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원 규모 '통합 방파제', SK 배터리 발 '빅 웨이브' 막는다

안정준 기자, 최경민 기자 2024. 6. 2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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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SK E&S 합병 효과/그래픽=이지혜

SK그룹이 검토중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의 핵심 노림수는 그룹 차세대 먹거리인 배터리 사업을 담당한 SK온의 회생이다. 탄탄한 현금창출력과 재무구조를 겸비한 SK E&S를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통합해 SK온을 지원할 체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총 자산 100조원 규모의 합병을 통해 SK온의 위기가 그룹 전체로 퍼지는 걸 막기 위한 방파제의 높이를 올리는 효과도 볼 수 있다.

20일 재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SK온의 총차입금 규모는 2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3년간 4배 이상 불어난 규모다. 이에 따른 금융비용도 고금리와 맞물려 급격히 올라갔다. 2021년 200억원대 였던 금융비용은 지난해 5000억원 수준으로 약 20배 급증했다. 올해 1분기 금융비용도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배 가량 불어났다.

이처럼 재무구조에 적신호가 들어왔지만 현금창출력은 바닥을 헤맨다. 올해 1분기에도 3000억원대 영업손실을 내며 9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정체)' 탓에 당분간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돈을 못벌고 재무 위험은 높아지는데 올해만 7조5000억원에 달하는 설비 투자비용까지 마련해야 한다.

이 같은 SK온의 위기를 막아줄 안전판은 현재로선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 역시 장기 부진에 빠진 SK온 지원 탓에 기초 체력이 바닥났다. 올해 1분기 SK이노베이션의 부채는 약 55조원으로 3년 새 두 배 이상 불어났다. 국제신용평가사 S&P는 올들어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부정적)에서 BB+(안정적)로 내렸다. 사실상 투기등급으로 분류한 셈이다.

이는 그룹이 각 사업을 점검하고 최적화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 작업에 돌입한 배경이었다. SK온의 재무위험이 SK이노베이션을 타고 올라가 그룹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형성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7년만에 '서든데스(sudden death: 돌연사)' 를 언급했다.

SK E&S 영업이익 추이/그래픽=윤선정

그룹 내부에선 다양한 위기 돌파 방법을 모색했다. SK엔무브 등 재무상태가 건전하고 현금창출력이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를 SK온과 합병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대증요법' 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보단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체력을 키워 SK온에 대한 지원은 물론, 위기 확산 사전 방지 효과까지 챙기는게 보다 근본적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최근 그룹 안팎에서 SK E&S를 SK이노베이션과 합병하는 방안이 언급되기 시작한 이유다.

SK E&S는 매년 조단위 영업이익을 내는 그룹의 알짜 계열사다. 올해 1분기 기준 3조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중이다. 현금성 자산은 5년간 2배 넘게 불어난 상태다. 이 기간 동안 현금성 자산의 규모가 단기차입금을 꾸준히 넘어설 만큼 유동성 상황이 건전하다. 그래서 SK E&S는 SK이노베이션과 합병할 경우, SK온에서 촉발된 위기를 버텨낼 체력을 가장 확실히 끌어올릴 수 있는 계열사로 꼽혔다.

두 사회가 합병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그룹 에너지 사업 전반을 보다 종합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할 조직 기반도 갖출 수 있게 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LNG(액화천연가스) 발전과 수소, 풍력 사업을 담당한 SK E&S가 정유, 석유화학, 배터리 등을 총괄하는 SK이노베이션과 합치면 명실상부한 종합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그룹이 양사 합병 검토를 공식화한 만큼, 앞으로 관건은 자산 규모 100조원이 넘는 통합 '초대형 방파제'가 실제로 탄생할 지 여부다. 이를 위해선 넘어야 할 허들도 있다. 합병을 위해선 양사 이사회와 임시주주총회 승인이 필요하며, 두 회사를 자회사로 둔 그룹 지주사 SK㈜의 주주 분위기도 살펴야 한다. 양사 합병 비율에 따라 이와 관련한 변수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현실화 여부와 함께 220개에 육박하는 그룹 계열사 군살 빼기가 어느 수준까지 진행될지도 관건"이라며 "특히 그룹 캐시카우 SK하이닉스를 품은 중간지주사 SK스퀘어 산하 회사들의 향배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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