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3사 ‘구독 전쟁’ 시작됐다…쿠팡이 흔든 판에 네이버도 참전
쿠팡 ‘무료 배달’로 경쟁 본격화…‘구독’ 통해 점유율 확대 나서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음식 배달 플랫폼 요기요가 네이버와 손을 잡았다. 네이버플러스멤버십(네플멤) 회원들에게 '무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쿠팡이츠 공세에 밀려 점유율 기준 3위로 밀려난 요기요가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요기요는 네플멤 800만 회원을 잠재적 이용자로 확보하면서, 로켓와우 멤버십(로켓와우) 회원을 바탕으로 성장한 쿠팡이츠와의 경쟁을 예고한 셈이다. 자사 구독 서비스를 통해 충성 회원을 늘리고 있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들의 움직임 속에서 요기요가 기존 서비스 '강화'가 아닌 '협업'을 택한 것도 이례적이다.
'이용률 2위' 네플멤, 배달 앱 판도 흔들까
요기요는 '요기패스X with 네플멤'을 출시했다고 19일 밝혔다. 26일부터 네플멤 가입자가 양사의 계정을 연동하면 추가 비용 없이 무료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자사 구독 서비스 요기패스X 요금을 월 4900원에서 2900원으로 인하한 지 2달 만이다.
요기패스X 가격을 낮추면서 이용자 유입을 꾀했던 요기요가 네이버를 용병으로 삼은 것은 네플멤으로 확보된 구독자들이 최근의 부진한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키가 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네플멤 이용률은 20%로, 쿠팡의 로켓와우 이용률(31%)에 이어 2위다. 구독자는 80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요기요의 입지는 쿠팡이츠의 약진으로 불안해진 상황이다. 과거 배달의민족과 함께 업계 1·2위를 수성하던 요기요는 지난 3월부터 점유율 3위로 밀려났다. 전날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달 앱 3사 점유율은 배달의민족이 60%, 쿠팡이츠가 20%, 요기요가 16%로 나타났다. 1년 전인 지난해 5월 요기요의 점유율은 24%로 2위였다.
월간 사용자 수에서도 요기요의 성적은 좋지 않다. 지난해 5월 810만 명이었던 요기요 사용자 수는 지난달 기준 594만 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쿠팡이츠 이용자는 334만 명에서 732만 명으로 119% 늘었다. 업계는 쿠팡이츠가 로켓와우 멤버십 구독자에게 제공한 '10% 할인'과 '무료 배달' 서비스가 성장에 주효했던 것으로 본다. 그 배경에는 압도적인 멤버십 구독자 수가 있었다.
목표는 '락인'…구독 멤버십 혜택이 소비자 반응 가른다
멤버십 구독자를 바탕으로 한 쿠팡이츠의 성장세는 배달 앱의 기존 체계도 바꿨다. 실제로 쿠팡이츠가 지난 3월 로켓와우 회원에게 무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이후부터, 배달 플랫폼은 기존의 운영 방식을 수정하고 있다. 특히 주문 건에 각각 배달비를 책정하던 과거의 방식 대신, 구독을 통해 무료 배달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수렴되는 분위기다.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은 최초의 멤버십 프로그램 '배민클럽'을 출시했다.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멤버십으로 고객들을 묶어두고 혜택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구독자는 배민클럽 가게의 묶음배달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한집배달의 경우에도 배달비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현재는 '체험 기간'으로 무료 운영되고 있지만, 수개월 내 유료로 전환하고 자체 서비스 혜택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배민클럽 유료화 성공 여부는 향후 도입될 혜택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이미 쿠팡 로켓와우나 네플멤을 구독하고 있는 많은 이용자들이 추가적인 멤버십 가입 없이 쿠팡이츠나 요기요의 무료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유료'인 배민클럽을 가입하게 할 확실한 킬러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배달의민족은 B마트나 배민스토어 혜택을 도입하는 방안을 비롯해 타사와의 제휴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구독자를 활용해 배달 앱을 성장시킨 쿠팡이츠의 성공 공식을 따르는 요기요의 전략이 일정 부분 효과를 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구독경제 전문가인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요기요는 배달 앱 중 처음으로 구독경제를 도입했음에도 쿠팡이츠의 공세에 3위로 밀려났다. 네이버와의 협업은 요기요로서 최선이고, 유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며 "구독 멤버십이 생존 활로가 된 상황에서, 배달 앱들은 이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늘려 '구독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쿠팡이 하나의 멤버십을 통해 배달, 쇼핑, OTT 등의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 만큼, 다른 배달 앱 역시 협업 및 투자를 통해 경쟁력 있는 혜택을 구축해야만 '구독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 교수는 또 "현재 1위인 배달의민족도 지속 성장을 위해 구독경제를 도입한 만큼, 제휴나 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막대한 경제적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제부터 배달 앱들의 본격적인 '치킨 게임'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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