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속 청약통장 3인방'까지…청약 경쟁 더 치열해지나
'청약통장 3인방' 140만좌, 종합저축 전환
15년 꽉 채운 경쟁자 대거 등장 예상
오는 9월부터 공공청약 시 인정되는 청약통장 납입액이 월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2015년 이후 신규 가입이 중단된 청약통장(청약 예금·부금·저축)을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전환하는 장려책도 마련됐다. 기존 주택청약종합저축의 납입기간이나 저축총액이 부족한 가입자 입장에서는 한층 더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롱 속 통장 꺼내고, 납입액 늘리고
국토교통부는 1983년부터 유지 중인 청약통장 월 납입금 10만원 인정한도를 25만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을 통해 오는 9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관련기사: 청약예·부금도 만능통장 전환…"25만원씩 부어 키우세요"(6월13일)
또 2015년 이후 신규 가입이 중단된 청약부금·예금·저축 가입자가 통장을 해지하고 주택청약종합저축에 재가입하면 기존 납입 실적을 인정하기로 했다.
다만 청약기회가 확대된 경우엔 신규 납입분부터 실적으로 인정한다. 예를 들어 민영주택에만 청약할 수 있는 청약예금 가입자가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재가입해 공공주택 청약을 넣을 경우 신규 납입분부터 1회차로 본다. 민영주택 청약땐 기존 통장가입기간은 그대로 인정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약 140만 가입자가 청약통장을 장롱에 넣어둔 채 15년 넘게 만능통장(종합저축)으로 갈아타지 않았다"며 "10조원 규모의 청약통장이 자연스럽게 종합저축으로 넘어올 수 있게 실적을 유지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청약통장 3인방'은 지난달 기준 청약예금 89만9983좌, 청약저축 34만7428좌, 청약부금 14만6174좌 등 약 140만좌가 가입돼 있다. 종합저축(2554만좌)를 포함한 전체 청약통장(2693만좌) 5.2% 규모다.
이번 개정으로 주택도시기금의 곳간도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에 따르면 청약통장 가입자는 2021년 2837만1714좌에서 지난해 2704만8994좌로 약 133만좌 줄었다. 종합저축의 경우 지난해말 2561만3552좌에서 올해 5월 2554만3804좌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주택도시기금 조성액도 116조9141억원에서 95조4377억원으로 2년새 21조원 넘게 감소했다.
업계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한주택건설협회와 한국주택협회는 "통장 가입자의 청약 기회 확대는 물론 신규 주택수요층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만능통장'으로 변신…'만점통장' 쏟아질까
달라진 청약 제도로 인해 수요자 입장에선 납입 부담이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가점제와 추첨제를 활용하는 민영주택과 달리 국민주택은 저축총액과 납입횟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전용면적 40m² 초과인 국민주택은 저축총액이 많은 무주택자, 40m² 이하의 경우 납입횟수가 많은 무주택자가 1순위 입주자로 선정된다.
매달 10만원을 채워넣던 가입자가 25만원을 납입하기엔 다소 버거울 수 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한사람이면 15만원 더 넣는 거지만 3~4인 가족이 모두 납입하려면 큰 부담일 수 있다"며 "공공분양의 경우 더 높은 예치금을 가진 사람들끼리의 무한경쟁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도 "당첨을 위해 저축총액이라도 늘려야 할 텐데 사회초년생 등 일부 수요자들이 접근하기엔 부담스러운 금액"이라고 봤다.
장롱 속 '청약통장 3인방'이 청약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기존 가입자들이 불리해질 가능성도 있다. 민영주택 청약 시 청약통장 가입기간 15년 이상이면 가점 상한인 17점을 받는다. 소형 국민주택의 경우 납입횟수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2009년 출시된 종합저축을 15년 이상 가입한 사람은 약 147만명으로 종합저축 전체 가입자(2554만명)의 5.8%를 차지한다. 그러나 청약저축 가입자 중 99.8%가 만점자다.
청약부금(96.1%)과 청약예금(95.4%)도 대부분이 가입기간 15년을 넘겼다. 청약기회가 확대되는 유형은 신규 납입분부터 실적으로 잡히지만 청약 예·부금의 '통장가입 기간'은 그대로 인정된다.
권일 팀장은 "오래 납입한 통장을 쓰지 않은 채 묵혀왔던 고점자들이 등장할 수 있다"면서도 "통장이 나오는 만큼 공급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청약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지민 대표는 "종합저축이 출시된 지 만 15년이 돼 만점을 채운 사람에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종합저축 12~14년 가입자 입장에선 청약부금·예금·저축 가입자보다 납입기간이 짧아 경쟁이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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