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유인촌 장관에게 "배구, 2군 제도 시급하다" 한 이유
"프로배구 2군 리그 빨리 도입해야 합니다."
배구 스타 김연경(흥국생명)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나 위기에 빠진 한국 배구의 경쟁력을 되살리기 위한 돌파구로 '프로배구 2군 리그 제도 도입'에 목소리를 높였다.
김연경은 20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문체부가 주재한 대한배구협회·여자배구 국가대표 은퇴선수 간담회에 유 장관을 비롯해 한송이 한유미 김숙자 등 국가대표 은퇴 선수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현재 2군 리그 제도를 빠르게 시행해야 많은 선수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지도자도 육성이 가능해 배구계 풀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배구계에서 2군 리그 도입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탈리아 등 해외리그의 경우 1~4부리그까지 있는 곳이 많다. 이는 국제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선수층이 두터운 국가들이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건 당연하다. 다만 구단들은 10억 원 가량의 재정 부담을 안아야 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국 배구는 현재 위기를 넘어 국제적 위상까지 흔들리는 상황이다. 여자 배구만 해도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2년 연속 전패를 당해 국제대회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심지어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역대 최악인 6위,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5위에 그쳤다.
또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2012 런던과 2020 도쿄 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썼던 여자 배구는 김연경, 양효진(현대건설), 김수지(흥국생명) 등이 은퇴하면서 추락의 길을 걷고 있다.
김연경은 선수 부족 등 한국 체육계의 문제에 공감하며 "여자 배구 프로팀이 7개 있는데 각 팀에 선수 인원이 정해져 있다. 팀에서 매년 선수들을 정리하지 않으면 고등학생 등 신입 선수들을 선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취업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린 시절에) 처음 배구를 시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연경은 유 장관에게 "지원적인 부분이 부족하다"며 "대한배구협회 내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유소년부터 시니어 선수까지 지원을 연결해 미래를 위한 장기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난 4월 현역에서 은퇴한 한송이도 "현재 배구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지만, 프로팀에 진출하는 선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유소년 선수 부모들도 프로팀 진출 한계 등으로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운동을 권하지 못한다"고 짚었다.
유 장관은 "학생 선수 감소, 엘리트 체육의 문제는 결국 학교 체육 등 기존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며 "체육계 정책지원 및 생활·학교·엘리트 체육 등 전반적은 문제를 들여다보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은퇴 후 삶... 조언 등 체계적인 프로그램 지원됐으면"
현역에서 물러나 방송 중계 해설위원 등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숙자와 한유미는 선수들의 은퇴 후 삶에도 고민을 털어놓았다. 한유미는 "은퇴하고 보니 운동 이외의 삶에 대해 누구 하나 알려주는 사람 없어 힘들었다"며 "그나마 해외 연수 등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찾아갔지만, 이런 걸 협회 등에서 체계적으로 알려주면 좋을 듯하다. 비인기 종목에도 통합적으로 해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숙자도 "한유미나 저나 선수생활 이후 해설위원, 현장 지도자 등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현재 프로에 있는 후배들은 '운동을 그만두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한다"며 "팀 내에 현역 선수들의 이러한 고민을 풀어주는 프로그램이 구축돼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숙자는 지도자 육성도 강조하며 "유소년 발굴 시스템에 있어서 좋은 지도자가 필요하다. 현재 유소년 팀이 적지만 지도자 연수 등을 통해 더 좋은 지도자가 많이 양성되면 동호회나 클럽 등 생활 체육 전반에도 이로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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