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직면해 갈등하는 인간...셰익스피어 ‘햄릿’과 ‘맥베스’
산 자들의 죽음보다 낮은 밀도
햄릿 역에 강필석·이승주
전무송·손숙 등 원로 배우 출연
농인 배우와 소리꾼의 ‘맥베스’
수어와 창, 두 언어로 작품 전개
韓 정육점 가족 이야기로 각색
셰익스피어 원작의 인물들을 ‘죽은 채로 살아 있는 사령(死靈)’, ‘살아 있는 비존재의 존재들’로 그린 연극 ‘햄릿’(연출 손진책)이 공연 중이다.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햄릿’은 덴마크의 왕자 햄릿이 아버지를 독살하고 왕위를 찬탈한 숙부 클로디어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원수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고 괴로워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목숨을 내던지지 못하고 갈등하는 인간의 나약한 내면을 묘사하는 작품이다.
삶과 죽음을 두고 사투를 벌이는 인물들을 이미 죽어있는 사령으로 묘사하는 ‘햄릿’의 연출은 감정의 밀도를 떨어뜨린다. 레어티스가 자결한 여동생 오필리어의 시체를 끌어안을 때, 비극의 원흉 클로디어스가 마침내 독배를 마시고 눈을 감을 때, 연극사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대사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다”를 햄릿이 읊조릴 때도 관객에게는 묽어진 감정만 전달된다. 이미 죽은 자에게 죽음은 살아있는 사람이 직면하는 죽음보다 절실히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삶의 의미를 찾기보다 삶이란 그저 살아가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어갔으면 좋겠다”는 손진책 연출가의 의도처럼 관객은 유령들의 가짜 삶과 가짜 죽음을 덤덤히 관조하게 된다.
‘햄릿’은 연극에 대한 인물의 대사를 추가해 메타 연극(연극에 대해 다루는 연극)적 성격을 강화하기도 했다. 복수를 마치고 숨이 끊어지기 전 햄릿은 충직한 벗 호레이쇼에게 말한다. “이것은 나의 무대, 나의 연극, 나는 배우, 자네는 관객. 사라지는 건 내 몫이고 남는 것은 자네 몫이지...비로소 나에게 침묵이 허락되었구나.”
국립극단도 오는 7월 5~29일 연극 ‘햄릿’(각색 정진새·연출 부새롬)을 선보인다. 국립극단 ‘햄릿’은 성별과 선악의 경계를 허물었다. 햄릿, 호레이쇼 등 주요 인물의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꿨고, 햄릿의 연인 오필리어는 여성에서 남성으로 각색했다. 클로디어스 등 악인들의 행동에는 나름의 정당성을 부여해 선인과 악인의 경계를 모호하게 했다.
국립극장 ‘맥베스’는 배우들의 시각적인 표현과 뮤지션들의 음악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6명의 농인 배우가 수어와 몸짓으로 주요 인물들을 연기하고, 정육점 위생복을 입은 채 무대 좌우에 앉은 소리꾼 4명이 창(唱)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한국수어와 한국어라는 두 가지 언어를 관객에게 동시에 전달하는 것이다. 무대 구석에 위치한 연주자들은 거문고와 베이스, 북, 기타 등으로 몽환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수어와 창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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