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인뱅’ 필요하다 vs 필요없다…인뱅 성적표에 엇갈리는 시선
“은행권에 파급력 크다”…반응 다른 업계, ‘제4인뱅’ 투자 참여도↑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최근 제4인터넷은행 인가를 취득하기 위한 예비 후보들의 경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금융당국은 기존 인터넷은행 3사의 성과가 기대 이하라며 추가 진입 필요성에 신중한 모습이다. 반면 업계는 당국의 평가에 의문을 표하며 '제4인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13일 주최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에서 금융연은 인터넷은행 인가 정책만으로는 은행권 경쟁 촉진을 기대만큼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절반의 성공'이라 평가했다. 제4인터넷은행 예비 인가를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기존 인터넷은행의 성과에 대해 당국과 학계가 낙제점을 준 것이다.
"치우친 지적"…업계 상반된 반응
업계의 평가는 다르다. 인터넷은행 도입이 은행권에 불러온 파급력을 고려하면 부진한 성과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특히 시중은행들이 제4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에 적극적인 합류 의사를 보이는 만큼 인터넷은행 추가 진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평가와 관련해 "지나치게 정량적인 부분에 무게를 둔 평가"라며 "인터넷은행에서 차별화한 기술이나 상품·서비스가 기존 은행에 영향을 주면서 소비자 효용이 늘어난 정성적인 부분이 더 중요한데 이를 고려하면 성과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경우 도입부터 연간 흑자 전환까지 3~4년의 시간이 걸렸는데 이 기간에 중·저신용자 신용공급까지 성과를 달성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건전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인 만큼 초기 비중이 적었다는 지표만으로 평가할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중은행들은 인터넷은행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제4인터넷은행 후보 투자에 속속 참여하면서다. 우리은행은 KCD뱅크에 투자를 공식화했다. 더존뱅크 설립을 준비하는 더존비즈온의 2대 주주인 신한은행도 참가가 유력하다. 기업은행은 U뱅크에 참여를 검토 중인 가운데, 농협은행은 다른 은행들이 참여하지 않은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기대에 못미친 성과"…'제4인뱅' 도입 신중한 당국
은행권에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은 소비자 만족도에서 일부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 것을 제외하면 인터넷은행이 사실상 불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앱 이용자 만족도 순위는 토스와 카카오뱅크가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추격하면서 경쟁을 촉발시키는 여건이 마련됐다. 앱의 편리성, 심미성, 혁신성 등 항목별에서도 시중은행들에 앞서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소비자 편의성 제고와 은행권 경쟁 촉진 측면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기준 인터넷은행의 예금 금리는 상대적으로 낮고, 대출금리는 높은 수준으로 분석됐다. 영업 초기에는 고객 유치를 위해 타 은행 대비 높은 예금 금리를 가져갔지만, 2021년을 기점으로 타 은행 대비 금리 이점이 떨어지면서 소비자에게 금리 편의성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중금리대출 활성화와 중·저신용자 신용공급도 금융당국의 개입 이후 확대된 점이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다. 인터넷은행의 평균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2020년까지 저조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1년 5월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계획을 발표·시행하면서 지난해 11월 말 기준 평균 30.3% 수준으로 확대된 바 있다. 당국의 개입이 있고 나서야 포용금융이 본격화되면서 도입 취지가 희석됐다는 것이다.
은행권 경쟁 촉진 측면에서는 인터넷은행의 영업이 집중된 은행 가계대출 시장에서 시장 집중도가 하락해 시장 경쟁이 강화됐지만, 인터넷은행 도입보다 다른 요인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기준금리 인상과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 예대금리차 공시 등 외부 요인과 금융당국의 경쟁 강화 정책에 따라 대출 시장에서 경쟁이 촉진됐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당국 역시 인터넷은행의 영업행태를 지적하고 나섰다. 인터넷은행이 포용금융보다 주담대 위주의 영업과 대환대출을 통해 손쉽게 수익을 끌어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정우현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새로운 신용평가모델을 통해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지 못하던 차주들을 포용하기를 기대했는데, 기존 중금리 시장을 시중은행·저축은행과 경쟁하며 뺏고 뺏기는 양상으로 흘러간 것은 아쉽다"고 진단했다.
이런 부정적인 평가가 제4인터넷은행 인가 심사에도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당국은 인터넷은행 추가 도입에 대해선 원론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진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제4인터넷은행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새로운 영역에서 새로운 능력을 갖췄고, 그 계획이 심사에 부합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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