 엔비디아 주요 고객사가 자체 AI 칩 개발에 나선 데다 ‘업계 2위’ AMD와 인텔 역시 빠른 속도로 엔비디아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 중이란 점은 독주 체제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라고 짚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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