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석유공사 ‘동해 심해 탐사’에 작년에만 100억 넘게 썼다
정부, 내년 출자에 특별융자도 지원 검토
올해 내역은 “기업경영상 기밀” 공개 거부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흘리는 것”
한국석유공사가 동해 심해 유전 탐사와 관련해 정부에 요청한 출자금 규모가 지난해만 100억원이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 예산이 100억원 넘게 투입됐고 윤석열 대통령 브리핑으로 관심이 집중된 프로젝트지만, 정부는 올해 출자 관련 사업 내역은 “기업경영상 기밀”에 해당한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20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석유공사가 동해 심해 유전 개발 탐사 명목으로 정부에 요청한 출자금은 총 108억8500만원이었다. 유망 구조로 알려진 ‘대왕고래’가 속한 광구 ‘8·6-1 북부’의 3차원(D) 탄성파 자료 취득에 36억원, 자료 전산 처리와 지질·지구물리평가에 60억7900만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됐다. 대륙사면 또는 심해로 분류되는 광구 ‘6-1 중·동부’의 3D 물리탐사 자료 처리, 분지종합기술평가 작업 등에는 12억600만원을 출자 요청했다.
이는 해외 유전 개발, 고갈된 동해 가스전 재활용 등을 포함한 지난해 유전 개발 사업 출자액 301억3000만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중 적지 않은 금액이 지질·지구물리평가나 분지종합기술평가 작업 등 명목으로 미국 자문업체 ‘액트지오’에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석유공사는 액트지오에 집행한 금액뿐 아니라 국내외 검증 절차에 집행된 전체 금액이 약 129만달러(17억8600만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출자는 정부가 공공기관 등에 재정 지원하는 방식 중 하나다. 출연이나 보조와 달리, 출자는 별도의 정산 절차 없이 이자수입은 해당 기관의 자체 수입으로 처리한다. 대신 출자한 기관은 출자금으로 취득한 지분에 대한 배당수입을 얻거나 향후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출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자원 개발과 같은 사업은 이익을 거두는 경우가 거의 없다. 최근 5년간 석유공사가 정부에 배당한 금액은 ‘0원’이다.
이런데도 정부는 내년 탐사 시추 등을 위해 정부 출자뿐 아니라 ‘성공불융자’로 불리는 해외자원 개발 특별융자 제도도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성공불융자는 해외자원 개발 등 위험이 큰 사업을 하는 기업에 정부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사업이 실패하면 융자금을 면제해주고, 성공하면 원리금 외에 특별 부담금을 추가로 징수하는 제도다. 이명박 정부 당시 대규모 해외자원 개발 실패 이후 정부는 공기업을 제외한 민간 기업에만 성공불융자를 진행해왔다.
정부가 올해 석유공사의 유전 개발 사업에 출자한 금액은 지난해보다 약 180억원(60%) 늘어난 481억4000만원이다. 산업부는 올해 출자 내역은 “기업경영상 비밀 등에 관한 사항”이라며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한규 의원은 “산업부가 이미 100억원 넘게 집행한 지난해 출자금 자료는 제출한 반면, 올해 상반기 자료는 기업 경영상 비밀이라며 제공하기 어렵다고 밝힌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글로벌 메이저 기업이 검증에 참여하고 있다는 등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흘리는 것으로 보이는데,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부터 성실하게 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지난 19일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해외 메이저 기업이 동해 심해 유전 개발에 관심을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복수의 언론에서 해당 기업이 세계 최대 석유업체 ‘엑손모빌’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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