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끝내겠다”는 새 회장…매각 공식화한 아워홈, 누구 품에
사모펀드 접촉 중…최종 매각까진 걸림돌 산적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아워홈 오너가 2세들이 벌인 '남매 전쟁'에서 승리한 장녀 구미현씨가 회장 취임 일성으로 '경영권 매각'을 선언했다. 구 회장과 손을 잡은 구본성 전 부회장이 현재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경영권 지분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매각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매각 대금 규모를 놓고 시장가와 시각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물론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의 법적 대응 불씨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회장 취임 이튿날 "경영권 이양 판단"
아워홈의 새 수장 자리에 오른 구미현 회장은 아워홈 창업자인 고(故) 구자학 회장의 장녀로, 지난 18일 회장 직에 취임했다. 구 회장은 취임 이튿날인 지난 19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2016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회사 대내외 이미지 추락과 성장 동력 저하를 묵과할 수 없다"며 전문 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구 회장은 선대회장 시절 비서실장과 경영지원본부장(최고재무책임자)을 지낸 이영표씨를 경영총괄사장에 임명하며 회사 경영을 맡긴 상태다.
구 회장은 그러면서 "주주 간 경영권 분쟁을 근원적으로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전문경영인에 의한 합리적인 회사 경영 즉, 사업의 지속 발전을 지향하는 전문기업으로 경영권을 이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회장 취임 일성으로 회사 매각을 선언한 것이다.
아워홈 지분은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 장녀 구 회장이 19.28%, 차녀 구명진씨가 19.6%, 막내인 구지은 전 부회장이 20.67%를 각각 갖고 있다. 한 쪽에 쏠리지 않은 지분구조 탓에 아워홈은 지난 7년간 남매간 합종연횡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달라진 바 있다. 앞서 2021년 구지은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던 구 회장은 이번엔 오빠와 손을 잡고 구 전 부회장을 몰아내고 경영권을 손에 쥐었다. 구본성 전 회장은 '구지은 체제' 시절 아워홈으로부터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당한 탓에 회사 복귀가 어려운 상태다.
업계에선 구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경영권 매각을 선언한 만큼 매각 작업이 일정 부분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투자은행(IB) 업계에선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이 사모펀드들을 상대로 지분 매각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2022년 구 회장은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손잡고 지분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선뜻 구매자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것이 IB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남매가 원하는 가격과 시장에서 바라보는 아워홈 기업 가치 사이에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2년 전 지분 매각 추진 당시 남매는 아워홈의 기업가치를 최대 2조원이라고 주장했다. 그 사이 아워홈의 실적은 한층 개선됐다. 아워홈은 지난해 전년 대비 약 8% 늘어난 1조983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6% 증가한 943억원을 기록했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한다면 2년 전 주장한 2조원보다 더 큰 금액을 요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매각가 간극에 각종 리스크 산적…매수자 나타날까
그러나 아워홈을 품기엔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아워홈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고 구자학 회장이 세운 회사다. LG유통의 식품서비스 부문을 분리해 만들었다. 범LG가(家)로서 LG 계열사의 식자재 유통과 단체급식 등을 맡고 있다. 하지만 대주주가 달라진다면 LG 계열사와의 거래 지속을 장담할 수 없다. 매출 급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소송 리스크'도 존재한다. 구 회장을 비롯해 구 전 부회장과 구명진씨는 2021년 구본성 전 부회장을 밀어내기 위해 주주간 의결권 통합 협약을 체결했다. 이사 선임, 배당 제안 등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겠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였다. 이를 근거로 구 전 부회장은 지난 4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구 회장의 의결권 행사(이사 선임안)를 강제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당사자들 간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긴 했지만 구 전 부회장이 협약을 근거로 주총 결의 취소 등의 본안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알려진다.
위약금 지급 여부도 관심사다. 세 자매의 협약에는 의결권을 통일해 행사하지 않을 경우 다른 주주들에게 각각 300억원씩 위약금으로 지급한다는 조항이 있다. 구 회장은 지난 4월 주총과 최근 임시 주총 등에서 2차례 협약을 어긴 셈이라 구지은·구명진 등 두 자매에게 각각 600억원, 총 1200억원의 위약금을 물어줘야 할 수 있다. 전업주부로 배당금을 통해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진 구 회장이 1000억원이 넘는 위약금을 지급할 여력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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