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그린수소로 에너지 자립 나선 제주...재생E 제약발전·주민 수용성 모두 잡았다
“그린수소를 생산·상용화한 국내 최초 사례입니다”
19일, 제주 구좌읍 행원리 소재 그린수소 실증단지에서 만난 고윤성 제주특별자치도 미래성장과장은 행원 그린수소 실증사업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제주도는 지난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그린수소 생산 기술 개발 실증' 지방자치단체로 선정됐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물을 전기 분해해 생산한다. 천연가스의 주성분 메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그레이수소'와 달리 탄소 배출이 없다.
제주도는 앞서 한라 상명 풍력단지에서 그린 수소를 생산한 데 이어 행원리에선 상용화까지 성공했다. 그린수소를 도내 운행 버스의 연료로 공급하게 되면서다.
그린수소 실증단지는 수전해 기술 개발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제주에너지공사는 이곳에서 3.3㎽급 그린 수소 생산시설을 운영중이다. 수소에너젠(1㎽급 2기), 한국가스공사(1㎽급 1기), 두산에너빌리티(0.3㎽급 1기)가 각각 알카라인, 고분자전해질(PEM) 방식 설비를 설치했는데 모두 일장일단이 있어 기술 고도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PEM 방식은 알라카인 보다 장비 크기가 작아 효율적이지만 비싸고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다. 알카라인 방식은 구조가 단순하고 기술 성숙도가 높은 것이 장점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외 기업이 다양한 수전해 기술 개발에 나선 가운데 핵심 기술 개발·고도화에 있어 이곳이 핵심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불문가지다.
나아가 이곳은 그린수소를 기반으로 에너지자립을 실현하겠다는 제주도의 꿈과 맞닿아 있다.
제주도는 2035년께, 도내 전체 전력 수요를 그린수소 전소 발전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2단계 12.5㎽, 3단계 30㎽급으로 실증 규모를 늘려가며 그린수소 대량 생산 가능성을 타진한다.
제주도가 그린수소를 미래 에너지원으로 낙점한 이유는 명확하다. '카본 프리 아일랜드'라는 비전을 달성하는 동시에 재생에너지가 안고 있는 간헐성, 발전 제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 수단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발전량 기준 20%에 육박한다. 최근 재생에너지 자원이 급증하면서 일조량이 풍부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 오히려 발전기를 꺼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발전제약 문제를 해결하려면 에너지저장장치 같은 유연성 자원을 확보해야 하는데 제주도는 그린수소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일반적으로 에너지저장장치라고 하면 대용량의 배터리를 생각하지만 제주도는 남거나 버려지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수소야 말로 저장과 운반이 가능한 최적의 에너지저장원이라고 봤다.
전력, 운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린수소를 활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진정한 '카본 프리'를 달성할 수 있다.
고 과장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를 핵심 에너지원으로 전환해간다는 방향성은 분명하다”면서 “제주도 사례가 앞으로 한국, 나아가 해외에서도 주요한 레퍼런스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리를 이동해 함덕리에 있는 그린수소 충전소에 도착하자 디스펜서(충전기) 앞에 서 있는 대형 수소 버스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전국 유일의 그린수소 충전소로 지난해 10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행원 실증단지에서 생산한 그린수소가 바로 이곳에서 쓰인다.
현재 운행 중인 수소 버스는 총 5대. 제주도는 하반기 수소 버스 운행 대수를 20대로 증편할 계획이다. 버스 한대를 가득 채우는데 35㎏ 수소가 필요한데 증편에 맞춰 수소 생산량도 단계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현재는 그린수소 실증사업과 맞물려 충전요금을 받지 않고 있다. 현정헌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장은 “버스 운행 상황 등 다양한 조건 등을 검토해 그린수소 가격을 산정할 계획”이라면서 “초기에는 가스를 개질해 얻은 그레이 수소에 비해 가격이 다소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충전소 뒤편으로 이동하자 거대한 튜브트레일러(운송·저장장치) 2대가 눈에 들어왔다. 각 트레일러의 용량은 200kg으로 수소는 200bar 압력으로 저장돼 있다.
행원 실증단지에서 생산한 그린수소는 이 트레일러에 담겨 충전소로 온다. 트레일러가 비면 다시 실증단지로 가 수소를 채운다. 제주도는 현재 4대의 트레일러를 운영하며 수급을 맞추고 있다.
가연성이 있는 수소를 보관하는 충전소 구축에 주민 반대는 없었을까. 제주도도 처음엔 강력한 민원에 부딪혔지만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고 과장은 “주민이 설명을 요구하면 곧바로 달려와 모든 사안을 최대한 상세하고 폭넓게 설명했다”면서 “주민들과 같이 공부도 하고 오해를 해소하는 데 주력했고 주민 이해도가 올라가면서 주민 총회에서 안건이 가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너지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주민의 높은 수용성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주민과의 간극을 좁히고 사업의 이해도를 높이는 갈등해소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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