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식품 물가, OECD 통계 1위"…송미령에 재반박한 한은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강진규 2024. 6. 2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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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한국의 식료품 물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기준으로도 세계 1위입니다.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 자료도 OECD 통계와의 정합성 비교를 한 후에 사용했습니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20일 한국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날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한국은행의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지적한 내용에 대해 재반박하면서다. 이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학자로 한은 물가동향팀과 함께 이번 보고서를 썼다.

 OECD도 "한국 식료품 값 56% 높다"

사진=연합뉴스


이 교수는 송 장관이 EIU지수의 한계를 문제삼은 것에 대해 "물가 수준에 대한 5가지 지표를 고려해 분석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EIU 지수를 OECD가 산출하는 ICP물가수준지수, 펜월드테이블에서 평가한 PWT 지수, 사용자 입력 데이터 기반의 넘베오 생활비지수, 빅맥지수 등과 비교했다.

이중 신뢰도가 높은 ICP와 PWT를 전체 물가지수를 평가하는 데 이용했다. 다만 두 지수는 품목별 세분화가 되지 않아 품목별로 분석할 때는 340여개 품목의 자료가 있는 EIU 데이터를 썼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EIU지수의 신뢰성을 확인하기 위해 ICP지수와의 정합성을 분석했고, 두 지수가 유사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ICP로 평가한 한국의 식료품 물가수준은 OECD 평균보다 56% 높았다. 38개국 중 1위에 해당했다.

자료=한국은행


과일·채소, 육류, 식용유지, 우유·치즈·계란 등 품목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두 지수 모두에서 한국의 물가수준이 OECD 평균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4년 전 EIU 지수를 분석했을 때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며 "데이터를 문제삼을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송 장관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데이터를 언급하며 "38개국 중 19위"라고 한 것과 관련해서는 "물가지수의 크기로는 국가별 물가수준을 비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FAO의 데이터는 각국의 특정시점 대비 물가변화를 지수화한 것이다. 송 장관이 언급한 순위는 2015년 대비 2022년의 물가지수다. 특정 기간동안 물가가 얼마나 변했는지는 알 수 있지만 이 지수의 크기로 국가간 물가수준을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컨대 A국의 사과 가격이 2015년 1000원에서 2022년 1500원으로 오르고, B국에선 같은 기간 20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랐을 경우 2022년의 물가지수(2015=100)는 두 국가 모두 150으로 같게 나온다. 이 지수로는 실제 물가수준이 B국에서 2배 높다는 것을 파악할 수 없다.

 '총요소생산성', 산업간 비교 불가능

농업의 생산성을 노동생산성으로 평가한 것을 두고 송 장관이 "경제학자들은 총요소생산성을 쓴다"고 한 것에 대해 이 교수는 "생산성을 연구하는 경제학자 입장에서 볼 때 총요소생산성은 절대적인 숫자를 산업별로 비교할 수 있는 도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난 2021년 '제조업의 수출과 생산성 간 관계 분석' 논문을 쓴 생산성 전문가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자료=서강대

 이 교수는 "특정 산업의 생산성 변화를 볼 때는 총요소생산성을 쓸 수 있지만 산업별로 비교할 때는 노동생산성을 쓴다"고 설명했다. 토지생산성이 높다는 주장에 대해 이 교수는 "토지당 노동투입량이 많으면 토지생산성이 높은 것처럼 나올 수 있다"며 "또 단위생산액으로 평가하면 높은 가격이 반영된다"고 말했다.

개방도 지표를 '수입량'이 아닌 '교역량' 기준으로 봐야한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교수는 "교역량은 수출과 수입을 모두 보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가 얼마만큼의 가격을 지불하고 있느냐는 점을 볼 때는 수입의 정도가 더 중요하다"며 "그렇게 쓴 경제학 논문이 많다"고 했다.

이 교수는 "농식품부 장관이 농업 보호를 위해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국민에게 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에도 신경을 써야한다"고 지적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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