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소생]"너는 맨밥만 먹니?"…볶음밥 신제품 대격돌
하림산업 더미식 3종
반찬없이 한 끼 해결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 [편집자]
밥만 먹고 살 수는 없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집에서 식사를 한다는 건 쌀을 안쳐 밥을 하고 반찬과 국, 찌개 등을 만들어 먹는 걸 의미했다. 반찬이야 반찬가게에서 사 먹기도 했지만 밥과 국은 당연히 '해 먹는' 음식이었다. 2000년대 들어 CJ제일제당이 즉석밥 햇반을 내놨지만 이 역시 여행을 갈 때 등 밥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먹는 '긴급 식량'에 가까웠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밥솥을 쓰지 않는 집이 늘기 시작했다. 외식이나 즉석밥 등으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쌀밥을 먹는 빈도도 줄었다.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이같은 트렌드는 주류가 됐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에 따르면 '집에서 먹는 음식은 대부분 만들어 먹는다'고 답한 사람은 2017년 89%에서 2023년 59%로 줄었다.
한 번 편한 것을 경험한 사람들은 다시 불편한 세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전자레인지에 2분만 돌리면 따뜻한 밥 한 공기가 완성되는 경험은 각별했다. 하지만 흰 쌀밥의 한계도 존재했다. 사람은 밥만 먹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반찬이나 찌개를 데워야 했다. 하다못해 '3분카레'나 김 한 조각이라도 곁들여야 하는 게 한국인의 밥상이다.
식품업계가 비빔밥과 볶음밥에 주목하는 것도 이런 흐름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다른 반찬 없이 단독으로 식사가 가능한 볶음밥과 비빔밥은 편리함을 추구하는 트렌드에 부합한다. 주재료와 양념장 등을 달리하며 다양한 배리에이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최근 '양반' 브랜드의 재정립을 시도하고 있는 동원F&B는 간편식 비빔밥 브랜드 '비빔드밥'을 론칭했다. 다른 준비 없이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바로 먹을 수 있도록 미리 밥과 소스를 비벼놓은 게 특징이다. 하림산업도 '더미식 요리밥' 3종을 내놨다. 지난해 4월 홍콩·태국식 볶음밥을 선보인 데 이어 이번에는 K-볶음밥으로 노선을 바꿨다. 이 비빔·볶음밥들은 우리의 삶을 한층 더 편하게 해 줄 수 있을까. 이번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서는 비빔드밥과 더미식 요리밥을 맛보기로 했다.
냉동과 냉장 사이
사실 두 브랜드의 비빔·볶음밥을 맛만 놓고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비빔드밥은 상온 제품이고 더미식 요리밥은 냉동 제품이기 때문이다. 냉동 제품의 경우 조리 후 급속냉동해 원물의 맛이 상대적으로 더 잘 살아있다. 반면 상온 제품은 조리 후 포장을 한 뒤 멸균처리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원물의 식감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상온 제품이 냉동의 하위 호환인 건 아니다. 우선 상온 보관이 가능하다는 건 압도적인 장점이다. 냉동 제품의 경우 보관이나 이동 중 녹을 우려가 있지만 상온 제품은 그럴 염려가 없다. 소비기한도 상온 제품이 훨씬 길다.
이 때문에 두 브랜드의 타깃도 차이가 있다. 비빔드밥의 경우 '집, 사무실, 캠핑장 등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용기 타입 제품에는 숟가락까지 들어 있어 다른 준비 없이 취식이 가능하다.
더미식 요리밥은 편의성에선 비빔드밥을 따라가지 못한다. 봉지에 든 밥을 그릇에 옮기고 랩을 씌워 전자레인지에 돌려야 한다. 야외에선 쉽게 손이 가지 않을 방식이다. 하지만 밥알과 나물 등이 씹히는 맛은 비교 불가다. 국내 3대 비빔밥 중 하나인 전북 익산의 황등비빔밥, 전주와 춘천 하면 떠오르는 돌솥비빔밥과 닭갈비볶음밥 등 지역 맛집 테마를 입혔다.
더미식, 칼 갈았다
하림산업의 더미식은 많은 풍파를 겪은 브랜드다. 첫 제품인 라면 출시 때부터 고가 논란에 휩싸였다. 꾸준히 신제품을 내며 라인업을 밥, 분식, 만두 등으로 확장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이번엔 더미식이 내세우는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가격까지 합리적으로 잡은 게 눈에 띈다. 2개입 지함 기준 7500원으로 개당 가격이 3500원 안팎이다. 편의점용 컵 제품은 5000원으로 가격이 다소 올라가지만 간신히 커트라인에 들어왔다. 앞서 더미식의 다른 제품들이 맛 이전에 높은 가격으로 비판받은 것을 고려하면 이번엔 가격 책정 면에서는 흠잡을 데가 없다.
셋 중 어느 정도 맛이 예상가는 2종보다는 다소 생소한 황등비빔밥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황등비빔밥은 비법양념장에 밥을 비빈 후 나물을 넣고 그 위에 육회를 올려 먹는 음식이다. 더미식 요리밥에서는 육회를 제외한 나머지 비빔밥을 구현했다. 선짓국을 함께 주는 식당의 특성을 구현하고자 밥을 선지 육수로 지어 풍미를 냈다. 고추장이 아닌 고춧가루와 간장으로 비벼 짭쪼롬하면서도 텁텁하지 않다. 3종 중 가장 인기 있을 만한 제품이다.
전주비빔밥은 황등비빔밥보다 채소 풍미가 강하다. 표고버섯과 애호박을 큼지막하게 넣어 보는 맛과 씹는 맛이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고추장 간이 조금 싱겁다고 느꼈다. 춘천닭갈비볶음밥은 조금 아쉽다. 양념으로 볶은 밥은 훌륭했지만 '닭갈비'의 존재감이 없다. 다른 곳도 아닌 '하림'이 만든 닭갈비볶음밥인 만큼 큼지막한 닭갈비가 들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비빔밥의 넥스트 레벨?
비빔드밥의 광고모델인 배우 정해인은 CF에서 "이건 비빔밥의 레볼루션, 비빔밥의 넥스트 레벨이야"라고 말한다. 동원F&B가 비빔드밥을 출시하며 보인 자신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비빔드밥은 정해인의 장담대로 정말 레볼루션이자 넥스트 레벨일까.
앞서 말했듯 장점은 확실하다. 상온보관에서 오는 보관 편의성은 웬만한 맛 차이를 뛰어넘는 장점이다. 컵과 팩 2가지 구성에서도 차별점을 뒀다. 컵은 편의점을 타깃으로 한 전자레인지용 제품인데 숟가락과 참기름 등 별첨소스를 함께 넣어 풍미를 늘렸다. 양반죽으로 오래 쌓아 온 노하우의 결실이다.
매운참치비빔밥, 돌솥비빔밥, 불고기비빔밥으로 구성된 컵 3종은 대체로 만족스럽다. 동원F&B의 자랑처럼 상온밥임에도 제법 씹히는 맛이 좋다. 밥알도 알알이 씹히는 맛을 살렸다. 씹히는 맛을 키우기 위해 옥수수알을 넣은 것도 좋았다. 큼지막한 계란 후라이가 들어간 돌솥비빔밥, 달콤짭짤한 불고기비빔밥, 입 안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 매운참치비빔밥 등 구성 밸런스도 좋다. 즉석밥보다 많은 271g의 중량도 만족스럽다. 정가는 4980원이지만 동원몰과 이마트몰을 비롯한 대부분의 판매처에서 3980원에 구매할 수 있다.
다만 함께 나온 포켓 3종은 컵에 미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밥알이 더 떡진 느낌이 강했고 바로 먹기에도 불편한 점이 있다. 전투식량에 포함된 비빔밥과 비슷한 식감이라 누군가는 트라우마가 올라올 수 있다. 특히 매운맛을 뺀 참치김치비빔밥은 컵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심지어 양도 컵보다 적은 250g이다. 3종 중에는 컵 구성에 없는 짜장밥이 가장 나았고 불고기는 어디서나 '평타'는 치는 달달한 맛이다.
*본 리뷰는 기자가 동원F&B와 하림산업으로부터 제공받아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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