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더할 나위 없는 이제훈→팅커벨 송강까지"…'탈주' 구교환이 ♥하는 남자들(종합)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구교환(42)이 치명적인 추격자로 돌아왔다.
액션 영화 '탈주'(이종필 감독, 더램프 제작)에서 규남(이제훈)의 탈주를 알고 기를 쓰고 추격하는 보위부 장교 리현상을 연기한 구교환. 그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탈주'의 출연 계기부터 작품을 향한 애정과 열정을 털어놨다.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 병사와 오늘을 지키기 위해 북한 병사를 쫓는 보위부 장교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탈주'는 비무장지대, 철책 반대편의 삶을 향해 생사의 선을 넘어 질주하는 북한군과 그를 막아야 하는 북한 장교 사이에 벌어지는 팽팽한 추격전을 다뤘다.
무엇보다 '탈주'는 어떤 역이건 자신만의 위트와 여유를 가미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구교환은 새로운 변신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구교환은 보위부 장교의 위압적인 존재감과 어릴 적 규남이 알던 형의 다정함, 집요하고 무자비한 추격자의 모습을 자유롭게 오가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유머와 냉소, 잔혹함과 천진함을 오가는 '광기 연기'로 보는 이들의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다.
이날 구교환은 "이종필 감독에 대한 애정이 있다. 이종필 감독의 2008년 필모그래피부터 꾸준하게 지켜봤던 사람 중 하나다. 그래서 '탈주' 현상 역으로 캐스팅 제안이 들어왔을 때 낯설지 않았다. 그 분의 취향과 성향을 지켜본 관객 중 하나로서 같이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나는 늘 영화를 볼 때는 '이 영화를 처음 본다'라는 마음으로 본다. 초면처럼 대한다. 대다수의 배우가 자신의 연기 보기를 부끄러워하는데 나는 그 강도가 더 크다. 영화의 이야기를 처음 보는 관객처럼 따라가려고 노력했다. 그런 의미로 '탈주' 속 현상은 현상 그 대로 봐주길 바란다. 이건 내가 표현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가 스크린에 걸리고 드라마가 채널에 올라오면 이제 이후의 감상은 관객들 것이지 않나? 드러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캐릭터는 이런 사람이다며 강요하는 것을 싫어한다. 현상의 경우는 관객이 보는 현상 그대로 봐주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특히 '탈주'는 이제훈의 남다른 '구교환 사랑'으로 성사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앞서 이제훈은 지난 2021년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구교환을 향한 1차 팬심을 고백했고 곧바로 그해 열린 제42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감독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남우조연상 후보로 오른 구교환을 향해 손하트를 보내며 "구교환과 함께 작품을 하고 싶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결국 원하던 만남이 '탈주'로 이어지면서 꿈의 캐스팅을 완성했다.
구교환은 "청룡영화상 당시 이제훈의 러브콜이 반가웠고 좋았다. '파수꾼'에서 이제훈의 등장은 대단했다. 이제훈은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장르를 가졌는데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다. '파수꾼'부터 태풍 같았다. 이제훈을 사랑하지 않는 영화학도가 없을 정도다. 영화학도들이라면 이제훈이라는 배우를 옆에 두지 않고 이야기 하지 않는 학도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 캐스팅 순위에서도 이제훈이 항상 상위에 있었다. 실제로 이제훈을 두고 시나리오를 쓴 적이 있을 정도였다. 내가 호감을 가지고 있는 배우가 나에 대한 호감이 있다고 하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탈주'는 더할 나위 없는 캐스팅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나는 오랫동안 이제훈을 지켜본 사람 중 하나다. 그래서 신을 만드는 데 어색함이 없었다. 극 중 캐릭터들도 잘 알고 지냈던 사이였는데 실제로 내가 이제훈을 지켜보며 가져온 호감과 애정을 현상에게 녹여내려고 했다. 그래서 현상이 규남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렵지 않았다"며 "이제훈은 장면을 대하는 집중력, 몰입감이 자극됐다. 배우한테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이제훈은 순간적 집중력이 너무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제훈을 향한 칭찬이 마르지 않는 구교환은 "이제훈의 연기를 보면서 자연에서 할 수 있는 액팅은 다 한 것 같더라. 이제훈의 연기를 보면서 많이 놀랐고 자극을 받았다. 힘과 에너지가 온전히 느껴졌다. 위, 아래 강렬하게 움직이지 않나?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했느냐. 나는 피아노 연습을 했고 또 '탈주'에서 현상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내가 해야 하는 감정적 연기에 더 충실하려고 했다. 다음에는 내가 좀 뛰겠다. 이제훈과 한 작품으로 끝날 인연은 아닌 것 같다. 이제훈을 생각하면 쓴 시나리오도 따뜻할 때 작업을 해야 하는 게 있다. 아쉽게도 그 시나리오는 영화화 되지 못했는데 신선한 시나리오가 있다면 다시 이제훈과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 덧붙였다.
비단 이제훈뿐만이 아니었다. 구교환은 '탈주'에서 리현상을 흔드는 선우민 역으로 특별출연한 송강과도 미친 케미를 선보여 보는 이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미묘한 눈빛 연기를 통해 예상치 못한 '러브라인'까지 형성하며 관객의 궁금증을 자아낸 것.
구교환은 송강에 대해 "리현상의 창문을 열어주는 팅커벨 같은 존재다"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묘한 로맨스 기류에 대해 그는 "송강 캐릭터는 굉장히 넓게 생각했다. 러시아 유학 시절 나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영감을 주고 영향을 준 사람이라고 여기며 연기했다. 리현상이 다시 마주했을 때 부끄럽고 창피해지게 만드는 사람 중 하나가 아닐까란 상상을 하며 연기했던 것 같다. 그렇게 넓게 다가가야 현상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실제로 나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 '지금 장면은 시리즈의 7편, 혹은 8편째 상황이라고 생각하며 다가간다. 현상 같은 경우도 러시아 유학시절도 있고 궁금해지는 지점도 있지 않나? 평소 여러 유니버스를 두고 상상하며 연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지점에서 리현상과 선우민의 이야기가 담긴 프리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며 "송강은 같은 회사(나무액터스) 식구이기도 하고 회사 행사에서도 만난 적 있다. 송강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어느 순간 어른 같은 모습도 있고 동생 같은 느낌도 있다. 볼 때마다 다른 매력이 있더라. 이번 영화에서도 있는 그대로 송강 모습이 나온 것 같다. 나무액터스 20주년 행사에서 처음 만났는데 너무 매력적이라서 계속 관찰하는 눈빛으로 봤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4월 군 입대한 송강을 떠올린 구교환은 "송강이 입대 전 '잘가라'며 전화도 했다. 제대 후 길게 한 번 만나고 싶기도 하다"고 웃었다.
집요한 추격자로 변신한 것에 대해서도 "'탈주'에서 추격자의 롤이 있지만 추격자는 정말 다양한 형태가 있지 않나? 내가 본 영화 속 추격자의 모습도 너무 많은 모습이 있다. 단편적으로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에서도 톰은 추격자인데 늘 안타깝지 않나? '토끼와 거북이'도 그렇다. 내가 연기한 추격자 리현상은 톰도 있고 제리도 있고 다양한 모습이 있다"며 "리현상은 불안해 보인다. 강력한 추격자이기도 하면서 순간순간, 약 18프레임 정도는 현상의 불안을 표현하려고 했다. 마치 용기 있고 호탕하게 보이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는 내 모습과 비슷하다"고 웃었다.
이어 "비주얼이든 연기든 호평이 있다면 너무 좋다. '잘생겼다' '제복이 잘 어울린다' 반응이 있다고 하는데 크게 염두하지 않는다. 확실히 코스튬이 주는 힘이 있다. 잘나왔다는 것은 칭찬 아닌가? 그 워딩에만 집중하겠다. 의상 감독의 헤어, 메이크업의 힘이 컸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구교환은 "나는 1인용 사람이다. 내 영화는 늘 내 영화였고 내 이야기였다. 내가 작업해온 단편을 공개하는 이유는 1인용인 내가 유일하게 나누고 싶은 것이기 때문이다. 혼자 안고 있으려고 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봐주는구나 싶은 마음을 느끼고 싶다. 내가 한 모든 작품은 내 마음 속 1000만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손익분기점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내 나름의 '마음분기점' '만남분기점'이 있다. 그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그걸 숫자로 계산하지 않고 내가 한 작업은 관객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말주변이 많이 없기 때문에 연기로 표현하려고 한다. 내가 의도했던 것은 표현하려고 하는데 그래서 GV를 좋아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내가 하는 말이 박제되는 것도 무섭긴 하다. 지금의 생각을 계속 이야기 하지만 그게 박제되면 무서울 때가 있다. 내가 좋아했던 장르도 바뀌고 좋아한 취향도 바뀌는데 조금 신중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만 또 그건 내가 아니지 않나? 나조차 내가 장르영화가 특화될 줄 몰랐다. 전작 '반도' '기생수' '모가디슈' 등 그린스크린, VFX 영화에서 촬영을 많이 했더라. 그래서 취향은 늘 바뀐다고 말하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탈주는 이제훈, 구교환, 홍사빈이 출연했고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도리화가'의 이종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7월 3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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