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하게 내 집 마련하려다 ‘피눈물’…왜?
투자자 현혹 사례 끊이지 않아 대책 마련 절실하단 지적
값싼 내 집 마련의 꿈인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사업’이 되레 서민들에게 피눈물을 안기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투자 경고에도 불구하고, 환불 안심 보증 등을 내세워 투자자를 현혹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아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은 건설 부지의 80% 이상 토지 사용권원을 얻고 건축 기준·제한이 사업 목적에 맞으면 조합원을 공개 모집할 수 있다.
이러한 주택 사업이 수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활발하게 추진되면서 조합원의 출자금 반환 문제 등이 빈발하고 있다.
따라서 조합 가입 때 토지 사용권원 확보 여부를 확인하고, 사업 지연이나 무산 때 출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주택 업계에선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을 두고 주민들이 조합을 결성해 사업을 추진하는 지역주택 조합과 사업방식이 유사하고 피해를 양산하는 점도 비슷해 '제2의 지주택'으로 부르기도 한다.
최근 1~2년 사이 건설 부동산 경기가 극도로 나빠지면서 조합원 모집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대다수 시행사가 자기 자본을 거의 들이지 않고 조합원들의 계약금을 받아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조합원 모집이 잘 안 될 경우 사업 추진에 큰 차질을 빚어 결국 기존 조합 가입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셈이다. 경기 침체와 함께 허술한 관련 법체계도 서민들을 보호하기는커녕 피해를 부채질하고 있다.
협동조합이 설립되기 전까지는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조합을 설립한다고 하더라도 주택 인허가 절차는 별도로 진행된다.
조합을 설립하려면 임대주택 건설 부지 80% 이상의 사용 동의서도 확보해야 한다. 다수의 사업이 추진위 단계에서 무산되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분양에 나선 일부 업체들은 조합원 또는 발기인을 모집하면서 환불을 보장한다는 안심보장증서를 내세워 계약을 유도하고 있지만, 정작 토지 소유권 확보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영업사원들은 계약 성사에만 집중하며, 분양 수수료만 챙기면 되기 때문에 가명을 사용하거나 타인 명의의 연락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 발생 시 해당 영업사원을 찾기 어렵다.
특히 금융기관의 환불 보증이 아닌 시행사의 환불 보장 약속은 신뢰하기 어려워, 계약자들이 환불 불가능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인허가비용과 분양수수료 등으로 인해 계약자들의 낸 돈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다.
지방자치단체들은 협동조합과 시행사가 사라져 투자자들이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하자 주의 안내문을 공고하거나 현수막을 내걸고 피해 방지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중앙 정부 차원의 법적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서민들이 피땀 흘려 모은 소중한 재산을 가로채는 협동조합 현장의 영업사원부터 대표이사까지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며 “더 이상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은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라 30가구 이상 민간임대주택을 지어 조합원에게 먼저 공급하는 사업이다. 조합원은 10년 임대 후 살고 있던 주택의 분양권을 받게 된다. 하지만 투자자가 모이더라도 협동조합 설립과 조합원 모집 신고, 사업계획 승인 등의 인허가 절차를 모두 거쳐야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민간임대 협동조합 발기인이 조합원을 모집하려면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관할 지자체에 조합원 모집 신고 후 공개 모집을 통해 조합원을 모집해야 한다. 또한, 조합을 설립하려면 임대주택 건설 부지 80% 이상의 사용 동의서도 확보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일부 협동조합들이 토지 소유권 확보와 건축 규모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 모집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 사업 지연 등의 피해를 조합원들이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발기인 상태에서 초기 납부한 가입비와 출자금 반환, 철회와 관련한 법적 규정이 없어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가 돈만 날리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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