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가 전기차보다 낫다지만 문제는 ‘인프라’… 깨끗한 수소 만드는 것도 ‘숙제’
다양한 수소 모빌리티 선봬
대중화 위해선 수소 공급·충전 인프라 선행돼야
그린수소 중심지 제주마저 충전소 1곳 그쳐
“탄소는 배출하지 않으면서, 전기지게차보다 이용 시간은 더 길고, 충전에 걸리는 시간은 더 짧아요.”
지난 18일 ‘2024 그린수소 글로벌 포럼’이 열린 제주 서귀포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수소지게차 홍보 전시장을 둘러보던 기자에게 두산밥캣의 관계자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두산밥캣은 이날 전시장에 수소연료전지 지게차 ‘HYDROGEN BC32S-7′을 전시했다. 두산밥캣이 올해 초 고려아연에 납품한 국내 1호 상용 수소지게차 ‘B35X-7P’ 보다 조금 작은 모델이다.
전시된 모델의 수소저장탱크 용량은 1.7kg. 350bar의 기압으로 충전할 수 있다고 한다. 완전히 충전하면 4시간 가량 연속 작업이 가능한데 충전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5분이다. 같은 용량의 전기지게차를 충전하려면 급속충전기로도 1시간은 소요된다.
수소모빌리티는 수소로 전기를 생산해 모터를 구동하는 게 핵심 원리다. 전기모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배터리 기반 전기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기차가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사용한다면, 수소차는 직접 전기를 생산해 모터를 돌리는 게 다를 뿐이다.
수소차는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직접 전기를 생산하고, 부산물로 순수한 물만을 배출한다. 외부 공기에서 산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공기를 정화해, ‘달리는 공기청정기’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각종 산업 현장과 유통 물류 현장에서 수소지게차를 사용하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배터리 지게차의 가동률 문제까지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인프라가 문제다. 배터리지게차는 전력이 들어오는 곳에 간이 충전기만 설치하면 사용할 수 있지만, 수소지게차를 쓰려면 별도의 저장 시설과 장비를 갖춘 충전소를 지어야 한다.
심지어 국내에선 실내에 수소 충전소를 설치하는 게 금지돼 있다. 안전을 위한 조치이지만, 관련 인프라의 확산을 가로막는 규제라는 의견도 있다. 이 같은 인프라 구축 문제는 수소지게차뿐만 아니라 이날 ICC에 전시돼 있던 수소버스와 수소청소차, 수소드론 등 모든 수소모빌리티가 마주한 숙제다.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에선 석유화학이나 철강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에서 추출하는 ‘석유산업부생가스’가 전체 수소 생산량의 65%를 차지한다. 나머지 35%는 메탄을 물과 반응시키는 ‘습식메탄개질반응공법’으로 생산한다.
두 공정 모두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부생가스의 경우 산업 공정에서 자연 발생하는 가스에서 수소를 재추출한다는 점에서 자원 재활용 사례로 인정되기도 하지만,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수소’로는 분류되지 않는다. 이 둘을 업계에선 ‘그레이수소’라고 부른다.
그레이수소의 한계를 보완한 게 ‘블루수소’다. 그레이수소와 생산 방식은 같으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활용 및 저장(CCUS) 기술을 활용하여 제거한다는 점이 다르다.
블루수소에서 한발 더 나가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를 ‘그린수소’라고 부른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물을 수전해해 수소를 만드는 게 대표적인 방법이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방법이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일반적으로 그린수소가 그레이수소보다 생산 비용이 2배 더 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포럼에선 이 같은 그린수소의 고비용 문제에 대한 토론이 격렬하게 이뤄졌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강경수 수소연군단장은 “(그린수소가)지구에 유익하다는 가치만 강조하는 방식으로는 (대중화가) 어렵다”며 “그린수소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확장성을 얻으려면 주민 등 이용자들에게 이점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워더스푼 OWC(재생에너지 컨설팅 기업) 신사업부 총괄도 “그린수소가 도시 어느 분야에서 효용을 낼 수 있을지 생각하고, 이를 많은 이들과 공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은 “국내에서 수소 생산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 때문에 국내에서 수소 생태계 도입이 늦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제철도, 중공업도 수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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