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재건축 들썩이지만 투자땐 사업성·입지 점검 필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불러온 공급 위축이 점차 심화될 것으로 예견된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는 정비사업에서 그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으로 서울시 재건축에 드라이브를 건 데 이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2일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계획'을 발표하며 신도시 가구 수의 10~15%에 해당하는 2만6000~3만9000가구를 선도지구로 지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선정 기준으로 주민동의율(60점)을 비롯해 주변 단지와 연계한 통합개발(20점)을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제시하며, 빠른 추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드러냈다.
대상 신도시에서는 자가 채점표가 등장하고 가격 상승 기대로 매물이 감소하는 등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1기 신도시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분당구의 6월 둘째주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30% 올랐다. 지난해 12월 이후 하락세였던 매매가가 지난달 상승 전환한 것이다.
평촌신도시가 있는 안양 동안구 아파트 매매가격도 같은 기간 0.21% 올랐다. 이처럼 1기 신도시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으나 우려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2027년 착공·2030년 입주라는 계획은 정비사업에서 유례없는 급박한 일정으로, 사업의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또한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전월세 대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 3만9000가구에 이르는 이주 대상 가구는 서울지역에서 1년간 입주할 물량을 상회하고 경기도 전체 입주 물량의 35%에 해당하는 수치지만 현재로서는 지역 수급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방침 이외에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다.
통합개발을 유도하려는 정책 방향도 위험 요소로 보인다. 단일 단지 재건축에서도 주민 간 갈등이 심한 것이 일반적인데, 용적률과 대지지분이 각각 다른 단지들이 통합해 개발하면 사업성 여부를 놓고 갈등이 생겨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실제 서초 아남, 여의도 대교 등은 통합재건축을 포기하고 단일 단지 재건축으로 전환했다.
통합재건축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견을 조율할 수 있는 주체가 필요하나 현재 특별법상에는 주민 갈등 조정에 대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나 통합재건축은 단순히 용적률을 높여 가구 수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재건축으로 증가할 인구를 수용할 도로·학교·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확충까지도 포함한 문제다. 선도지구 선정을 위해 통합재건축을 추진했다가 오히려 사업 속도가 더 느려질 수 있다.
무엇보다 사업성 확보가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는 것이 재건축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재건축을 진행 중이던 대다수 단지에서 사업성과 분담금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으며 이는 1기 신도시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1기 신도시 평균 용적률은 180~200%로 기본 용적률이 높아 사업성이 낮다.
이를 보완하고자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통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허용하고, 특별법상 재건축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5배까지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종상향을 하면 최대 750%까지 적용받을 수 있으나 인프라 용량 그리고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평균 350%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마저도 용적률 상향에 따른 공공기여와 급등한 공사비를 고려한다면 주민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분담금을 어느 수준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재건축 투자를 고려하고 있었다면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계획은 호재임이 분명하다.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정비사업에 선도지구로 지정된다면 사업 추진에 확실한 원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중요한 것은 선도지구 지정이 아니라 원활한 재건축 진행에 있음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재건축 사업은 결국 '입지와 상품성'이 가장 중요하다. 입지와 상품성이 좋지 않으면 선도지구에 선정되더라도 사업성을 담보하기 어렵지만 입지와 상품성이 좋으면 선도지구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종국에는 양호한 사업성으로 재건축이 마무리될 것이다.
[권영선 신한은행 부동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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