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지옥' 선감학원... 법원 "피해자에 국가·경기도가 배상해야"

최다원 2024. 6. 2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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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부랑아동 수용이라는 명목하에 만들어져 40년간 온갖 인권침해 행위가 자행된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들에게 국가와 경기도가 공동으로 정신적 손해배상(위자료)을 해야 한다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 정회일)는 선감학원 피해자 및 유족 등 13명이 국가와 경기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20일 "피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동으로 각 원고에게 수용 기간 1년당 약 5,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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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원 42년 만에 첫 법원 판결 나와
피해자 "위자료 너무 적어... 항소"
선감학원 피해자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손해배상청구 첫 판결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일제강점기 부랑아동 수용이라는 명목하에 만들어져 40년간 온갖 인권침해 행위가 자행된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들에게 국가와 경기도가 공동으로 정신적 손해배상(위자료)을 해야 한다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만 다른 국가 폭력 사건과 비교해 인정된 금액이 적다고 판단, 피해자들은 항소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 정회일)는 선감학원 피해자 및 유족 등 13명이 국가와 경기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20일 "피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동으로 각 원고에게 수용 기간 1년당 약 5,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1인당 인정 금액은 2,500만 원에서 최대 4억 원이다.

재판부는 "일련의 국가 작용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개별 공무원의 구체적인 위법행위가 입증되지 않아도 국가의 배상책임은 인정된다"며 "정부는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관리 감독 의무를 해태했고, 위법한 수용 행위는 국가 경찰이 주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경기도는 선감학원의 운영 주체로서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선감학원은 1942년 조선총독부가 경기 안산시 선감도에 세운 소년 감화원을 모태로 한 수용 시설이다. 해방 이후엔 경기도가 인수해 1982년 폐원까지 40년간 운영됐다. 부랑아 단속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경찰 등이 조직적으로 나서 보호자가 있는 아이들까지 마구잡이로 붙잡아 강제 노역에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바다로 도망쳤다가 익사한 피해자들도 있었다.

선감학원의 실체는 2020년대에서야 드러났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2년 선감학원 사건을 '중대한 아동인권 침해'로 규정하고 167명을 피해자로 인정했다. 1955년부터 기록된 원아대장에 남아 있는 명단에는 4,600여 명이 적혔지만, 실제 수용 인원은 5,000명을 웃돌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 같은 결정을 토대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그해 12월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선고 직후 피해자들은 "공동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환영한다"면서도 인용액에 유감을 드러냈다. 피해자 대리인단 단장을 맡은 강신하 변호사는 "유사 사건인 '형제복지원'의 위자료는 1년당 8,000만 원인데, 어린이들에게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해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한 이 사건의 금액은 1년당 5,000만 원에 불과해 피해자들과 상의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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