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건 알지만, 지금은 안사요"…전기차가 안 팔리는 3가지 이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둔화한 배경에 비싼 가격, 실효성 없는 보상금, 부족한 인프라 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인 수요 정체)' 논란이 뜨겁지만, 구조적·정책적으로 신규 수요가 꺾일 수밖에 없으며 시장 상황이 바뀌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자동차 정보업체 켈리블루북 자료를 인용해 지난 2021년 이후 급증하던 미국의 분기별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 3분기 30만대를 넘어선 이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미국의 분기별 전기차 판매량은 2020년 4분기 10만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지만 1년 만인 2021년 4분기엔 15만대로 늘었다. 2022년 2분기에는 20만대, 2023년 1분기에는 25만대가 팔렸다. 하지만 2023년 3분기 30만대를 넘어선 뒤 4분기엔 큰 변화가 없었다. 올 들어서는 전기차 수요 정체, 판매량 저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5월 기준 미국의 신형 전기차 가격은 평균 5만7000달러(한화 약 7900만원)로 내연기관차(4만8000달러·약 6600만원)보다 20% 가까이 비싸다.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포드의 내연기관 픽업트럭 'F-150'의 판매가는 4만4000달러지만 전기차 버전인 'F-150 라이트닝'은 5만5000달러로 25% 차이가 난다.
실효성 없는 보상 정책도 전기차 신규 수요가 꺾인 요인으로 꼽힌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 구매자에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금공제 혜택을 주지만, 미국 현지에서 조립됐거나 부품을 장착한 차량만 해당한다. FT는 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최대 세제 혜택을 본 전기차 구매자는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부족한 충전 인프라도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게 하는 이유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는 약 12만개인 데 비해 전기차 공공 충전소는 6만4000개다. 이 중 급속 충전이 가능한 직류 충전기는 1만개에 불과하다. 집 안에 전용 충전시설을 갖춘 경우가 아니라면 공공 시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매일 충전과의 전쟁을 벌이는 것 자체가 부담 요인이다. 출·퇴근이나 여행 등으로 장거리 이동이 많은 미국인들 입장에선 더 그렇다.
포드·GM·스텔란티스 등은 수년 내에 미국 시장에 2만5000달러짜리 일명 '반값 전기차'를 내놓는다는 전략이다. 테슬라도 내년 초엔 '더 저렴한 모델'을 출시한다는 경영 목표를 공개했다. 하지만 미 정부의 대중국 견제로 부품 등 공급망이 제한돼 가격 경쟁력 있는 양질의 전기차를 만들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해석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관리였던 밴 잰슨은 "중국 전기차를 관세로 묶어놓았지만 미국에서 가격 경쟁력 있는 제품이 나와 소비로 이어질지는 회의적"이라며 "충전 시설 등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고 세금 공제 등 정책에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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