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 혹은 소통”…도쿄도지사 선거에 나타난 AI 후보 대행

홍석재 기자 2024. 6. 2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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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이 영상은 '에이아이(AI·인공지능) 유리코'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18일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지사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는 '에이아이 유리코'가 등장해 "지난 8년간 '대기 아동' 문제를 97% 해소했다"고 자랑했다.

한 선거기획자는 20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선거 후보자) 본인이 직접 동영상에 출연해 촬영하는 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지만, 범용 인공지능을 사용하면 홍보 관련한 부담과 비용이 대폭 절감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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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다음달 7일 도쿄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등장시킨 ‘에이아이(인공지능) 유리코’의 모습. 엑스 갈무리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 영상은 ‘에이아이(AI·인공지능) 유리코’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18일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지사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는 ‘에이아이 유리코’가 등장해 “지난 8년간 ‘대기 아동’ 문제를 97% 해소했다”고 자랑했다. 보육원(어린이집) 수용 능력 부족으로 인한 대기 아동 문제는 일본의 대표적 사회 문제 중 하나였으며 지난 2017년에는 도쿄에서 8500명에 이를 정도였다. 에이아이 유리코는 “(2018년부터) 보육원 비용 지원, 교사 처우 개선 등을 통해 도쿄 내 (기초) 지자체 3분의2에서 ‘대기아동 제로(0)가 실현됐다”며 “저 고이케 유리코는 아이 키우는 가정에 지원하는 정책을 위해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날로 아홉번째 ‘에이아이 유리코 뉴스’를 진행한 인물은 고이케 지사와 얼굴도 같고 평소 입는 의상, 손짓까지 완벽히 닮았지만, 실제 고이케 지사가 아니다. 신기술로 제작된 에이아이 영상이다. 그의 엑스에는 “현직 도지사로서 공적인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고이케 유리코 본인을 대신해 ‘에이아이 유리코’가 도정 활동을 전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고이케 지사는 지난 12일 도쿄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해 3선에 도전한다. 출마 선언 이튿날 그는 엑스에 에이아이 유리코를 처음 선보였고, 하루 만에 700만건의 접속을 기록했다고 한다. 14일 기자회견에서는 “업무가 바빠서 시간이 나질 않는다”며 “(지사로서) 실적과 관련한 건 ‘에이아이 유리코'한테 (정보를) 전달받아 달라”고 말했다. 일본 온라인매체 ‘겐다이비즈니스’는 에이아이 유리코는 도쿄도지사 선거 고시일(20일) 이전부터 시작된 사실상 선거 운동 도구라고 짚었다. 인공지능을 선거에 악용하는 사례를 차단하기 위한 전세계가 법적 규제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일본에는 아직 별다른 규제가 없는 틈새를 고이케 지사가 이용한 셈이다.

반응은 엇갈린다. 한 선거기획자는 20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선거 후보자) 본인이 직접 동영상에 출연해 촬영하는 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지만, 범용 인공지능을 사용하면 홍보 관련한 부담과 비용이 대폭 절감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아사 하루미치 메이지대학 교수(정보법)도 “돈 안 드는 선거'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더 적극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안도 현실화하고 있다. 인공지능 엔지니어 출신으로 이번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안노 다카히로 후보자는 유권자 질문이나 요청에 대해 자신의 공약을 학습시킨 인공지능이 답변하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나만의 매니페스토와 정치 사상을 인공지능에 학습시킴으로써 더 많은 사람과 동시에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도쿄도지사 선거 기간이 17일에 불과한데, 도쿄 인구는 약 1400만 명”이라며 “후보자가 다닐 수 있는 지역이나, 유권자 수가 한정된 상황에서 인공지능이 한계를 보완할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에게 ‘위험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우선 후보자 입장에서는 현재 인공지능 활용 기술로는 후보자의 진짜 생각과 다르거나, 공약에 없는 내용을 전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선거에서는 ‘후보자’의 인격을 유권자가 평가하는 게 중요한데, 인공지능을 동원하면 후보자의 진면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후보자들이 유권자의 바람을 직접 듣고 이해해야할 뿐 아니라, 이야기를 듣는 태도와 악수나 눈맞춤 같은 비언어적인 행위도 중요한 요소인데 인공지능이 이런 정치적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선거 과정에서) 어디까지 대면으로 정치적 행위가 이뤄져야 하는지는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인공지능의 활용으로 유권자들이 소통 단절됐다고 느낄지, 깊어졌다고 느낄지 그 갈림길에 서 있다”고 풀이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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